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선 운행 전면중단컬럼비아호 공중 폭발 참사로 미국의 우주 계획이 상당기간 차질을 빚게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우주왕복선 운행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NASA는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때에도 32개월 간 우주왕복선 비행을 중단했다.
우주왕복선 운행이 중단될 경우 국제우주정거장(ISS)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ASA는 그러나 현재 ISS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 2명과 러시아인 1명 등 우주비행사 3명이 예정대로 3월에 지구로 귀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우주국은 자국의 소유즈 로켓으로 ISS 승무원들을 귀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차세대 우주왕복선 개발 계획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왕복선 개발 엔지니어인 도널드 이메로는 “차세대 우주왕복선 개발계획이 최소한 10~15년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기존의 우주왕복선보다 작고 안전한 차세대 우주왕복선 개발을 위해 10억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한 바 있다.
유인 우주왕복선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NASA의 한 과학자는 “승무원들이 하는 실험은 대부분 로봇에 의해 가능한 것들”이라며 “유인 왕복선을 보내는 진짜 이유는 단지 국가 위신”이라고 꼬집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도 “우주를 향한 우리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컬럼비아호) 승무원들은 인류 전체를 위해 큰 위험을 떠안았다”며 “이들이 목숨을 걸었던 대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컬럼비아호의 귀환을 기다리다 사고 소식을 접한 승무원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각국 지도자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모셰 카트사브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조문을 보냈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애도와 함께 연대감을 표시했다.
미국의 우주개발 동반자인 러시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전화해 위로했다고 크렘린측은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의 한 관리는 컬럼비아호에 탑승한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비행사 일란 라몬 대령이 1981년 이라크 원전 폭격에 참여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알라의 복수”라고 주장했다.
사고 원인 NASA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재로선 컬럼비아호가 이륙할 때 외부 연료 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절연장치 조각이 왼쪽 날개와 충돌한 것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섭씨 1,650도까지 올라가는 고온으로부터 기체를 보호하기 위해 바른 특수 방열타일 2만여 개 중 왼쪽 날개의 일부가 떨어져나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NASA 우주왕복선 담당국의 론 디터모어씨는 “활강 도중 타일이 추가로 벗겨지면서 알루미늄으로 된 본체가 녹아내려 기내 압력이 급상승하거나 엔진 등이 과열돼 폭발했을 것”이라며 “사고 수 분 전 왼쪽 날개의 온도 감지기가 작동을 멈춘 것도 기체 온도가 갑자기 치솟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이 경우 이륙 상황을 녹화한 비디오에서 문제의 장면을 발견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넘긴 NASA측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수명이 22년 된 컬럼비아호의 비행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직후 지적된 ‘테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명됐다. 외부인의 침입이나 폭발물 장착 등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컬럼비아호 폭발 지점인 상공 63㎞는 지대공미사일 등의 사거리를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등의 민간 전문가들이 지적한 열 저항 시스템 고장, 대기권 진입 각도 오류 등은 기체 추락 당시 비디오 화면만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고 순간 컬럼비아호는 지난달 16일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80여 가지의 과학실험 수행 등 임무를 마치고 1일 오전 9시16분 케네디 우주센터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1일 기상 상태는 항공기 이착륙에 최적이었다.
오전 8시20분께 착륙 예정 지점에서 8,000㎞ 떨어진 인도양 상공에서 활강을 시작한 컬럼비아호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8시53분. 기체 왼쪽 날개 끝부분에 장착된 유압 조절장치 내 온도 감지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3분 뒤 왼쪽 랜딩 기어의 온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58분 기체 왼쪽에 달린 온도감지기 3개의 신호가 동시에 끊겼다 . 컬럼비아호와 교신 중이던 텍사스 비행통제센터는 이 때까지만 해도 “우주선 착륙 중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8시59분 랜딩기어 타이어의 온도 및 압력 감지기마저 멈춰 섰다. 당황한 비행통제센터는 긴박한 목소리로 “기체 타이어의 압력 메시지를 보고 있다. 당신들의 마지막 교신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9시 컬럼비아호 선장 릭 허스번드가 “로저, 어, 버…”라고 말을 마치지도 못한 채 교신이 끊겼다. 이 시각 텍사스 주민들은 엄청난 크기의 폭발음을 듣고 상공에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흰 물체들이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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