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증시‘우울’… 월드컵 마케팅‘활력’■ 참석자
안상호 부장, 박흥률 부장대우, 김장섭·이해광·하천식 차장, 김수현·배형직·양지웅 기자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올 한 해 한인경제는 어땠는지 분야별로 한 번 되짚어 보기로 합시다.
▲3년 연속 하락한 증시 때문에 한인 투자자들과 브로커들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타운내 한 증권사는 거의 모든 브로커가 투자자로부터 주식투자와 관련한 소송에 걸려 있을 정도로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죠. 주식관련 소송에 관한 기사가 나가자 문의 전화도 적지 않았습니다.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은 어느 해 못지 않게 뜨거웠습니다. 특히 한 한인 여성이 다운페이먼트 보조프로그램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한 실례가 소개되자 문의전화가 쇄도해 정상업무가 어려울 정도였어요. 한인들의 내집 마련 관심이 그만큼 크다고 봐야겠지요. 취재과정에서 다양한 기관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이를 한국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소개서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월드컵은 한인사회에 사회, 문화적 영향과 함께 마케팅 열풍도 몰고 왔습니다. 열광적인 열기는 모든 업소에 이어져 ‘기분에’ 무료나 대폭할인 가격을 내거는 업소가 줄을 이었죠. 특히 공동응원을 처음 시작해 타운의 시청앞 역할을 한 식당 알배네와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 코리아타운플라자는 월드컵 이후 최대의 수혜 업소로 꼽힐 만 합니다.
▲올 한해 타운을 뜨겁게 달궜던 아씨마켓 노사분규는 결국 해결을 못 본 채 내년으로 넘어갔지만, 불매운동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요. 처음에는 점심을 서서 해결하면서 거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매운동을 진행했던 노동자들도 결판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몇 달째 접어들자 요새는 파트타임제로 출근하는 모습입니다. 이들 불매운동원들이 아씨 손님들에게 다른 특정 마켓으로 갈 것을 권유하는 발언이 문제가 돼, 한 때 마켓업계에서는 마켓 간 경쟁업체들이 은근히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으나 사실무근이죠.
▲올해 타운에는 유난히 외지바람이 드세 서울뿐 아니라 전국 팔도에서 음식점들이 들어왔는데, 누가 원조냐는 논쟁만큼 ‘이 맛이 진짜 서울 맛이냐’는 믿거나 말거나 설도 제기됐죠. 한국의 본점 주인들이 직접 온 일부 업소를 제외하곤 사돈의 팔촌이나 친척, 혹은 수제자를 자처하면서 ‘전수된 입맛’을 주장하는 현지인들도 있어 확인할 길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올 가을 진출한 한 식당은 LA 표준량을 모르고 서울의 ‘깍쟁이 양’을 내놓았다 뒤늦게 양을 늘리는 등 현지 적응에 땀을 흘리기도 했죠.
▲요식업계의 경우 빼놓을 수 없는 현상 중 하나로 소주방 급증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비즈니스나 마찬가지로 ‘막차’를 탔던 한인들은 큰 재미를 못 봤다고 합니다. 타운 인근 한 카페업주의 경우 한 달이 넘게 1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소주방으로 개조했는데 막상 오픈하고 나서는 영업이 신통치 않아 두 달도 못돼 다시 카페로 뜯어고치기도 했어요. 이 업주는 앉아서 고스란히 몇 십만 달러만 날렸다며 후회했습니다. 몇 몇 소주방들도 몇 달 새 주인이 바뀌는 등 철저한 시장 조사 없이 유행에 편승한 비즈니스가 얼마나 성공하기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웨스턴 타운상가에 대한 LA교육구의 토지수용령 발동도 큰 뉴스였습니다. 특히 올해 초 주인이 바뀐 한 입주 업소의 경우 희비가 교차하기도 했죠. 가게를 판 상인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잘 되던 가게를 고심 끝에 매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토지수용령이 발동,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합니다. 이 상인은 “가게를 인수한 업주에게는 미안함을 느낀다”면서 “비즈니스에는 운도 따라야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털어놨어요.
▲타운 아파트 렌트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들은 ‘더 싼 아파트’를 찾아 헤매는 등 힘겨운 한해를 보낸 반면 랜드로드들은 모처럼 호황을 만끽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랜드로드가 바뀌며 렌트를 급격히 올려 테넌트들의 ‘엑소더스’ 현상까지 발생했던 한 타운내 아파트의 경우 한동안 테넌트를 찾지 못해 고생했다고 합니다. 다급해진 랜드로드는 렌트 인상폭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태를 막았다고 하지만 입주자와 랜드로드가 공생관계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어요.
