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결국 전쟁이었다. 경제를 주로 이야기 한 앞 부문은 아버지 부시의 재선 실패를 다분히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 지나지 않는다.” “이라크 침공의 당위성을 주장할 때는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이 보인다. 결의에 차있고 단호한 표정이고 사명감에 가득차 있는 느낌이다.”
‘사실상의 선전포고였고 주전론은 대세로 굳어졌다’-. 내로라 하는 시사평론가들이 부시의 국정연설과 관련해 한결 같이 내린 지적이다. 한가지 질문이 새삼 제기된다. 제 2의 이라크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인가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천하대란(天下大亂)이다. 홍위병 난동으로 수백만이, 아니 수천만이 죽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그렇지만 냉정히 관망하면서 중국대륙에서 일어난 참극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왜….
당시 중국은 소련의 세력권에 편입돼 있었다. 그게 한 이유다. 보다 근본적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그 불똥이 죽의 장막을 넘어 번질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니 수백만 중국인이 죽든 말든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이라크로 돌리자. 12년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왜 바그다드 함락직전에 진공을 멈추었을까. 철저하게 이해에 바탕을 둔 냉혹한 해외정책의 결과다. 당시 백악관에 포진해 있던 해외정책팀은 지역안보에만 관심이 있던 실리파들이었다. 당시의 정황으로서는 힘의 균형을 통한 중동 지역의 안정이 최우선시 됐던 것이다.
미국을 도와 후세인 타도 봉기에 나섰던 이라크내 쿠르드족에게 미국은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 냉혹한 계산의 결과다. 아들 부시는 그러면 왜 집요하게 이라크 공격을 주장하고 있을까.
이런 가정을 해보자. 9.11 사태가 없었다면 현 중동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라는 관측이다. 아랍세계, 더 나아가 전체 이슬람권은 과거 오토만제국 붕괴이후 최악의 정치위기 상황을 맞고 있어 어떤 형태든 위기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불가피론에서 출발한 관측이다.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시리아·예멘·모로코…. 또 파키스탄까지 눈을 돌리자. 이 지역 정권들은 하나같이 체제위기를 겪고 있다. 정통성이 결여된 권력이 집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에서 독재자의 아들로 권력이 이어져가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젊은 남성인구(15∼29세)가 급팽창하고 있어서다. 이 연령의 남성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전혀 돌파구가 없는 마당에서 더 그렇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눈을 돌려도 보이는 건 먹구름뿐이다. 소말리아, 르완다 등지에서는 이미 내란으로 수백만이 죽어갔다. 그 불길이 나이제리아, 케냐 등으로 번질 기세다. 역시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젊은 남성인구는 폭발적 증가세다. 그런데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그 틈새를 타고 극렬 회교근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공통된 형상이다. 분노에 광신주의 종교색에 덧 입혀지면서 서방에 대한 맹렬한 증오로 변질하고 있다. 나이제리아에서 유혈 폭동이 발생해 기독교도 추방사태가 벌어졌다. 대규모 내란의 전조다. 불똥이 사방으로 튈 기세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와는 다른 게 미국의 입장이다. 산유지역을 포용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게다가 반(反)미, 반(反)서방 극렬회교세력이 이 지역을 장악할 때를 생각해 보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이들의 손에 흘러 들어갈 때의 경우다. 부시의 말대로 ‘그들이(9.11 테러범)이 대량살상무기로 공격해 올 위험’은 그야말로 현재적이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결코 방치할 수 없는 게 특히 9.11 사태를 경험한 미국의 입장이다.
“한반도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라크에서 더 큰 위협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국정연설에서 부시가 한 말이다.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또 테러집단과 연계를 갖고 있는 체제는 선제공격을 통해서라도 무너뜨린다는 말이다.
세계 정세가 변하면 세계관의 변화가 따른다. 정책도 변한다. 그 정책의 변화는 현 행정부에서는 독재정권의 경우 정권교체(Regime Change)도 불사한다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말하자면 이라크, 이란 그리고 북한 체제는 교체 대상일 뿐 결코 공존할 체제는 아니라는 선언이다. 지난해 ‘악의 축’ 발언에 이은 일관된 국정연설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아랍권에서 이미 내부 폭발은 시작됐다. 그 불똥은 외부로 튀고 있다. 거대한 불길이 번지기전에…’미국은 초조해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 침공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옥 세 철 <논설실장>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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