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맥킨토시·새무얼 리마의 <리더십의 그림자>는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리더는 단지 효율적으로 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기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자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
력하는 사람이다."이 말은 크게는 세계적 지도자나 국가의 수장부터 한 종교단체의 영적 지도자, 소규모 단체의 회장, 한 직장의 선배 모두에게 해당된다.
자기가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항상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윗사람의 도리이고 아랫사람이 잘못된 길로 가면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윗사람이 잘못하면 눈치 보지 말고 충언을 해야 하고 아랫사람이 잘못하면 무조건 받아주어선 안되며 방임해서도 안된다.
한인 이민 역사가 오래 되니 서서히 고여온 문제들이 하나, 둘 노출되고 있다. 한인 단체는 물론 종교 기관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으며 체육인들 사이도 갈라져 전미체전이 양분될 위기에 놓여있다.최근들어 부쩍 한인들 간에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옆에서 보는 제3자의 마음도 딱한데 정작
그 불화 속에 휩쓸려있는 수많은 당사자들, 회원들의 마음은 얼마나 지옥일까 싶다. 또 2세들이 1세들의 그러한 싸움을 보며 무엇을 배울까 걱정된다.
즐거움과 평화를 얻어야 할 자리가 만나기만 하면 인상을 찌푸리는 불화가 도사린 터전이 되었다면 누가 그곳에 가고 싶을 것인가.이럴 경우 리더의 결정은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또 나처럼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다른 사람도 그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끝까지 리더 자리에 연연하다 노쇠한 몸에 기력이 떨어지고 발음도 불분명하여 젊은 세대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결국은 한 사람의 허욕 때문에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성장세를 막아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러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떠날 자리와 때를 알아야 하는데 이것을 따르기가 참으로 힘든 모양이다.
여러 번 회장을 했거나 너무 오랫동안 ‘윗전’ 노릇을 해온 사람은 명예롭게 사퇴하는 길을 모색하자. 이민사회의 특성상 고교 동문회와 대학 동문회 활동이 활발하다. 이 경우에는 관례적으로 졸업연도 순서대로 회장을 하고 선후배의 도타운 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는 마음도 흐뭇하게 한다.
그러나 명예나 이권, 경쟁 관계에 있는 단체, 그룹, 직장으로 가면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흐트러졌거나 서로간 감정 싸움이 지나쳐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잦고있다.
몇 년 전 돌아가셨지만 20여년간 한인 이민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J 신부는 인터뷰하러 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었다."내가 성당 안에 있는 사제관에 있으면 자꾸 나를 찾아올 거 아냐. 그러면 새로 온 신부가 심적 부담을 안지." 그래서 멀리 떨어진 은퇴 신부 숙소로 이사했는데 미처 침실 달린 집이 나오지 않아 스튜디오 한구석에 침대를 놓고 병풍으로 가린 채 오랫동안 살았었다.
그리고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한창 나이인 50대 중반에 은퇴한 H씨도 아름다운 ‘은퇴 후’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그 단체의 바자 날이 되면 사람들의 눈에 전혀 띄지 않는 칸막이 된 구석에서 하루 종일 고구마와 야채 튀김을 만드는 궂은 일로 남몰래 봉사한다.
이처럼 한인사회에도 존경할 만한 분들이 있다. 다들 감투와 명예욕에 사로잡혀 싸우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너무나 한 자리에 오래 있은 사람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망상을 버리고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꿔보자. 물먹은 화초처럼 싱싱하게 자라오는 후배들의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그 모임이나 기관, 나아가 한인사회의 발전이 있다.
민병임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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