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동장군의 위세가 드세다. 며칠동안 동장군의 서슬퍼런 심술이 이어진다. 동장군이 입성한 뒤 본격적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월요일에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더니 기어이 눈까지 왔다. 올해는 유난히 눈과 동장군의 기세로 꽁꽁 얼어붙는 날들이 많다.
음력 동짓달 그믐께가 되면 본격적인 겨울이 자리잡는다더니 오는 1일 설을 앞두고 연일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동장군의 심술보가 열렸나보다.
동장군의 위세가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하지만 감기란 놈 때문에 몸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 동장군이 등장한 후로 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잔뜩 웅크린 채 종종걸음을 친다.
하나같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바쁘고 차가운 모습들이다. 겨울바람이 창 밖에서 윙윙거린다. 찬바람이 뺨을 스치며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한겨울이 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동장군이 한눈을 팔았는지 몇 년 동안 포근했던 뉴욕의 겨울이 올해는 매서운 본색을 드러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동장군의 기세가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동장군이 굳세게 버티고 있는 오늘은 유난히 더 추운 것 같다. ‘동장군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한겨울 대비가 절실하다. 내일부터는 기온이 다소 풀린다고는 하지만 동장군의 기세는 쉬이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흔히 한파가 찾아오면 "동장군이 쳐들어 왔다"고 얘기한다. 한파가 ‘동장군’으로 불린 것은 역사적 사실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추위와 눈에 시달린 이야기로 가장 유명한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퇴각에서 ‘동장군’이 등장한 것이다.
’전쟁과 평화’라는 영화에서 시베리아 침공에 실패한 나폴레옹 군대가 러시아의 동장군에 쫓겨 눈 속을 헤치며 죽음의 퇴각을 하던 그 비참했던 장면에서 말이다. 때는 1812년 9월15일. 나폴레옹의 군대는 오랜 전쟁 끝에 승리를 안고 의기양양하게 모스크바에 입성했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퇴각하는 러시아군이 지른 불로 인해 도시의 대부분이 타 버려서 프랑스군은 음식도 집도 없는 폐허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게다가 모스크바의 가을은 점차 깊어 추위가 밀려오게 되자 이제는 추위와의 싸움이 되어 버렸다.
그 당시 러시아는 전례 없이 추운 겨울이어서 병사들은 추위를 못 이겨 손과 발에 심한 동상을 입고 처절한 퇴각의 행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스로 프랑스에 돌아왔을 때 나폴레옹이 이끄는 군인들은 출정 때의 65만 명에서 겨우 25만5,000명만 남게 됐다. 이처럼 러시아를 공격한 나폴레옹 군대가 추운 날씨로 인해 패배한 역사적 사실에 따라 한파를 ‘동장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즉, ‘동장군’은 인간의 힘으로서는 좀처럼 저항할 수 없는 심한 한파의 위력을 비유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매서운 동장군과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한겨울. 따스함이 그립다. 꺼진 난로 위 주전자의 작은 온기마저 반갑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부자들이야 그 어느 때보다 부의 척도를 여러모로 자랑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은 그래서 더욱 계층간의 불신과 소외감이 양극화되는 계절이라고 하나보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나눔이 더욱 절실하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동장군의 입김을 온 몸으로 맞으며 이 얼어붙은 계절을 보내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힘든 겨울을 보낼 우리의 이웃들에게 찬바람 속에서도 훈훈함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온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난 연말연시 한인사회에서는 입양아나 백혈병 환자 가족, 또는 홀로 지내는 노인 등을 위한 아름답고 소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남몰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한인들도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나누고 베풀려는 소중한 우리민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일들이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이웃사랑은 한 때만 반짝인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특히 여유가 있는 한인들의 자선행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함께 더불어 사는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없는 한인끼리의 ‘나눔의 미학’도 중요하지만 있는 한인끼리의 ‘베품의 미학’도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동장군이 부린 심술로 처마 밑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린 겨울의 한복판에 서니, 1년 365일 한결 같을 수는 없겠지만 ‘나눔’과 ‘베품’이 풍성한 한인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연창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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