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창조의 상반된 맛 신비
솜씨좋은 형제가 신선한 재료 이용, 계절따라 특선메뉴 선봬
전 세계 어느 곳에 가도 만날 수 있는 두 가지 식당은 바로 이태리와 중국 식당이다.
불고기가 한국 음식의 모든 것인 줄 알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면 얼마나 섭섭하던가. 싸구려 스파게티 미트볼이 이태리 음식의 전부라 믿고 있는 미국인들을 향해 첼레스티노(Celestino)는 드라고(Drago)에 와서 한 번 식사를 해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드라고 리스또란떼(Drago Ristorante)는 첼레스티노 드라고가 1991년, 샌타모니카에 세운 맛의 성전. 농부였던 그의 아버지는 가을이면 포도를 거둬들여 와인을 담그고 올리브 열매를 따 오일을 짜냈으며 치즈까지도 손수 만드는 분이었다. 어머니 역시 매일같이 직접 파스타를 반죽했고 오븐에서 빵도 따끈하게 구워 아들들을 키워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자란 그의 형제들은 작고 통통한 몸집도, 사람 좋은 웃음도, 선보이는 음식 맛도 참 많이 비슷하다. 맏형 첼레스티노를 비롯한 4형제가 모두 LA에서 내노라할 만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탈리아의 변방 시칠리아 작은 마을에서 경사났다 할 일이다.
드라고는 첼레스티노가 마음속에 꿈꾸어 왔던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 레스토랑이다. 브렌트 사빌르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캐주얼 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라이빗 다이닝룸에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돼있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 사본이 걸려있다. 계절의 여왕 봄을 맞은 세 여인들의 나신이 관능적이다.
보나페티 매거진(Bon Appetit Magazine)에서는 드라고 음식의 특징을 정통성과 창조성으로 꼽았다. 어떻게 이런 상반된 맛의 세계가 가능할 수 있을까는 신비에 가깝다. 음식을 삶에 있어 기쁨의 원천이라 믿고 있는 그는 고향 땅의 요리,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들에 더불어 캘리포니아의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요리로 메뉴를 구성했다.
드라고의 메뉴를 들여다보면 도대체 뭘 먹지 않아야 하나 갈등이 시작된다. 전채부터 살펴볼까. 옥수수를 갈아 도톰하게 부친 폴렌타(Tramezzino di Polenta)는 아기 이유식으로도 좋을 만큼 질감이 부드럽고 맛 또한 심심하니 부담이 없는데 버섯 조림과 치즈 퐁듀를 곁들여 더욱 풍부한 맛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가지를 익힌 뒤 부드럽게 갈아 틀에 넣어 모양새를 만든 후 접시에 낸 전채(Timballino di Melanazne)는 신선한 다임 한 줄기를 나무 가지처럼 꽂았다.
모짜렐라보다 훨씬 부드러운 치즈, 부라타(Burrata)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데 함께 조화시킨 빨강, 노랑, 주황 토마토는 색깔도 곱고 모양도 앙증맞다. 파스타는 드라고 형제의 특기.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게 없다. 성게 알과 레몬을 곁들인 파스타(Tagliolini ai Ricci di Mare e Limone)는 그냥 먹기도 아까운 우니를 새콤한 레몬 소스에 버무려 파스타 위에 얹었는데 그 맛과 향의 조화가 상상을 초월한다. 호박으로 속을 채운 토르텔로니(Tortelloni di Zucca)는 크림을 듬뿍 넣은 세이지 소스 맛이 향기롭다.
꼴뚜기와 조갯살, 새우, 홍합 등 해물을 풍성하게 넣은 스파게티(Spaghetti al Cartoccio)는 2인분 이상 주문할 수 있는데 그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 단연코 LA 최고다. 또 다른 드라고 형제의 특기 메뉴는 오징어 먹물 리조또(Risotto al Nero di Seppie). 거무죽죽해도 맛 하나는 끝내준다.
피에몬트 스타일로 구운 스테이크(Costata di Bue Piemontese)는 최상의 육류를 이용, 올리브 오일과 소금 후추만으로 간을 한 뒤 허브를 적당량 뿌려 고기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부드러운 육질은 칼만 대도 썰어질 정도. 지중해 농어(Branzino Mediterraneo)는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 테이블 앞에서 손을 놀려가며 발려준다.
주방장 특선 시식 메뉴는 4계절 따라 다르고 매일의 스페셜 역시 계절마다 다르다. 겨울에는 화이트 트러플, 가을에는 가금류, 그리고 봄과 여름에는 숭어 가자미 등의 유럽 생선 스페셜이 자주 마련된다.
이태리 투스카니 지방의 클래식 끼안띠를 비롯해 와인 리스트가 훌륭한데 특히 매트르디(Maitre’D)인 실비오 치코니는 해박한 지식으로 와인 선택에 도움을 준다.
Tips
▲종류: 시실리 등 지방색이 강한 이태리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요일 오전 11시0오후 3시. 디너는 월-토요일은 오후 5시30분-11시. 일요일은 오후 5시30분-오후 10시. ▲가격: 전채는 6-12달러. 파스타는 13-17달러. 메인 디쉬는 20-32달러. ▲주차: 발레 파킹 4달러. ▲주소: 2628 Wilshire Blvd. Santa Monica, CA 90403. 10번 W. → Cloverfield에서 내려 우회전 →Wilshire Bl.에서 우회전하면 오른쪽에 있다. ▲예약 전화: (310) 828-1585.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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