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거르는 직장인·다이어트 여성·해장 생각 취객들
“잠재고객 많아… 그래, 죽집이다”
4년 일한 주점 바로 옆 개업 입지좋아
에스크로·시설비등 창업자금 10만달러
타운 평균 한끼값에 밑반찬 푸짐하게
인근 아파트 발로 뛰며 광고전단 붙여
미국 생활 5년 차인 김이주(33)씨는 타운 6가와 베렌도의 복고주점 ‘단성’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한 지 4년 만에 같은 상가에 식당 하나를 차려냈다. 11가지 죽을 파는 죽 전문점. 밤이면 취객들이 해장식으로 많이 찾아 일석이조요, 상부상조다. “4년 간 한솥밥 먹은 단성사에 보은이라도 하는 것 같아 기분 좋다”는 김씨. 한국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미국 와서 ‘꿈도 안 꾸던’ 창업을 한 생짜 초보의 창업기를 들어봤다.
김이주씨가 지난달 13일 죽 전문식당 ‘복죽’(3303 W. 6th St.)을 창업 업종으로 택한 건 반은 직감, 반은 모험이었다.
당초 분식점이나 닭 전문점, 해장국 등을 고려했으나, 한국서 죽 전문점이 성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승산을 타진해 봤다. 아침 거르기 일쑤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몸매 관리에 민감한 여성, 깔끔한 건강식 찾는 중년, 밤마다 타운에 벅적이는 취객 등이 모두 잠재고객 아닌가? 게다가 위치는 술집 옆.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한국의 죽 전문식당들을 웹 서핑하고 중국타운을 돌아다니며 메뉴를 구상했다.
식당 쪽으로 맘을 굳히기까지는 업소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창업은 남의 얘기로만 알고 ‘단성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돈 모으던 시절, 한 상가에 있는 타이 식당에 자꾸 눈이 가더란다. 6가 복판이라 트래픽은 늘 많고, 술집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 발렛 파킹만 해결하면 이보다 좋은 목은 없겠다 싶었다. 일찌감치 타이식당 자리를 ‘찜’해 두고 창업자금을 모았다.
에스크로와 인테리어, 시설, 음식 재료비까지 창업자금은 10만여달러. 3분의1은 은행론, 나머지는 창업주 자본이다. 김씨는 이때 그간 닦아온 인간관계로 1만∼2만달러는 절약했다며 고마워한다. 단성사 사장이 나서 에스크로비를 깎아주고, 인테리어도 지인이 도와 재료비만 들고, 주방 아주머니까지 알음알음으로 스카웃했다. 원래 식당 자리라 시설은 가능한 그대로 사용했다.
최종 메뉴는 전복죽·새우죽·굴죽·야채죽·호박죽·잣죽·단팥죽·깨죽·닭죽 등 죽 종류를 망라하고, 맛이 깔끔한 김치죽과 굴·새우·전복·스캘럽 등 해물을 듬뿍 넣은 스페셜 복죽을 개발했다. 가격은 5달러99센트∼7달러99센트로 타운 평균 한끼 값에 맞추되, 죽은 어딘가 허전하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재료를 넉넉히 쓰고 밑반찬을 보강했다. 김밥과 라면, 직접 빚은 물만두, 만두국도 추가했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스페셜 복죽(7달러99센트)으로, 신선한 해물이 건강식으로 어필했다는 게 자체 평가다.
다음은 광고 전략. 죽 전문점이 처음 생겼다는 걸 알리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인근 아파트를 찾아가 집집마다 현관문 눈높이에 광고전단을 붙이고 다녔는데, 효과가 꽤 크다고 한다.
업소 간판에 ‘코리안 익스프레스 푸드’라고 썼듯 신속 서비스를 무기로 배달과 투고도 많이 한다. 그래야 아침식사 대용으로 투고하는 손님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대대로 이 식당은 점심 한때만 붐비지 않고 출근길 직장인부터 출출한 오후 간식이나 환자용 투고, 야밤 취객들까지 꾸준히 손님이 든다. 고객층도 다양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타인종도 전체의 20∼30%를 차지한다.
750스퀘어피트 남짓한 업소라 주인과 종업원이 따로 없다. 김씨가 직접 배달하고 만두도 빚는다. 오픈한 지 불과 한 달 됐지만 죽만 하루에 150여 그릇 팔리니 출발치고는 괜찮다는 평이다.
“숙취 해소로는 해장국이나 월남국수가 인기지만 너무 거하다는 손님들도 많거든요. 부담 적고 소화 잘되는 해장식 신주류가 될 날이 머지 않았죠.”
인터뷰 중에도 바삐 만두피에 물 묻히느라 여념이 없던 이 당찬 사장님의 포부였다.
(213) 738-8977.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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