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로토’플레이오프 점검
2002∼2003 NFL시즌의 승자는 ‘퀵픽’(Quick Pick)으로 뽑아도 그만이다. ‘수퍼로토’처럼 그 어느 번호를 찍어도 당첨률은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구태여 머리를 쥐어 짜 봤자 골치만 아프다. 올 NFL 정규시즌은 유례없는 대혼전이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주까지 무려 19개 구단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살아있었다. 이는 NFL 신기록이다. 이 같은 향상은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된다. 17주에 걸쳐 총 32개 구단중 12개 ‘노른자’ 구단만 걷어냈지만 아직도 뚜렷한 선두주자가 안 보인다. 2장 수퍼보울 티켓이 걸린 ‘잭팟’은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4일 포스트시즌 개막을 앞두고 AFC와 NFC, 양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팀들의 전력을 점검해 본다.
AFC
레이더스·제츠·타이탄스 ‘3파전’
◎AFC
전체적으로 1번시드 오클랜드 레이더스, 2번시드 테네시 타이탄스(이상 11승5패), 그리고 4번시드 뉴욕 제츠(9승7패)의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수퍼보울로 가려면 ‘블랙 홀’(Black Hole)을 거쳐가야 하는데 한번 ‘블랙 홀’에 한번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극성 레이더스 팬들은 이렇게 큰 소리 친다. 레이더스가 탑시드로써 홈필드 이점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더스는 또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이미 타이탄스와 제츠를 물리친 바 있어 안방 2연승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레이더스는 숏 패스로 먹고사는 팀으로 ‘KO 펀치’가 없다. 팀 브라운(36)과 제리 라이스(40) 등 ‘낡은 무기’들을 앞세운 레이더스의 ‘잽 공격’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못된다. 이에 초년생 감독 빌 칼라한의 전술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테스트를 받는 것이며, 키커 세바스천 재니카우스키는 다리 힘은 발군이지만 기복이 심해 찬 공이 과연 어디로 날아갈지 알 수가 없어 박빙의 승부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심쩍은 부분이 여러 군데 있다.
이 때문인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AFC의 우승후보는 제츠다. 지난 달 29일 시즌 피날레에서 NFC의 강호 그린베이 패커스를 42대17로 대파하는 등 2승5패 뒤 7승2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어 제츠의 수퍼보울 진출을 점치는게 거의 ‘유행적’이다.
제츠의 오펜스는 폭발적이다. 라버니어스 콜스, 산타나 모스, 웨인 크리벳 와이드리시버 ‘3총사’와 특급 러닝백 커티스 마틴 등 NFL에서 가장 ‘무기’가 많은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쿼터백 채드 페닝턴도 시즌 도중 주전 쿼터백으로 발탁된 뒤 작년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 우승의 주역 탐 브레이디와 같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의 선수다.
레이더스와 제츠가 스팟라이트를 독차지하는 바람에 타이탄스는 거의 잊혀진 상태다. 그러나 타이탄스는 3년전 수퍼보울에 올랐던 ‘관록’의 팀으로 사실상 AFC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제프 피셔 감독의 전술과 쿼터백 스티브 맥내어의 지휘력은 이미 검증된 것으로 타이탄스는 최근 11경기에서 10승을 거둔 무서운 기세를 몰고 플레이오프 무대에 도착, 3년전 딱 1야드가 모자라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설움을 날려버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병으로는 올 시즌의 ‘신데렐라’ 클리블랜드 브라운스(9승7패)를 꼽을 수 있다. 부치 데이비스 감독의 브라운스는 불과 4주전 경기 종료 1초전만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종료와 동시에 “혹시나∼”하고 공중에 띄운 롱패스가 역전 터치다운의 ‘기적’을 낳아 극적으로 살아나 마침내 구단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이룬 ‘운명의 팀’이다.
디펜시브라인이 ‘철벽’인 브라운스는 시즌 피날레에서 주전 쿼터백 팀 카우치를 다리부상으로 잃었지만 백업 켈리 홀컴에 맡겼을 때 오펜스가 훨씬 위력적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다.
그밖에 스틸러스의 빌 카워와 콜츠의 토니 던지 감독은 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약하다. 정규시즌 전적은 승률이 더 높은 감독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전술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스틸러스는 올 정규시즌 브라운스를 상대로 2승을 올렸다. 그러나 연장전 승리를 포함, 그 2승의 점수차는 합쳐 고작 6점에 불과했다. 한국계 와이드리시버 하인즈 워드는 브라운스에 유독 강한 면을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역시 수퍼보울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챔피언 - 테네시 타이탄스>
NFC
1~5번시드 전부 ‘조건부’ 우승후보
◎NFC
NFC에서는 꼴찌시드인 애틀랜타 팰콘스(9승6패1무)를 제외하고 1번부터 5번 시드가 모두 ‘조건부’ 우승후보다. 모두들 약점이 있다.
우선 2번 시드 탬파베이 버카니어스와 3번 그린베이 패커스(이상 12승4패)는 홈필드 이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팀들이다. 버카니어스는 화씨 40도 이하의 추운 날씨면 거의 사족을 못쓰는 수준이며, 패커스는 반대로 꽁꽁 얼어붙는 날씨면 천하무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패커스는 역사상 단 한번도 플레이오프 홈 경기에서 패한 적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패커스는 지난 주 뉴욕 제츠전 패배가 치명적이었다. 바로 그 경기에서 수퍼보울 진출의 꿈이 날아갔는지도 모른다.
버카니어스는 누가 ‘탑시드’ 필라델피아 이글스(12승4패)만 꺾어주면 홈 2연전을 가능하지만 또 하나의 조건이 붙어있다. 허리부상 때문에 2주 연속 결장한 쿼터백 브래드 잔슨이 돌아와야 한다. 러닝게임이 형편없는 버카니어스가 잔슨 없이 물리칠 수 있는 팀은 정규시즌에 2번 완파한 팰콘스 밖에 없다. 팰콘스는 일단 패커스의 안방 불패 신화를 깬다 해도 버카니어스의 ‘밥’이다.
공·수 밸런스가 가장 완벽한 팀으로 보이는 이글스도 큰 약점을 안고 있다. 발목이 부러져 지난 8주 동안 뛰지 못했던 주전 쿼터백 다나븐 맥냅이 돌아와 NFL 연봉 챔프의 실력을 발휘해야 결승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맥냅이 돌아와 녹슨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49ers 대 뉴욕 자이언츠(이상 10승6패) 1회전 매치의 승자도 과소평가 할 수 없다. 특히 자이언츠는 지난 주 이글스와의 시즌 피날레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장 대접전 끝 10대7로 신승 했지만 경기내용은 일방적이었다. 자이언츠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 경기였다.
따지고 보면 자이언츠는 불과 2년전의 수퍼보울 준우승 팀이다.
<예상 챔피언 - 뉴욕 자이언츠>
<이규태 기자> 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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