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맛 가미된 유러피안 요리
유명식당 납품하는 직접 구운 빵 일품
계절따라 특선메뉴 마련 미각 돋워
‘로켄와그너(Rockenwagner)의 주인 한스는 참 좋은 남편 감이다. 음식 잘 만드는 요리사이자 뚝딱거리며 가구 잘 만드는 목수이기도 하니 저런 남자와 함께 사는 여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워진다.
로켄와그너는 실내 곳곳에 한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시원한 로프트 스타일의 천장 아래엔 작은 조명이 30촉 백열등처럼 그네를 타고 한스가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든 테이블과 의자는 공간을 더욱 우아하게 연출해 준다. 예술가가 만든 제각기 다른 형태의 가구들로 인해 디너 테이블에는 다양성과 개성이 넘친다.
그의 가구 만드는 출중한 솜씨는 하우스 뷰티풀 매거진(House Beautiful Magazine)을 비롯한 잡지 그리고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Channel) 등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기도 했었다.
살짝 엿보이는 주방 앞에는 한스의 소장품 가운데 하나인 1930년대의 푸주간 고기 자르는 기계가 떡 하니 들어와 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사 모은 부엌용품과 와인들 역시 그가 직접 짜 만든 캐비닛 안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산장의 나무 집처럼 꾸민 주방 입구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흰 눈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왼쪽으로는 커다란 호수와 야산, 나무, 구름, 하늘이 그려진 대형 벽화가 펼쳐진다. 바바리아의 이상적인 낙원은 리처드 크리글러라는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 보탄과 프리카 그리고 그들의 딸 발퀴레가 “호요타!”를 외치며 말을 달려올 만한 장면이다.
냅킨에 로즈메리 한 가지를 꽂아 두는 섬세한 터치만 보더라도 로켄와그너의 음식이 얼마나 신선하며 향기가 넘칠까 기대하게 된다. 코스가 바뀔 때마다 웨이터는 한스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는 묵직한 식기 통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와 정렬한다.
로켄와그너의 빵은 샌타모니카와 말리부 등지의 파머스 마켓, 피츠 카페와 뉴즈룸 등 유명 식당에 납품될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독일식 프리츨 빵과 치즈 빵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참깨와 해바라기씨, 파피씨, 보리 빵 등 종류도 다양한 빵을 버터를 발라먹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빵 잘 만드는 베이커리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크리스마스 때면 전통적인 독일 슈톨른을 판매하기도 한다.
한스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프랑스, 스위스와 국경을 함께 하는 독일 남부인 슐링인(Schliengen) 지방. 덕분에 그는 감자와 소시지가 주식인 독일보다는 프랑스 요리를 더 많이 맛보고 자랐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요리를 기본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나오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동양의 터치를 더한 메뉴는 들여다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정규 메뉴 외에도 시즌마다 특선 메뉴를 마련하고 이메일과 우편으로 부지런히 알려와 계절마다 찾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튜나 타르타르(Ahi Tuna Tartar)는 사시미 감으로도 손색이 없는 신선한 참치를 참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무쳤다. 감자 뇨끼(Potato Gnocchi)는 향기로운 버섯을 듬뿍 넣었는데 그릇도 옴폭한 것에 담아 주니 영락없이 수제비다.
프와그라(Foie Gras au Torchon)는 테린 스타일과 살짝 겉만 익힌 두 가지 스타일로 준비했는데 크렌베리의 쌉싸름한 맛이 특이하다. 칸딘스키의 현대회화 같은 기하학적 무늬의 접시가 잘 어울린다.
메인 코스도 생선과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종류대로 갖추고 있다. 간장과 미소로 양념해 살짝 구워 맛깔스런 대구(Marinated Broiled Black Cod)는 굵은 아스파라거스를 내 천(川)자처럼 늘여 사각의 야채 만두로 점을 찍었다.
해물 찌개(Thai-Inspired Seafood Bouillabaisse) 맛 좀 볼까. 코코넛 밀크와 레몬그래스로 맛을 낸 소스는 타이 요리에서 영감을 얻었고 밑에 깐 소바 국수는 일본의 영향이며 부이야베스라는 형태는 프랑스의 것. 한 접시 안에서 동서의 문화가 만나 꽃을 피워낸 국적 불명의 해물탕인 셈. 왕새우(Spicy Glazed Jumbo Gulf Shrimp)는 매콤새콤한 맛에 씹히는 느낌이 쫄깃쫄깃하다.
싱가포르 스타일의 튀긴 국수가 동그랗게 케이크처럼 곁들여 나오는데 중국 요리에서 흔히 대하던 블랙 빈 소스를 끼얹어 친숙하게 느껴진다.
흰색의 누가 파르페(Nougat Parfait with Fresh Berries)는 천사의 부드러운 입맞춤, 까만 색의 초컬릿 타르트(Warm Chocolate Tart)는 거절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적인 키스 맛. 디저트만 맛보기 위해서라도 가끔 찾고 싶을 만큼 맛있다.
Tips
▲종류: 클래식 유럽 요리의 영향을 받은 컨템포러리 캘리포니아 음식.
▲오픈 시간: 일~목요일은 오후 6~10시. 금·토요일은 오후 5시30분~11시. 일요일에는 오전 10~오후 3시까지 브런치도 제공한다.
▲가격: 전채 요리는 9-18달러, 메인 디쉬는 23~29달러이며 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에는 4가지의 요리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시식 메뉴(Tasting Menu)를 일인당 32달러에 즐길 수 있다.
▲주차: 발레 파킹 4달러.
▲주소:435 Main St. Santa Monica, CA 90405. 10번 W.→Lincoln Bl. 출구 1A방면으로 내리면 이 길이 Olympic Bl.로 이어진다. Lincoln Bl.에서 좌회전→Pico Bl.에서 우회전→Main St.에서 좌회전하면 Edgemar Complex 내에 있다.
▲예약 전화: (310)399-6504.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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