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점을 본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앞날이 불안하거나 궁금하면 점집을 찾고 있다. 젊었을 때는 점에 대해 우습게 여긴다. 미신이라 멀리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도 모르게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이 바로 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도 점을 좋아한다. 점은 분명 비과학적이다. 그러나 인터넷 네티즌들이 더욱 점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들은 과학교육을 받았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신세대들인데도 말이다.
이제 새해 때마다 이들로 인해 인터넷에서 운세를 볼 수 있는 ‘사이버 점집’은 늘 북적거린다. 젊은이들로 인해 사이버 점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점에 이용되는 컴퓨터가 과학시대의 첨단 기기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점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해주는 모양이다.
물론, 사이버 점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간편히 찾을 수 있다는 편리함과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젊은층의 인기를 끄는 것일 게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점괘가 맞고 안 맞고는 나중 문제 그저 재미와 편리함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기성세대들 대부분은 점괘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새해 운세가 길운이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삼재가 있다거나 운세가 안 좋다는 점괘가 나오면 땅이 꺼지듯 한숨을 내뱉기 일쑤다.
점을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현대인들이 일간스포츠를 통해 ‘오늘의 운세’를 미리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의 운세’를 통해 일진을 살피며 하루를 가늠하고 마땅한 처신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점은 그저 점일 뿐이다. ‘운명은 사람하기에 달렸다’는 말도 있는데 한해의 점괘 정도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잠시, 파자점(破字占)에 얽힌 태조 이성계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우선, 파자점이란 한자(漢字) 하나로 미래를 예언하는 점을 일컫는 것이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저잣거리에서 파자점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무심코 물을 문(問)자를 골랐다. 이에 점쟁이는 글자모양을 가리키며 "오른쪽으로도 임금 군(君)이요, 왼쪽으로도 임금 군이니 어느 모로 보나 임금이 될 인군지상(人君之相)"이라고 했다. 점집을 나선 이성계는 한 행인에게 부탁했다. "저 점쟁이에게 파자점을 보되 물을 문자를 짚으시오"라고. 이에 행인 역시 물을 문자를 짚었으나 점쟁이의 예언은 딴판이었다. "문(門) 가운데에 입(口)을 대고 있으니 거지가 될 걸인지상(乞人之相)"이라고 했다.’ 이렇듯 자점설화(字占說話)는 대개 ‘같은 글자의 상반된 운명’을 다루고 있다. 즉, 설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운명은 사람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하기 나름이듯 점괘 역시 마찬가지인 게다.즉, 인간의 운명은 생각이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그리고 착하고 악한 일들을 겪을 때 모든 문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생각이다. 착한 사람이 된다거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것 역시 남에게 달린 것이 아니고 환경에 따른 것도 아니며 스스로의 생각에 따른 결과 아니겠는가.
흔히 ‘재수가 있다’고 하는 것은 ‘때를 만났다’ ‘의외의 이익이 있다’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재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재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운이 따를 리가 없다. "나는 되는 일이 없어" "나는 운도 안 따라" 하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은 자기에게 암시를 걸어서 스스로가 ‘재수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중국 고전에 ‘화기는 행운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밝은 마음으로 긍정적,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행운’이 따라온다는 뜻이다.
올 한해의 점괘가 좋지 않아 어두운 마음을 갖고 있는 한인들.
인간의 운명은 생각하기 나름인 만큼 움츠리지 말고 더욱 ‘만족감’ ‘자신감’ 등 밝은 마음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를 길러, 마음속에 행운을 불러들이면 어떨까.
연창흠 편집위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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