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4분기 1.1% 떨어져 올 2·4분기까지 지속 전망
LA 대형 아파트들 공실률 급상승… 10%이상 빈 곳도
관리업체들 임대료 동결·한달 무료렌트 등 적극 판촉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렌트가 주춤해지고 있다. 최근 전국 주요 대도시의 아파트 렌트가 보합, 하락세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부 아파트의 경우 한동안 대기자 명단에 올라야 입주가 가능할 정도로 뜨거웠던 LA 한인타운 내 아파트도 지난해 말부터 렌트 인상폭이 둔화되는 등 진정기미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타운의 경우 유닛이 적은 아파트들은 여전히 빈 유닛이 얼마 없어 렌트 조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100유닛 이상의 대형 아파트들은 공실률이 최대 10%에까지 이르고 있어 전체적으로 렌트 상승과 아파트 부족 상황은 어느 정도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렌트도 올 들어 주춤해지며 2~3년간 최고 연 10%씩 뛰던 인상률도 소폭에 그치고 있으며 렌트가 동결된 곳도 적지 않다.
타운 중심부에서 100유닛 이상의 아파트 관리를 하고 있는 한 매니저는 “지난해 말부터 공실률이 급격히 상승, 현재 20유닛 가까이 비어있다”며 “이는 최근 몇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빈 유닛이 늘어난 일부 아파트의 경우 한달 무료 렌트 등을 내걸고 테넌트 잡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타운내 100여세대의 아파트를 관리하는 업체의 관계자는 “지난 3~4년간 타운의 렌트는 지속적으로 올라 이제는 상한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낮은 모기지 금리 등으로 한인들의 주택 구입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02년 전국 렌트는 2~3분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1.1%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1·4분기나 2·4분기까지 이어지리라고 전망하면서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렌트가 다시 상승하기 전에 장기 리스계약을 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2003년 전반기 몇 개월 동안은 렌트 하락으로 리스 계약이 활발히 이뤄지고 나면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RB)가 이자율을 올려도 될 만큼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렌트 하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이미 2001년 4·4분기 2.7%의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2002년 1·4분기 렌트가 다시 오르면서 아파트 소유주들은 렌트 하락이 끝났다고 여겼으나 수요가 줄자 렌트는 다시 떨어지게 됐다.
원래 10~12월은 연중 리스계약이 가장 적은 시기이긴 하지만 2001년과 2002년 연속으로 4·4분기 렌트가 느린 상승이 아닌 하락을 기록했다는 점은 현재의 렌트 하락을 주목하게 하고 있다. 렌트 하락은 하이텍 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지역과 대대적인 신규 아파트 건축이 이뤄진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텍사스 오스틴은 1년 전 대비 12%, 덴버는 10.4% 하락을 기록했다. 애틀랜타 8.7%, 샤롯데는 8% 떨어졌으며 중북부 달라스와 시애틀의 평균 렌트도 6% 하락했다.
렌트와 함께 움직이는 아파트 공실률도 증가했다. 뉴욕의 부동산 조사회사 ‘레이스’에 따르면 2000년 4·4분기 평균 3%에 머물던 아파트 공실률이 꾸준히 상승해 현재 전국 평균 6.1%로 추산되고 있다.
주택과 아파트 공급 부족에도 불구, 렌트가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 유닛의 증가다.
1990년대 아파트 수요가 치솟으면서 건축업계는 빠른 시간에 많은 아파트를 지었다. 1999년 16만2,104유닛이 지어져 1988년 21만6,181유닛이 지어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완공 아파트는 2001년 11만8,512유닛, 2002년 11만717유닛으로 다소 줄었지만 2003년에는 11만2,883유닛으로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경기 둔화가 잠재적인 아파트 입주자들의 수입을 불안정하게 만든 것이다. 동시에 낮은 이자율은 아파트 렌트를 하고 있는 입주자들이 집 구입 결정을 앞당기도록 하고 있다.
남가주를 비롯한 플로리다 남부, 워싱턴 DC 등은 높은 주택가로 인해 모기지 페이먼트 비용이 아파트 렌트보다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렌트가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점차 주택구입 가구의 증가와 아파트 건축 등으로 전국적인 렌트 하락이 일반화되면서 이 지역에서도 렌트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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