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우리 지연이는 6학년입니다. 지연이는 지금까지 성적이 우수하였고, 또 시험 때가 되면 열심히 공부를 하기 때문에 엄마로서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역사와 수학 두 과목에서 B를 받아 왔습니다. B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런 성적이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특히 수학은 영재를 지나 7학년 반에서 공부를 하거든요! 궁금하여 선생님을 찾아봤습니다. 역사는 시험에서 모두 A를 받았는데 팝 퀴즈(pop quiz, 벼락시험)에 모두 C, D를 받았답니다. 수학은 답은 맞았는데 그 문제 푸는 과정을 거치지를 않았는데… 답만 맞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왜 그 과정을 보는지? 혹시 선생님이 우리 지연이가 딴 학생의 답이나 베껴 썼다고 생각하는지? 과연 우리 지연이가 문제가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하는지?” -6학년 지연이 아버지
팝 퀴즈(pop quiz, 벼락시험)
팝 퀴즈는 학생이 시험 공부할 준비기간을 주지 않는 상태에서 갑자기 보는 시험이다. 팝 퀴즈를 실시하는 선생님마다 그 이유나 횟수, 형식 등이 다양하다. 팝 퀴즈의 내용과 성질을 분석하여 보자.
1. 강의시간에 선생님의 강의내용을 위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이 내용 중에는 가장 핵심적인 것을 물으며,
3. 중요한 핵심을 모르고는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가 힘들다고 판단될 때 주로 팝 퀴즈를 치르게 하니 이 퀴즈는 교과과정의 일부이다.
4. 만일 교과서나 다른 교재의 내용 가운데 강의시간에 미처 못 다룬 내용이 있었다면, 숙제로 내고 그것이 팝 퀴즈로 나온다.
■해결책
지난 2주에 걸쳐 예습과 노트 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이번에도 역시 그 답은 충실한 예습과 노트에서 찾는다. 그러나 노트 필기 중에서도 다음에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교과서를 읽고 예습할 때 질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1. 질문 만들기:
A. 질문의 종류.
i. 학생이 몰라서 묻는 질문
ii. 학생의 호기심 때문에 일어나는 질문(교과서에는 다루지 않은 영역)
B.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질문으로 만들어간 후에 강의를 들어야 한다.
C. 어떤 선생님은 강의시간에 질문을 받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강의가 끝난 후라도 반드시 질문의 답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규명하는 것은 학생의 책임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질문하여 그 답을 알아내는 것은 선생님이 가르쳐서 아는 것보다 10배의 효과가 있다.
2. 강의 듣기:
강의를 들을 때 가끔 선생이 “이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이것은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인데” “이 특별한 부분은”이라고 지적하는 부분도 있고, 가끔은 아주 직접적으로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것은 시험에 날 문제인데”라고 강조한다. 선생님만큼 학생들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예습할 때 질문을 미리 만들어 오고 그 질문의 답을 강의시간에 이해해야 한다. 또 강의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하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 옆에 PQ(pop quiz)라고 적어 둔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강의가 끝나자마자 마크해 둔 부분, 즉 자신의 질문의 답과 PQ라고 쓰여져 있는 부분만 2~3분 들여다보면 팝 퀴즈의 90~100점을 못 맞을 이유가 없다.
지연이 아버지의 둘째 질문:
지연이가 수학문제를 풀 때 과정을 통과하지 않아서 비록 답이 맞았다 하더라도 C나 D를 맞은 것인데 ‘질문은 답만 맞으면 그만이지 반드시 그 과정을 통과해야 하나?’ ‘만일 통과해야 한다면 그 과정이 왜 중요한가?’
수학에는 계산하는 부분이 있고, 응용문제(word problem)가 있다. 계산 부분은 생각하는 개념이 바탕이지만 외워서 되는 부분도 있다(예: 구구단 외우기). 지연이가 수학의 과정을 안 밟았다는 말은 계산 면의 수학이라기보다는 응용문제라고 본다. 응용문제는 추상적인 사고력이 요구되는 분야로서 읽기를 통해서 한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예: 읽기-과자 15개가 있었는데 9개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남은 것은 몇 개나 되나? 그 답은 물론 15-9=6이다. 그러나 개념파악, 즉 읽기를 못 했으면 우선 15-9라는 계산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읽기의 과정(사고력의 과정)
A. 수학
i. 외워서 하는 과정-15개의 블럭을 학생에게 주고 거기서 9개를 빼내게 한 후에 남은 블럭을 세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셈을 할 줄 아는 아이가 9개를 기계적으로 못할 학생은 없을 것이다.
ii. 15-9=(10+5)-9=(10-9)+5=1+5=6이라는 과정을 통과할 수도 있다.
iii. 15-9=15-(10-1)=, (-)와 (-)가 합치면 (+)가 되는데 왜 그럴까? (15-10)+1=5+1=6 여기서 답은 똑같이 6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3가지 방법을 썼다. 사고력 발달에서 첫번째는 단순히 블럭을 셀 줄 아는 것으로 문제의 답(6)을 낼 수가 있다. 숫자 세기는 순전히 암기로 할 수 있으므로 사고력까지 동원됐다고는 볼 수 없지만 두번째와 세번째는 그 과정이 간단하지 않고 많은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와 (-)가 합하면 (+)가 된다’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B. 수학 아닌 다른 과목의 경우
i. 저학년-저학년일수록 그냥 외워서 할 수 있는 공부가 많다. 국어, 역사, 지리 등은 단순히 암기력으로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왜(why)?, 어떻게(how)?, 무슨 방법(method)? 등은 생각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3년 고개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내용은 옛날 어느 시골에 한 고개가 있었는데 그 고개를 넘다가 넘어지면 3년밖에 못 산다는 전설이 전해져 왔다. 하루는 한 노인이 그 고개를 넘으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히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나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넘어지셨다. 그 후 그 노인은 3년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비관하고 계셨다.
한 아이가 할아버지를 찾아가 “할아버지 더 살고 싶으시면 한번 더 넘어지세요. 그러면 6년 더 사실 것이고, 6년 이상 더 살고 싶으시면, 또 한번 더 넘어지시면, 9년을, 또 12년, 15년 될 것 아니에요”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그럴 것도 같다며 여러 번 넘어져서 오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단순히, 어디서-3년 고개, 누가-노인, 언제-옛날, 무엇-넘어졌다 정도로만 하면 암기력에 도움이 되겠으나 사고력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을 고차원적인 사고력으로 펴 나간다면,
ii. 중학교 수준-3년밖에 못 산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어린 아이가 6, 9, 12년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낙관적으로 생각을 바꾸어 놓은 이야기.
iii. 고학년-할아버지의 생각-숙명론을 믿는 사람(fatalism), 어린 아이-자신의 의지를 믿는 사람(one’s will)과의 이야기인데 결국 세상은 숙명론이 아니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순전히 읽는데 어떤 과정을 통하여 생각함으로 그렇게 변할 수가 있다. 즉, 사고력 발달에는 그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주입식 교육에서의 제일 큰 맹점이 이 과정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외우는 것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외운다’는 것은 공부의 근본 바탕의 역할만 할뿐 공부의 목적이 될 수가 없다. 지연이의 선생님이 수학문제를 풀 때 그 과정을 요구하는 것은 그 수학의 맞는 답보다는 지연이의 수학능력에서 사고능력을 향상시키려는 그 과정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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