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근본정신은 알고 보면‘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경우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국가가 박수를 보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체질개선을 계속함으로서 시장을 주도할 때 엄청난 보상이 따르지만 그 반대로 비효율적이며 방만한 경영체계는 추상같은 벌이 주어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이 최근 파산절차를 밟았다. 대규모 항공사가 파산하면 종업원들은 물론 경제 각 부문의 관련산업 또한 도산을 면치 못하게 돼 불황을 더 심화시키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UA의 구원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UA가 정부의 임시지원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과 함께 기업운영에서 부단한 효율성 향상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해 준다.
UA는 종업원 8만명(이중 조종사만 8,600명), 보유 비행기 630대, 그리고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LA, 워싱턴 D.C.등 국내 주요도시를 거점으로 미국 내 여객 수요의 20%를 커버하는 막대한 항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뿐인가. 아시아에서는 도쿄, 유럽에선 런던을 중심으로 전 세계인에게 항공 서비스를 제공해 항공업계의 대명사로 불러 손색이 없었다. 돌이켜 보면 UA의 비극의 씨는 이미 1994년에 뿌려졌었다. 최근까지 그 실체가 감추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해 UA는 종업원 주주제도를 도입하고 회사주식의 55%를 종업원 소유체제로 바꾼다는 중대한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극소수의 회의론자를 제외하고 회사 안팎이 대찬성이었으며, 그러한 획기적 결정에 갈채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UA 여 승무원들이 가슴에 회사의 주인임을 알리는 표찰을 달고 자랑스럽게 근무하는 듯 보여 주위의 부러움을 샀고 다른 경쟁사들에게는 항공사 운영의 표본이라도 되는 듯 사기가 충천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에 맞이한 호경기는 UA뿐 아니라 많은 거대 항공사들의 방만한 경영 허물을 감추고도 남았다. 심각한 문제들이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불거진다는 사실은 경제의 기본법칙이지만 흥청거리는 시절에는 이 법칙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경영방침도 운영을 잘못하면 그 취지와 정신에서 빗나가기 시작하고 결국 독이 되어 그 기업자체를 파산으로 몰아 부친다. 종업원 주주제도의 취지는 종업원들이 애사심으로 봉급을 경쟁회사보다 덜 받으면서 근무는 더 오래 함으로서 회사가 큰 이익을 내게하고 그 과일은 자동적으로 종업원들 손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와는 반대로“우리회사인데 일은 덜하고 봉급은 많이 받자”는 식으로 나갔으니 결과는 뻔한 일이다.
종업원 주주제도를 채택한 UA는 한 달에 80시간밖에 근무하지 않는 조종사들의 연봉이 20만달러를 넘었다. 다른 종업원들도 앞을 다투어 봉급 올리기 경쟁을 벌였지만 그들이 회사주인인 판에 아무도 제동을 걸 사람이 없었다. 고용사장 굿윈(Goodwin)은 조종사들의 임금 인상률이 25%가 넘는 선으로 낙찰되자 참지 못한 나머지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회사가 거덜난다’고 바른 소리 한 마디 했다가 쫓겨났다. 회사가 끝장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아메리칸, 델타 등 다른 항공사들도 UA에 상응하는 고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는 직원을 채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항공업계 전체가 높은 인건비 등살에 적자운영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돼 업계 전체가 곤경에 빠지게 됐음은 물론이다.
UA 직원들의 단견은 종업원들은 정년퇴직 하거나 회사를 그만둘 때만 보유 주식을 시장에 매각할 수 있다는 계약상의 중요한 조항을 무시하고 임금인상 요구를 관철시킨 점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팔 수 없는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은 쓸 수 없는 돈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고 결국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주당 평균 45달러씩에 사들였던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투자에 그토록 눈 멀 수가 있을까? 회사의 흑자운영이 도저히 불가능할 만큼 자기들 월급을 올려놓았는 데 주식시장이 그 사실을 눈감고 있을 리 없다. 주식가격이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팔 수 없는 주식을 갖고 있었던 종업원들은 매각할 수가 없었으니 주식가격 하락을 눈앞에 보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자사의 비극은 장본인인 종업원 말고는 아무도 탓할 사람이 없다. 최근 주식가격은 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도 인건비의 대폭 삭감 없이는 낮은 인건비 항공사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Southwest)나 제트 블루(Jet Blue)를 빼고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립니다
지난 십수년간 본보에 연재돼온 ‘손창묵 칼럼’이 본보의 필진 교체 결정에 따라 새해부터 중단됩니다. 수많은 독자들의 호응 속에 본보 사상 최장기 연재물로 자리매김한 손 박사의 고정 칼럼은 중단되지만 앞으로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귀한 글을 써주시기로 했습니다. 애독자 여러분을 대신해 손박사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