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삼류 코미디에도 허여멀쓱한 주인공이 있고 가슴 찡한 장면이 양념처럼 섞이기도 한다. 이 한인회 코미디에는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우습기보다는 불쾌하고 짜증스럽다.
그런 코미디를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라고 할 수없이 신문에 내는 것도 괴롭지만 그 웃기는 얘기를 날마다 신문에서 읽어야하는 독자들을 생각하면 더 가슴아프다.
세상에는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법이다.세상에 법정투쟁까지 하면서 봉사하려는 사람은 LA한인들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부족하다며 사양하고 양보하는 자리가 바로 한인회장 자리가 아닌가. 그런 자리를 한번 더하겠다고,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자체가 자격이 없다.
그 같은 자리싸움을 우리 손으로 해결하지 못해 법원판결까지 받고 그 것도 모자라 항소까지 해가면서 봉사를 하겠다니 정말 코미디다.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웃고 있는 줄도 모르고 스스로 도취돼 웃고 다니는 모습이 더 웃긴다.
요즘 각 곳에서 나오는 보도 자료를 보면 모두가 무슨 스타나 된 것처럼 자신만만하기도 하고 단체가 통치기구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자기들이 없으면 한인사회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설친다.
천만에 말씀이다.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지도자의 존재는 구성원의 기대와 신뢰를 전제로 한다. LA 한인들이 한인회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버린지는 이미 오래다. 사회학자 엘리 위즐이 “21세기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라고 지적한 것을 기억해야한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며 아름다움의 반대는 추함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또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삶과 죽음 모두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했다.
한인회가 설 땅은 사랑이든 증오든 한인들의 관심의 토양이다. 한인들이 외면하고 무관심할 때 한인회라는 존재도 없다. ‘한인회 무용론’은 그나마 한톨의 애증이 있을 때 나오는 얘기다. 지금은 ‘한인회 불가론’이다. “한인회 얘기 그만 쓸 수 없느냐”는 요청도 빗발친다.
하기환씨에 대한 당선무효 판결이 난 후 판결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가 소집될 때 대부분의 분쟁조정위원들이 ‘꼭 나가야 하느냐’며 마지못해 나왔다. 위원중 변호사협회장은 끝까지 불참했다. 그가 의무를 저버렸다고 말하기 전에 변호사들에게 비친 한인회의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혹 ‘없어도 될 한인회 일에 끼어들어 x물 튀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도 했다면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많은 한인들이 “제발 없어도 좋으니 저 치고 받는 싸움 좀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푸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지난 6월의 월드컵 함성을 벌써 잊었는가. 1.5세 단체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우리가 고국을 이별하고 수만리 대양을 건너 원방에 온 뜻은 우리가 미개하고 민멸(泯滅)하는 것을 분히 여겨 미국의 문명하고 부강한 것을 배우고자 함이라. 문명과 부강의 씨는 동족이 서로 보호하자는 뜻으로 즉 단결함인즉 미국에 온 형제들은 오늘부터라도 적극 맹세하고 사의(思疑)와 핑계를 버리고 부강의 씨를 심어 속히 자라도록 힘쓰라”
다소 길게 인용한 이 글은 지나 1905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주 최초의 한인단체인 공립협회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 교포사회가 단결하여 문명 부강해 질 것을 권면하는 교훈적인 말씀이다.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 선생의 ‘단결부강론’이 새삼 가슴 절절이 와 닿는 것은 세월이 흘러도 제자리걸음만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인사회의 답답한 현실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때인가. 또 다른 이민 100년의 문을 여는 새해다. 잠시 한인회관 문을 닫고 모두 본연의 제자리로 돌아가 한번쯤 자신을 돌아봐야한다. 정녕 한인사회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후에 그동안 물러나 있었던 뜻있는 사람들은 타운으로 나오고 지도자들은 머리를 맛대야 한다. 그리고 도산의 문명과 부강의 씨앗인 단합을 파종해야한다. 풍요롭고 포근한 한인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바로 우리 1세들의 몫이다.
권기준<사회 부장>
kj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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