
추석 민속잔치 행사를 개최하는 등 뛰어난 사업능력과 회원들간의 결속력이 어느 단체보다 높은 것으로 유명한 청과협회의 신임회장에 이세목 현 부회장이 당선됐다. 이세목 회장은 청과협회와 운송협회가 통합해 새롭게 출범한 청과협회가 가진 선거를 통해 등장한 첫번째 회장이다.
이세목 신임회장은 오는 3일 브롱스 헌츠포인트의 협회 사무실에서 김경주 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3월1일부터 임기 2년의 회장직을 시작한다. 1월에 실시된 차기 회장 후보 등록에서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취임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청과협회의 위상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세목 신임회장에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뉴욕한인청과협회는 한인들의 이민이 붐을 이룬 1974년 청과업 종사자 50여명이 상부 상조하고 단결된 힘으로 권익을 도모하자는 목적 아래 설립돼 올해로 창립 28주년을 맞는다. 등록회원은 2,200명에 이르고 활동중인 회원수는 약 1,200명에 달한다.
82년부터 플러싱 코로나 메도우팍에서 ‘추석맞이 민속잔치(Korean Harvest & Folklore Festival)’를 열어오는 등 뉴욕 한인 사회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청과협회의 새로운 수장으로 앞으로 2년간 활동하게될 이세목 신임회장을 만나 협회를 어떻게 꾸려나가고 새로운 계획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맨손으로 이민 와서 청과협회 수장이 될 때까지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 먼저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있기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잘나서 회장이 된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오늘에 있기까지 물심 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신 덕입니다. 그 많은 도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한다는 각오로 협회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협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까.
"등록회원은 2,200명 정도이지만 활동중인 회원은 1,200명 정도입니다. 회원들이 협회가 있음으로써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가 회원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할 작정입니다. 회원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보다 자발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협회가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
습니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요.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는데 예를 들어 규정위반으로 티켓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생업에 정신없다 보면 티켓과 관련된 각종 검사나 재판을 받지 못하는 수도 있고, 벌금에 또 벌금이 생기고 그러다 라이선스까지 뺏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협회가 나서서 한인 업소의 티켓을 모아 시 정부 담당자를 상대로 공동 대처
할 경우 상황이 틀려질 수도 있습니다. 또 타민족 도매상들과의 마찰도 협회가 나서서 중재한다면 결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이밖에 상용트럭 운전면허(CDL)의 한국어 필기시험 등 회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 지난해 3월 운송협회장으로 청과협회와 통합을 이룬 걸로 알고 있는데.
"잘 아시다시피 두 단체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91년 운송인들이 분리해 나갔다가 11년만에 다시 뭉쳤습니다. 운송협회 일부에서는 통합에 반대했지만 ‘합쳐야 이익도 크다’고 설득했고 장영식 현 회장님의 결단으로 하나가 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 자신은 운송협회에 93년 부이사장으로 들어가 이사장을 두 차례 했고 2000년 회장이 됐다가 지난해 통합하면서 청과협회 부회장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훨씬 이전부터 청과협회원이었으며 운송협회 일을 하면서도 청과협회원 자격은 유지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운송과 청과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아해 하는데 ‘청과인이란 야채와 과일을 취급하는 한인’들로 운송업체는 일종의 중간 도매상으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통합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청과협회는 역사와 전통, 규모만큼 타민족들도 인정하는 한인단체입니다. 게다가 운송인들까지 가세해 규모가 더 커지자 시장 도매상을 비롯해 모두가 협회를 더욱 어렵게 생각하고 협회가 추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 가게를 운영하는 회원과 운송을 맡은 회원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기회도 많아지고요."
- 청과협회가 주최하는 대형 행사는 어떻게 치를 계획입니까.
"장학사업, 야유회, 추석대잔치, 낚시대회, 골프대회 등 많은 행사가 있습니다. 특히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추석대잔치는 한국의 큰 후원업체와 손잡고 일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총영사관에서도 추석대잔치를 적극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오는 6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직접 업체들과 행사 진행 문제를 협의할 계획입니다. 특히 모든 행사는 ‘회원들을 위해서’라는 원칙
아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미국에서 고생이 많았다고요.
"서울 태생으로 8세부터 인천에서 살았는데 81년 뉴욕에 와서 처음 일을 할 때가 제일 생각납니다. 비행기표를 살 돈만 있었다면 아마 돌아갔을 겁니다. 매일 저녁 콘오일을 손에 바르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펴지지가 않았어요. 시장을 다니다가 ‘트럭을 운전할 수 있다’고 거짓말하고 운전을 시작했는데 ‘이걸 해야 먹고산다’는 각오로 죽기 살기로 일했습
니다. 85년 자메이카와 88년 퀸즈에다 두 차례 가게를 열었지만 경영 수완이 없어서인지 모두 2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91년부터 다시 운송업을 시작해 현재 14대의 트럭으로 ‘LEE 77 Trucking’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가족 모두가 사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이만큼 자리잡게 된 것은 여러 한인 분들의 도움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한국일보 기자에게 들켜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읽고 20년 동안 헤어져 있었던 큰 누님 아들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연락이 왔어요." (이세목 회장은 아내 이미선씨, 두 딸 수진(16), 수인(11)양과 함께 1년 전부터 매주 둘째 토요일 플러싱 매너 양로원을 방문, 한인 노인 50여명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또 YMCA 여성부 회장, 한미장학재단 이사 등을 지낸 이미선씨는 효신장로교회 친교실에서 운영중인 경로회관에 매주 두 차례 나가 노인 무료 중식을 거드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큰 딸 수진양은 지난해 SK텔레콤 전화카드 광고모델로 활동해 한인사회에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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