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와 페어팩스~라시에네가 개성있는 소점포들
주말 보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 때로는 대학가 앞의 아기자기한 점포들을 하릴없이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던 지난날들이 그리워진다. 돌이켜보면 뭐 그렇게 사고 싶은 것이 많았던지. 용돈을 쪼개 구입했던 귀고리와 핸드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채 끌어안고 사는 것은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터이다.
윤미정(USC 교육학 석사 과정)씨와 조민선(주부)씨는 지난 해 연말 동문회에서 만난 대학 동창.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공통분모로 곧 친구가 된 이들은 주말이면 만나 차도 마시고 샤핑도 함께 하며 독특한 우정을 다지고 있다. 둘 다 미국에 온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데다가 궁금한 것이 많은 성격들이라 발 닿는 곳 모두가 놀이터며 학습장이다. 샤핑에 쓸 돈이 그리 많지도 않고 남달리 샤핑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지만 가끔씩은 이대 앞 작은 점포들을 순례하던 추억이 그리워지곤 한다.
이들은 지난 주말 3가 길, 페어팩스와 라 시에네가 사이에 밀집해 있는 부틱들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평소 운전할 때마다 특이한 물건들이 많아 눈길이 머물러 시간 있을 때 한 번 여유 있게 구경해야지 마음먹었던 곳이다.
가구점과 인테리어 소품점, 골동품점, 독특한 옷가지들을 판매하고 있는 부틱, 액세서리 샵 등 개성 있는 점포들은 그녀들을 방앗간 지나는 참새처럼 만들었다.
첫 번째로 차를 세우고 들어간 곳은 인테리어 전문점 ‘룸서비스’(Room Service).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시계 태엽 장치 오렌지(A Clockwork Orange)의 주인공 알렉스의 방에 놓였던 것 같은 미래 감각의 가구와 소품들이 널찍한 매장에 가득한 곳이다.
마치 미장원에서 파마할 때 앉는 것 같은 모양의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으니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다른 혹성으로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편안하다. 인테리어 서적과 알렉스가 입었던 것 같은 심플한 디자인의 옷도 갖추고 있어 시대를 앞서갔던 거장 감독을 추억할 수 있었다.
‘세일’이라는 사인이 나붙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눈을 한 번 마주보고 두 친구가 들어간 곳은 ‘모르간’(Morgan) 매장. 프랑스 액센트가 매력적인 세일즈 우먼은 신상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색감이 고운 옷들을 9달러99센트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고 일러준다.
두터운 겨울옷뿐만 아니라 하늘거리는 느낌의 봄여름 옷들도 많아 이것저것 걸쳐보며 시간을 보냈다.
‘미야니’(Miyanni)라는 부티크에서는 홍콩 영화, ‘A Mood For Love’에서 장만옥이 입고 나왔던 스타일의 청삼을 만날 수 있었다. 실크를 소재로 한 중국 전통 의상에 산수도 그려 넣고 한자도 곱게 수놓으니 얼마나 고혹적인지.
‘여인들의 별채’(Pavilion of Women)에 나오는 마담 우를 닮은 여주인은 살 기미 없이 이 물건 저 물건 들춰보는 손님들을 그리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프로포즈’(A Pro Pos)는 앙증맞은 모양의 선물, 집안 소품이 가득해 구석구석 훑어보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인도에서 수입한 쿠션은 투명하리 만치 얇은 헝겊에 겹겹이 놓은 수가 아름답다. 사리로 얼굴을 가린 인도 여인들은 얼마나 낮은 임금을 받아가며 저 고운 수를 놓았을까. 옷감과 가죽을 번갈아 기하학적으로 꾸민 핸드백을 어깨에 매보며 어색한 서로의 모습에 깔깔대기도 한다. 천사와 방울, 인형 등 독특한 모양의 오너먼트도 가득 진열돼 마치 산타의 마을에라도 들어온 느낌이 들기도 했다. 1월 한 달간은 최고 50퍼센트까지 세일을 마련하고 있으니 선물 거리를 샤핑할 계획이라면 찾아도 좋을 듯.
‘비드 부틱’(Bead Boutique)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두 친구는 작은 구슬들이 발하는 찬란하고 신비한 빛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이아몬드, 루비만이 반짝이는 것이라 믿고 있다면 비드 부틱을 찾을 일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여주인 프란체스카는 조그만 그릇 안에 담겨진 오색 영롱한 구슬들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목걸이며 팔찌를 만드는 클래스를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장신구를 직접 만드는 창조의 행위는 얼마나 즐거울까.
예쁜 옷과 액세서리, 다양한 디자인의 집안 소품들을 눈에 들여놓고 나면 어디 여행지에 와서 여유 있게 주변을 둘러본 것처럼 마음에 여백이 생긴다. 주변에는 한국일보에 소개됐던 레스토랑들도 많아 두 친구는 어느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까 즐거운 고민을 했다.
▲Room Service: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와 생활 소품들이 가득하다. 8115 3rd St. 전화 (323) 653-4242.
▲Miyanni: 중국풍의 의상과 패션 소품 전문점. 8215 W. 3rd St. 전화 (323) 658-6478.
▲Morgan: 유러피언 여성 캐주얼 부틱. 현재 세일 중이다. 8211 W. 3rd St.
▲Pipsqueak: 아동복 전문 부틱. 독특하고 귀여운 디자인이 많다. 8223 W. 3rd St.
▲LuLu Guinness London: 특이한 모양의 패션 소품들이 가득해 눈길이 머무는 샵. 8222 W. 3rd St.
▲OK: 종이로 만든 조명 기구와 베니스에서 들여온 듯한 유리 화병들이 오색찬란한 곳. 8303 W. 3rd St.
▲A Pro Pos: 다양한 생활 소품과 패션 소품들이 가득하다. 8311 W. 3rd St.
▲Palmetto: 향기로운 비누와 목욕 용품 전문 샵. 8321 W. 3rd St.
▲Blanche & Co.: 하양과 까망을 주조로 한 인테리어 소품과 신세대 감각에 꼭 맞는 학용품들을 판매한다. 8315 W. 3rd St. 전화 (323) 951-1067.
▲Bead Boutique: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아름다운 구슬과 체인, 액세서리 만드는 기구들을 판매하며 클래스도 마련할 계획이다. 8313 W. 3rd St. 전화 (323) 966-5880.
▲Traveler’s Bookcase 여행 안내 서적과 지도 외에도 여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판매하고 있는 곳. 8375 W. 3rd St. 전화 (323) 655-0575.
▲The Cook’s Library: 유명 요리사의 요리 책과 종류 별로 다양한 요리 책을 갖춰 놓고 있다. 8373 W. 3rd St.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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