▲유달리 세탁업계가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한 해였습니다. 2021년부터 퍼크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2007년 11월부터는 4세대 퍼크기계로 교체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남가주 대기정화국(SC AQMD) 실행위원회를 11대0으로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한인업주들이 격렬한 반대시위까지 벌였지만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죠.
▲업계가 입을 광범위한 피해가 주류언론의 기사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더군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는 업계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사가 ‘발암물질 함유 가능성이 큰’이라는 구절로 시작되었고요. 다시 말하면 환경단체의 주장은 먹혀 들어간 반면 한인이 주축을 이루는 업계의 입장은 실종되었습니다.
▲3개의 한인은행들이 현금거래규정 위반으로 줄줄이 적발되는 등 된 서리를 맞은 가운데 일부 은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컨설팅 비용으로 상당히 많은 비용을 염출, 직원들 보너스까지 줄어들었다는 후문이예요. 직원들은 강화된 현금거래규정 숙지를 위해 시험을 치루고 이사들까지 주말에 나와 현금거래법규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는등 정말 힘든 한해를 보냈습니다.
▲LA 한인상의가 추진중인 타운 상징조형물 건립작업이 결국 올해도 이렇다할 실마리를 짓지 못하자 한 사업을 너무 오래 끄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연초에 10번째 한인은행 ‘퍼시픽 시티 뱅크’가 문을 연다는 기사가 나가자 저 멀리 샌디에고에서부터 북가주에 이르기까지 돈많은 한인 투자가들의 문의가 잇달았어요. 샌디에고에서 모텔을 경영한다는 한 한인투자가는 여유자금의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문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닷컴기업 열풍도 사라지고 증권투자도 시들해진 가운데 그래도 수익이 입증된 한인은행에 대한 투자가 인기를 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입니다.
▲올해는 9.11테러의 파장이 컸던 작년보다는 경기가 나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002년 역시 이라크와의 전쟁과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어요.
▲엔론과 월드컴 등 대기업의 회계부정으로 증시 불안에 부채질을 하는 사건들이 많이 터져 경제를 어렵게 만든 한해이기도 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노무현정권의 경제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인들의 관심사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태평양이 계속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LA와의 경제교류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야 겠지요. 특히 놀고, 먹고, 입는 문화는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서울과 LA는 밀접한 관계에 있어 보입니다.
▲미국생활을 경험한 유학생들이나 미주한인사업가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좀더 세련되고 서구적인 분위기의 사업에 성공하면 다시 LA로 이 사업이 돌아오는, 태평양을 왔다갔다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다운타운 한인업계는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어요. 경기도 안 좋은데다 노동법 단속이 대폭 강화돼 업주들의 숨통을 조였기 때문이지요.
▲9·11테러 이후 경기가 예전 같이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정작 일터에서 업주들을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스웨트샵 근절을 위해 제정된 노동보호법(AB633)이었어요. 근로자들은 환영할만한 법이지만 업주들은 노동법위반 행위에 대한 원청 및 하청업체의 연대책임 조항에 대해서는 ‘군사독재 시절 연좌제와 같은 법’이라며 분개했습니다.
▲지난 10월초 AB 633이 본격 시행되면서 주 노동청은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의류·봉제협회 측과 잇따라 만남의 시간을 주선했지만 노동청이 이같은 모임을 마련했던 목적이 법 개정을 위해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아니라 법을 예정대로 집행하겠으니 따라오라는 통보를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업주들의 요구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어요.
▲황당한 공익소송 때문에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본 업주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헌법상 소송권이 보장돼 있다하더라도 존재하지도 않는 공익단체의 이름을 앞세워 약소 업주들을 괴롭힌 몰지각한 변호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요.
▲문제의 변호사들은 베벌리힐스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있는 3명의 신출내기였어요. 이 중에는 한인도 1명 끼어있었습니다.
지요. 주변호사협회에 확인해 보니 이들 모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지 2년밖에 안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익소송에 희생양이 됐던 한 한인 리커상은 이같은 소식을 듣고는 ‘나도 아들이 법대 다니지만 어이가 없다.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할 짓이 없어 약한 업주들만 골라 이런 짓을 하는가’라며 혀를 차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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