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이백년의 첫걸음을 위한 토론①-박정현
갈 길은 참으로 멀고 험난하다. 요즘 미국의 유명일간지 주간지 지역신문 한국신문 할 것없이 모두 떠들썩한 남북한 보도를 보면서 하는 생각이다. 한국이 안정되고 성숙한 문화를 토대로 세계무대에 올라설 수 있는 길은 이젠 너무도 멀어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만 같다.
What’s up with Korea (한국은 대체 어떻게 된거야)? 하고 엊그제 마주친 젊은 미국인 동료가 대뜸 만나자마자 던진 말이 생각난다. 북한과 남한이 뒤죽박죽이 되어 세계무대에서, 미국에서 또 한번 영광스럽지 못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유월에 공들여 세운 대~한민국 이란 뿌듯한 탑을 스스로 하룻밤 새에 무너뜨려 버렸다. 한국인들은 이제 거리의 패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이 와중에 미국 전역에서는 각종 한인 미주이민 백주년 기념행사가 추진되고 있다. ‘긍지의 백년’ ‘비전의 백년’등 하나같이 거창한 머릿글을 보았는데 정말 그럴까? 우리모두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백년을 뒤돌아 보고 또 오는 백년을 설계해보는 한인들의 토론의 광장이 무엇보다 더 필요하지 않을까? 몇가지 떠오르는 질문을 여기 적어본다.
첫째로 한국의 삐뚜러진 반미운동과 북핵의 문제가 갈수록 점점 악화된다면 우리동포가 아닌 그 누구가 고운 시선으로 이 각종 행사들을 보아 줄 것인가?
둘째로 미주 한인들은 백년을 뜻있게 기릴만한 자랑스러운 이민문화를 세웠는가?
셋째로 미주 한인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있으며 그들의 새 백년대계는 무엇인가?
넷째로 미주 한인들은 미국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으며 미국사회에 대하여 무슨 기여를 하였는가?
이 모든 점에 대한 대답은 대체로 회의적인 것 같다. 나는 25여년을 미국에서 살며 지켜보았는데, 한국인들은 개인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은 많지만 집단적으로는 별로 사랑받는 민족이 아닌 것 같다.
베짱이처럼 미국의 거대한 경제력의 단물은 열심히 잘 빨아먹었다. 그럼에도 미국에 대해서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며 강한 자들에게는 겁장이고 약한 자들 (동남아계 타인종들이나 특히 멕시칸과 흑인들) 에게는 야비하리만큼 거만하다. 그뿐인가. 나 좋은대로 하지 않는 자는 누구이건 참지 못하고 실컷 욕을 해주어야 속이 풀린다. 황금만능주의가 지나쳐 가족은 물론 자기자신마저 희생하며, 몇푼만 벌어도 지나치게 거드럭거린다...
많은 미주 한인들이 한국의 반미풍조에 대해 조금씩 더 불안해하고 있다. 혹자는 미국이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한다 하고 또 혹자는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반미운동의 진실한 이유를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어림도 없다. 세계의 여론이나 미국의 시선은 사소한 잘잘못의 재판을 기다리지 않는다. 크게 보이는대로 마음을 정할뿐이다. 남북한을 계속 혼동하는 것도 양쪽이 모두 부정적인 극한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여 깨어나라. 반한(反韓) 풍조를 막는 길은 당신 손 안에 있다 - 믿고 사랑하고 이웃이 되고픈 민족이 되는 것이다.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며, 정직하고 겸허하며 사람좋은, 모든 면에 저력있는 민족이 되어보자. 조금 더 검소하고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친절한 이웃이 되어보자.
주부들이여 분발하라. 한치의 여유나 시간이 있으면 미국을 배워보라. 멋진 서부영화를 보며 미국의 과거를 알아보고 미국잡지와 신문을 보며 피부로 미국을 느껴보고 영어를 배우라. 미장원에서, 한국 비데오 보면서 보내는 한나절을 아이들의 학교에 가서 보내보라. 엄마가 모르는 미국을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온 청교도들의 후손으로 세워졌지만 오늘이 있기에는 그들은 무한한 땀과 피를 흘렸다. 하씨 영하 65도의 혹독한 겨울, 서부 개척의 기나긴 시련, 원주민과의 갈등, 영국,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와의 처절한 투쟁이 있었다. 그들은 이겼고 그 후손들은 불과 몇 백년만에 세계 최첨단의 최강국을 이루었다. 그들의 인격 또한 계급과 구습에 얽매이지 않고 여권(女權)과 소수민족의 인권을 신장한 국민으로 발전했다. 누가 뭐라해도 엄청난 업적이 아닌가.
한국의 이민자들도 본국인들 보다 한발 더 나아가고 깨어난 문화를 이루어야 한다. 뿌리는 잊지 않으로되 잎과 과실은 더욱 풍성한 그런 문화와 인격을. 이민 백주년을 뜻있게 기린다는 것은 이러한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뜻있는 이들이 선도하는 심포지움이 줄지어야 한다. 미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이 웅장한 대지를 음미하며 이 다양각색한 민주주의의 나라를 포용하려는 노력을 우리 개개인이 일심단결로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민 백주년의 호화로운 축제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jhpark@cw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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