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1일은 설. 음력으로 1월1일이다.
2003년 새해 한 달을 다 보내고 또 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첫날을 맞는 것이다.
설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신정보다는 설에 차례를 많이 지낸다. 설을 쇠는 한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한인 최다 밀집지역인 플러싱에서는 오는 2월1일 대대적인 설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이 많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설’ 행사를 펼치고 있다. 올해도 많은 학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이 ‘설’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뉴욕시에서는 올해부터 설에 자동차 주차 규정(Alternate Side Parking)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 비록 설이 다른 공휴일처럼 시 정부의 휴일로 제정된 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역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설이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 주류사회에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이들이 종종 있다. 아마도 ‘설’이 미 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이에 대한 자녀들의 질문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일 게다. 물론, 설을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효과적인 설명 방법이 필요할 뿐이지.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첫날, 음력 1월1일은 설이다. 설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새해 아침에 입는 새 옷인 ‘설빔’을 입고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절을 드리는 ‘차례’를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 새해 인사인 ‘세배’를 한다. ‘세배’를 할 때는 손아랫 사람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새해에 복을 기원한다. 어른들은 소원성취나 건강을 비는 뜻에서 ‘덕담’을 해준다.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떡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이렇듯 새해 첫날인 설은 하루 종일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들으면 일년 내내 그러하고, 좋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일년 내내 배부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날이다. 이는 설은 묵은 1년은 지나가고 이 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데 1년의 운수는 그 첫날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던 탓인 것 같다.
또한 설은 조상숭배와 효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돌아가신 조상과 자손이 함께 하는 아주 신성한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설은 세속의 시간에서 성스러운 시간으로 옮겨가는 교체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평소의 이기적인 세속 생활을 떠나서 조상과 함께 하며 정신적인 유대감을 굳힐 수 있는 성스러운 시간이 바로 설이라
는 뜻일 게다.
’설’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하나는 ‘한 살 나이를 더 먹는’에서의 ‘살’에서 왔다고 한다. 곧 ‘살’이 ‘설’로 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장이 선다"와 같이 쓰이는 ‘선다’의 ‘선’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설다(제대로 익지 않다)’에서 왔다는 것. 또 ‘삼가다’나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의 옛말 ‘섧다’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다.
첫, 두 번째 어원에 따르면 ‘설’의 의미는 새해 새날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세 번째 견해에서는 설은 몸가짐에 그릇됨이 없도록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이다.이를 볼 때 ‘설’의 의미는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고 몸과 마음가짐을 조심한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2003년 새해의 첫 달이 어느 새 다 지나고 있다. 그리고 오는 2월1일 또 다른 새해의 시작인 설이 다가온다. 이럴 때일수록 새해 한 달을 보내면서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은 많은 이들이 ‘설’부터 새해를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핑계일수도 있지만 그 실패를 거울삼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2월1일 설부터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한인들.
오는 설에는 자녀들에게 올바른 ‘설’의 의미를 설명해줌과 더불어 스스로도 또 다른 새해 첫날을 맞이하며 몸과 마음을 다스려 반복되는 실수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연창흠 <편집위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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