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핵 문제를 대하면 혼란스럽고 착잡하다. 많은 언론이 북핵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 정황만 설명하는 기본적 논조일 뿐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가 또 포연에 휩싸이나’라는 불안감에서부터‘어차피 통일되면 우리의 핵인데...’라는 위험한 낙관론까지 의견이 사분오열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핵탄두를 갖고 있다고 모두 핵 보유국은 아니다. 핵탄두의 운반수단인 미사일과 그것을 분산 배치할 수 있는 보관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야만 진정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터뜨릴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그런데도 왜 핵을 보유하려고 들 야단일까? 학자들은‘공포의 균형’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한다. 즉, 분쟁국가들(예를 들면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쟁 억지나 견제수단으로 핵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고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 아닐진대, 미국이 전쟁불사까지 외치며 북한을 압박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북미간 갈등을‘오만한 부시 대통령’과‘무모한 독재자 김정일’의 대립이라는 시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난 94년 6월 전쟁 일보직전까지 몰고 간 미국의 정권은 강경 매파가 득세하는 현재의 공화당이 아닌 대북 유화정책을 견지했던 클린턴 민주당 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핵과 관련된 미국의 세계 정책은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강경하다는 사실을 먼저 주지해야 한다. 핵 개발을 포기한다면 당근을 줄 수 있지만 기어코 핵을 개발하겠다면 몽둥이를 꺼내드는 것이 미국 핵 정책의 기저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주변 국가 중 핵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이‘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핵을 가질 것이며 이 같은 선례가 전 세계에 파급되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이라크와 달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제일 먼저 일본이 핵 개발 포기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받은 방공망 기지를 공격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휩쓸리게 된다. 필연적으로 한국과 일본에 산재한 100 여개의 핵 발전소가 피해를 입게될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 등도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게돼 결국 주변 열강들이 모두 한반도에 집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아울러 김정일은 이라크 공격을 2년 넘게 준비한 미국이 완벽한 제압전략을 수립했다고 판단하고 다음 목표는 당연히 북한일 것으로 우려한다고 상정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핵 보유를 공식화함으로서이라크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함축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새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실질적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북한이‘핵 개발 주사위’를 던지게 한 동인으로 볼 수 있다. 남한의 개혁 드라이브는 원하건 않건 대북 정책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어 노 당선자의 발언이 단순한 취임 전 일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50년간의 사고방식을 떨쳐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북핵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보고 싶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적당한 선에서 서로 손해보지 않는 절충을 일삼는 정치를 싫어한다. 많은 한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 여론이 한 곳으로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오히려 당연하다. 이제 고정관념과 인식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역사는 깨어있는 사람에게만 다가온다고 믿는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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