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희 기자의 취중토크] 안재모
힘들어 보였다. 팬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그를 알아줄까 싶었다.
‘청년 김두한’ 안재모(24)는 어느새 인기 가수가 돼있었다. 단 하루의 쉴 틈도 없이 연기자에서 가수로 변신한 탓에 그는 눈을 뜨고 있는 것 조차 중노동인 듯 보였다.
이처럼 인기란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꽤 상당하다. 그렇다 해도 한번 갖게 되면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인기다. 그럼에도 그는 “떨어지는 게 결코 두렵지 않다”고 했다.
안재모를 여의도에 있는 한 소박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의 단골 식당이었다.
■ 니들이 1.5군의 설움을 알어
술을 잘 마시는 편이지만, 전날 겨우 2시간 눈을 붙인 그에게 술잔을 권하기 미안했다. 정 힘들면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안재모는 “그래도 술을 앞에 놓고 어떻게 마시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첫 잔을 비웠다.
이제 겨우 24살이지만 그의 연기 경력은 8년째에 접어든다. KBS 1TV <왕과 비>에서 연산군 역을 맡아 그의 연기력이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스타로 올라서지는 못했다. 그는 “난 1.5군이었던 셈”이라 표현했다. 1군이 아프거나 부진할 때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1.5군. “대본이 처음 내게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스타들이 캐스팅을 거절할 때, 촬영이 임박해서야 내게 연락이 왔다.”
그를 ‘국민의 아들’로 만든 SBS TV <야인시대>는 어땠을까. “결정된 건 빨랐다. 그런데 결정된 이후에도 말이 많았다.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는 소문을 자주 들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해 내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싶었을 정도로.”
밥을 안주 삼아 그는 술을 마셨다. 그날 처음 먹는 식사라고 했다.
“근데 오기가 생겼다. ‘그래, 너희들이 날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지. 뭔가 보여주겠다’는 투지도 생겼다. 그래서 힘들었던 7개월을 버텨낼 수 있었다.” 3~4잔의 술이 들어가자 금새 눈이 풀렸다. 따뜻한 밥과 술 몇 잔이 들어가니 몸이 확 풀어진다고 했다.
1월 6일 마지막 촬영을 하기 전인 1월 3일 음반이 나왔다. 2년 넘게 준비한 음반이었다. <야인시대> 때문에 음반 발매가 자꾸 늦어졌다.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야인시대> 촬영이 끝나자 마자 하루도 쉬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
“연기자는 내 직업이다. 하지만 아직 가수가 내 직업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내가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않는가? 팬들이 좋아해줘야 비로소 가수 역시 내 직업이 될 수 있다. 그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이다.”
연기자보다 가수로서 등장할 때 반응이 훨씬 대단해 자신의 인기를 새삼 느낀다.
■ 스타가 되고 났더니…
스타가 되긴 됐는데, 일단 몸이 너무 아프다. “이틀만 연속 액션 신을 찍어도 웬만한 사람들은 나자빠진다. 그걸 7개월 했다. 몸이 성할 리 없다. 그런데 계속 무대에 올라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씁쓸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언뜻 스쳐 지나갔다.
스타가 되고 나니 사람들이 보였다. “날 차별 대우 했던 사람들은 나의 성공을 깎아 내렸다. 배 아픈 게 있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우물거린다. 하지만 늘 내게 따뜻했던 사람들은 내 성공을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해준다.”
스타가 된 후 그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일이 많았다. 화가 났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이렇게 일을 만든 사람들을 패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나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속셈인데 그게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왜 모르는 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주 한 병을 거뜬히 비우고 두병째. 마시면서도 그의 몸 상태가 걱정됐다. 고교 시절 술을 배운 그는 소주 6병까지 마셔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됐는데 혹시 인기가 떨어지는 걸 걱정하지 는 않을까. “떨어져도 상관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좋아서 선택한 일임엔 분명했다. 그는 늦둥이다. 셋째 형과 8살 차이가 난다. “부모님이 딸을 낳고 싶어 해서 하나 더 낳기로 했는데?나였다.” 두 형은 의사이고, 막내 형은 사업한다. 집안 분위기상 안양예고에 진학한 그는 별종이었을 터.
요즘 79클럽 멤버인 강타 신혜성과 자주 만난다. “잠 잘 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난다. 워낙 서로 믿고 의지하며 지내는 데다 가수로는 훨씬 선배이기 때문에 이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안재모가 막 톱 스타로 올라선 현재의 고비를 잘 이겨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3시간쯤 같이 술을 마시다 “강타와 혜성이가 술 마신 거 알면 방송에서 놀릴 텐데…”하며 둘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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