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미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00년 전 구한말 하와이 사탕수수 밭이었다. 이때 온 한인들의 수는 1000명 정도로 예상보다는 적은 숫자였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하와이가 공기 맑고 꽃이 만발하는 지상천국이라고 홍보하며 많이들 올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기가 무서워 ‘가난해도 내 나라에서 살자’며 오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당시는 미국이란 나라가 한인들에게는 멀고도 낯선 곳이었다.
그런 땅에 청빈낙도를 즐기던 한인들이 와서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는 고생을 해가며 개척의 횃불을 들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렇게 많은 한인들이 기회와 부의 나라인 미국에 와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들의 피와 땀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들의 노고 덕분으로 전 미주에 200만 가까이 되는 한인들이 퍼져 나름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해 가고 있다. 게다가 당시 사탕수수밭에 온 한인들 중에는 기독교인이 70%나 돼 이들이 뿌린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이제 미주한인사회는 엄청난 기독교세 확장을 가져왔다.
뉴욕 경우도 이들의 첫 발을 기초로 이미 50여 년 전부터 한인 이민자들이 들어와 맨하탄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 교회는 그 당시 한인들이 오기만 하면 먹고 잠자고 체류에 필요한 서류를 만드는 일을 도와 주었다. 또한 직업도 구해줌으로써 마치 지금의 영사관과 여인숙, 직업 알선소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발전한 것이 뉴욕 일원에서 50만이라는 한인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교계도 번창을 이루어 엄청난 발전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이제는 동포간 반목과 질시도 다반사로 보일 정도로 부작용 역시 빚고 있다. 어쨌거나 뉴욕의 한인사회 발전 역시 하와이 한인 이민자들의 노고와 희생이 없었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미주의 한인 이민 100년 사는 특별히 감회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 한 해는 또 다른 백년사의 출발선이자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금 미주 전역에서는 하와이를 시작으로 지역마다 조직된 기념사업회가 동분서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뉴욕에는 기념사업회가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기념사업회란 말 그대로 한인들의 이민 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인사회에서 동포들을 대표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그런데 그 근본 취지에 어긋난 채 동포들의 화합과 단결을 해치는 형태로 조직이 운영된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또한 이 조직을 통해 개인의 영달이나 명예, 이익을 추구하려는 단체나 기관이 있다면 이는 동포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대 뉴욕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50만 한인동포들을 화합과 단결로 이끌면서 올 한 해를 100년 전에 이민 와 피땀 흘린 선조들을 기억하며 기리는 쪽으로 운영되는게 마땅하다.
자칫 본 뜻을 흐리게 해 그들의 노고와 희생에 먹칠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동포사회에는 기념사업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름이 주는 의미처럼 기념사업회는 이민선조의 뜻을 반영하고 후세들도 당당하고 건전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념 행사 등을 합당한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결코 몇몇 한인들이 중심이 돼 많은 돈이나 모아 거대한 행사를 치르고 생색이나 내자고 태동된 기구가 아니다.
현재 사업회가 준비하는 사업들을 보면 물론 명분이 있고 뜻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 사업을 하기 위해 진행하는 방법이나 운영, 절차 면에 있어서 동포들의 화합과 단결을 저해하는 일이 있다면 마땅히 시정돼야 할 일이다. 또한 기념사업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해 이익이나 보고자 하는 단체나 조직이 있어서는 더 더욱 안될 일이다.
아무리 거창한 행사라 할지라도 취지가 흐려진 상태에서 만들어진 사업을 보게 되면 과연 후세들을 위해 땀흘린 선조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부끄러운 일이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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