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치킨· 파스타 재료 다양하게 섞고
각자 입맛에 맞는 드레싱 뿌려 먹으면 든든한 메인디시화가 이윤희씨의 식탁은 이제껏 보아온 어떤 가정의 식탁보다 단순하다.
샐러드 한 접시와 금방 구운 빵 한쪽, 그리고 한 컵의 음료수가 전부다.
채식주의자(vegetarian)여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하면 오산. 샐러드 접시의 야채들 사이사이에 닭고기가 적잖이 눈에 띈다.
이윤희씨(48)는 이런 식으로 식사 패턴을 바꾼지 몇 년 됐다. 남편이 미국인이어서 가능했지만, 간단하게 적게 먹고, 적게 갖고 살자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식탁마저 ‘미니멀리스트’로 전환시켰다. 소유를 극도로 절제한 삶의 모습은 집안 곳곳에 배어있다.
2베드룸 전체를 깨끗한 마루바닥으로 깐 이씨의 집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단정하고 절도있는데, 그 빈 공간들은 예술작품들로 꾸며져 조용하지만 격조있는 분위기를 품어낸다. 그녀도 전에는 고기에, 감자요리, 야채, 빵을 모두 다 갖춰 식탁을 차렸다고 한다.
그런데 매일 그렇게 해먹다보니 일이 너무 많고, 칼로리도 높고, 부엌이 복잡해서 안 되겠더란다. 그때부터 치킨 샐러드나 파스타 한 접시에 빵. 그렇게 식탁을 차려왔는데 얼마나 간편하고 좋은지, 샐러드와 드레싱에 대한 연구가 날로 발전해 전문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윤희씨처럼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특히 미용에 신경쓰는 여성이나 다이어트를 중요시 여기는 젊은이들은 샐러드 한 접시만으로도 한끼 식사를 대신하곤 한다.
샐러드를 풀포기와 야채 몇가지를 늘어놓고 소스 찍어 먹는 사이드 디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재료를 다양하게 섞고, 거기에 어울리는 드레싱을 뿌려 먹으면 그 자체만으로 든든한 메인 디시가 된다.
감자샐러드, 치킨샐러드, 스테이크샐러드, 야채샐러드, 파스타 샐러드, 에그샐러드, 과일샐러드, 치즈샐러드, 참치샐러드...
샐러드야말로 얼마든지 창조력과 시험정신을 발휘하기 좋은 음식이다. 수많은 야채들을 이렇게도 섞어보고, 저렇게도 섞어보고, 드레싱도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만들어볼 수 있다.
이윤희씨 따라서 올해는 샐러드와 친해져볼까.
배추· 양배추 ·아루굴라 어우러지면 향기 신선
무와 비슷한 멕시칸 감자, 샐러드 재료로 그만
시든 야채는 아깝다 생각말고 주저없이 버려야 이윤희씨의 치킨 샐러드는 맛과 향이 매우 독특하다. 배추와 양배추, 아루굴라(arugula), 숙주나물, 지카마(jicama), 가반조 콩, 중국식 튀긴 차우면, 볶은 호두를 닭고기와 섞어 드레싱을 뿌리는데, 쫀득쫀득한 닭고기와 아루굴라에서 풍겨나는 겨자향, 그리고 직접 만든 참기름 드레싱의 향이 한데 섞여 산뜻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비결은 이씨가 직접 개발한 닭고기 양념과 볶은 호두와 드레싱. 다음은 만드는 법이다.
닭고기
통닭을 삶아서 살만 발라낸 후 잘게 찢어 소금, 흰 후추, 마늘즙을 약간씩 넣고 버무려둔다. 한 마리를 삶으면 10회 이상 해먹을 양이 나오므로 1회분씩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10~20분 전에 밖에 꺼내놓으면 데울 필요 없이 그냥 사용할 수 있다.
볶은 호두
마켓에서 깐 호두 한봉지를 사다가 만든다. 프라이팬에서 버터를 중간불에 녹인 후 작게 부순 호두를 넣고 노릇노릇하게 타지 않을 정도로 익힌다. 불을 끄고 여기에 꿀을 넣어 잘 섞는다. 쿠키 시트위에 왁스 종이를 깔고 호두를 골고루 편다음 냉동실에 15분정도 넣어 호두를 굳힌 후 비닐백에 보관한다. 이 호두는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샐러드뿐 아니라 그냥 먹어도 훌륭한 간식이나 안주가 될 수 있다.
드레싱
식초 1/4컵, 식용유 1컵, 설탕 7큰술, 참기름 4큰술, 순한 왜간장 2큰술, 소금 1작은술, 생강즙 조금(손가락 2개를 으깬 분량)-이 재료를 병에나 밀폐용기에 넣고 잘 흔들어준다.
한편 이씨는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이 야채도 궁합이 잘 맞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배추와 양배추, 아루굴라가 그것으로 함께 어우러져 신선한 풀향기를 낸다.
멕시칸 포테이토라고 불리는 지카마는 모양은 감자처럼 생겼지만 속은 전혀 다른 야채. 무와 비슷한데 매운 맛 없이 달고 바삭거려 샐러드 재료로 그만이다. 가반조 콩은 캔에 든 것을 사용하고 차우면도 중국마켓에서 살 수 있다.
작가답게 실험정신이 투철한 이씨는 뭐든지 처음 보는 식품은 반드시 사먹어본다고 한다. 먹어보기 전엔 절대로 맛을 알 수 없기 때문. 일단 시식해보아 입에 안 맞으면 다른 재료를 더 넣어 새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전혀 맛이 없는 것은 미련없이 버린다.
예를 들어 지난 주에 새로 사본 와사비 드레싱은 맛은 괜찮은데 좀 걸죽한 것 같아서 올리브 오일을 첨가했더니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선 신선한 재료를 파는 곳을 찾아 자주 다녀야 하고, 시든 야채는 아깝다고 생각 말고 다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씨는 빵도 라브레아 베이커리나 트레이더 조에서 이탈리안 브레드(Authentic Italian Bread)를 사다가 오븐에 5분가량 구워 먹는다.
껍데기는 두껍고 파삭하며 속은 쫀득쫀득한 이 빵은 금방 딱딱해지기 때문에 먹고 남으면 그날로 반드시 버린다.
이윤희씨는 이외에도 페타치즈와 그릭 샐러드, 올리브, 케이퍼, 로메인 상추등을 재료로 한 다른 종류의 샐러드도 각자 잘 어울리는 드레싱과 함께 식탁에 올린다. 파스타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그녀는 기회가 되면 파스타와 소스 레서피도 소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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