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하와이 한인이민백주년 특집
▶ ▲경제:대를 잇는 한인기업 키우며 경제력을 모으자
하와이 한인사회가 이민100주년 기념사업이란 역사적 과업을 추진하며 가장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잔치 자금’을 만드는 일이다.
미주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 기부 명단을 보면 하와이 한인사회의 경제적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한국정부와 하와이주와 시당국 그리고 현지은행및 기업을 제외하고 나면 1만달러이상 기부자 명단에서 하와이 한인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결국 하와이 한인사회는 든든한 커뮤니티의 경제적 뿌리없이 개미군단의 위력으로 이민100년 기념 잔치상 차리기를 준비하고 있는 셈인데 다행히 풍성한 문화적 유산과 이민선조들의 남다른 교육열에 의해 성장한 뜻있는 이민후손들이 있어 이민100년 축하 잔치는 준비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우리의 이민선조들은 후손들을 미국내 각계각층의 전문 관리직에는 성공적으로 진출시키면서도 ‘천석꾼 만석꾼’ 부자는 왜 배출하지 못했을까.
이같은 질문에 대해 한국학센터 에드워드 슐츠소장과 김창원회장은 "상공활동을 천시한 한국의 뿌리깊은 ‘사농공상’ 유교적 사상이 하와이 한인이민사회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문대양대법원장이나 하와이 한인 이민4.5세대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한인후손 가계에서도 증명된다. 문대양주대법원장은 양복점을 운영하며 자신을 가르친 부친의 가르침(공공질서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강조)에 따라 법관의 길을 걷게 되었고 대법원장 동생 역시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한인2.5세 에블린 손씨도 "사탕수수농장과 파인애플농장에서 노동으로 우리 5자매를 키워 낸 부모님은 평소 ‘돈’보다는 사회봉사와 사회활동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우리들을 교육시켰다"고 회고한다.
그래서인지 최씨 가문도 4.5세대에 이르기까지 자영업을 하는 후손은 한 사람도 없고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이나 관리/경영직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 더해 하와이주 경제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인구조사 결과 하와이 주민들의 평균소득은 4만9천820달러로 하와이는 경제적인 부를 이루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제3의 이민집단으로 분류되는 60년대 이후 하와이에 정착한 한인1세들 가운데에서는 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탕수수농장 이민 선조들이 와히아와지역을 중심으로 이민생활 기반을 잡았다면 60년대 후반 한인이민자들은 와이키키 인터내셔널마켓을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다진후 인근 호텔이나 키아모쿠등지에 한인상권을 형성하고 오늘날에는 오아후 전역에 한인 상권의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또한 이들 가운데에는 2세들에게 가업을 대물림하며 주류사회에서도 주목받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공인들이 속속 등장하며 앞으로 100년 한인경제계 전망을 밝게한다.
주내 가구시장 선두자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ABC가구점(대표:정동래)이나 한국산 식품류를 하와이 전역은 물론 미본토와 태평양연안국에 홀세일하고 있는 고하식품(대표:김현식)등이 그 대표적인 업체로 1세가 일구어 논 비즈니스에 현지에서 교육받은 2세가 가담하며 주경제 중견업체로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
ABC가구점(대표:정동래)의 경우 1977년 정동래사장 혼자 가구수리 일을 시작한 이래 30여년이 지난 오늘에는 4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연 수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가구수리, 제작은 물론 스폰지업체등을 거느린 가구전문점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은 ‘정직한 노동의 댓가’를 믿는 1세 창업주의 여문 손끝의 탓도 있지만 이곳에서 교육받은 1.5세 3형제와 두딸등 다섯 자녀들이 운명적으로 모두 부친의 사업을 가업으로 이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야기였다.
한국식품 홀세일업체 ‘고하식품’ 역시 폴 김사장이 1973년에 인수한 고하식품마켓을 30년이 지난 오늘 주전역에 한국식품은 물론 식품용기와 현대인의 입 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냉동생선류 음식을 개발해 하와이는 물론 한국과 일본, 미본토등지에 가공식품을 공급하는 식품개발 무역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고하식품의 비즈니스 성장 배경 역시 성공적인 가업잇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고하식품은 1세가 개척해 온 비즈니스에 대학에서 전문경영인 수업을 마친 2세가 동참하며 로컬사회는 물론 태평양연안국으로 그 시장을 넓혀가며 몸집을 키워갈 수 있는 견고한 경영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같이 대를 잇는 한인 비즈니스가 하나 둘 늘어나 주류사회에 깊은 경제적 뿌리를 내려갈때 한인사회 경제력신장은 물론 후세들의 주류사회 진출에 커뮤니티가 그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신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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