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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미국은 왜 전쟁을 좋아하는 것일까. 미국은 9.11 테러 참사의 보복으로 알카에다 테러세력과 그들을 숨겨준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으면 됐지, 이라크도 공격하겠다고 하고, 요즘 북한에 대해서도 심상치 않은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많은 미국 군인이 희생되고, 막대한 전비가 소요되며, 가뜩이나 슬럼프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이 누구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이 터지면 힘을 얻는 곳은 미 국방부(펜타곤)이며, 돈을 버는 곳은 미국의 군수산업이다. 이 군산(軍産) 복합체는 끊임없이 전쟁을 확대하고, 전쟁예산(국방비)을 늘이려는 속성을 갖는다. 워싱턴 정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철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이 있다. 펜타곤과 군수산업, 의회가 삼각형의 한끝을 차지하며, 동일한 이해관계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정
확히 말하자면 군산정(軍産政) 복합체를 말한다.
미국의 국방비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서 냉전 체제가 와해되면서 감소했고, 군수산업체들도 합병 및 인수 등을 통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등 군 현대화를 통한 국방비 증액 정책을 추진했고, 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군사대국으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매년 국방 예산이
10% 이상 증액되고, 미국의 국방비는 미국 이외의 전세계 국방비 총액을 넘어선다.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걷어진 국방비의 최대 수혜자는 군수산업이다. 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롭 그루만,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 등 군수회사들은 이 막대한 국방비를 따먹기 위해 선거가 있었던 2000년 한해에만 9,000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워싱턴 정가에 뿌렸다.
미 의회 의원들이 군수회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치란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군수업체들이 정치자금을 펑펑 써대기 때문에 두 집단이 서로 가까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무기 생산 공장을 지역구에 유치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해당 의원으로 선 표가 생기는 일이다.
펜타곤의 수뇌부도 재야에 있을 때 군수업체에 중역을 지낸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계열사에서 이사를 지냈고, 폴 월포비츠 부장관은 노스롭 그루만에서 고문을, 마이클 윈 차관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제임스 로치 공군 장관, 토머스 화이트 육군 장관, 고든 잉글랜드 해군 장관도 군수회사에서 중역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군수회사 출신들이 펜타곤을 장악하고 있으니, 서로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사실이다.
문제는 ‘철의 트라이앵글’에서 군수업체들의 입김이 막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펜타곤의 무기 수급정책이 군수업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990년대초에 개발된 F-22 전투기의 경우 럼스펠드 장관이 현대화를 위해 폐기할 것을 종용했지만,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이 의회를 설득해 앞으로 10년은 더 생산하기로 했다. 대당
2억 달러에 해당하는 이 전투기가 300대는 더 제작될 예정이니, 록히드 마틴으로선 600억 달러 어치를 수주받은 셈이다.
군수업체들은 전쟁을 수요자로 하는 산업이며, 그들에겐 전쟁이 곧 돈이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뉴욕 증시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 치는데도 록히드마틴과 노스롭 그루만, 레이시온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3년전만해도 뉴욕 증권시장에 인터넷과 통신주가 판
을 쳤지만, 지금은 방위산업주가 인기다.
걱정되는 것은 미국 군수업체들이 끊임없이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사실이다.
10년동안 사양의 길을 걸어온 경험이 있었던 만큼 그들은 테러 이후의 국제정세를 활용해서 사업 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쟁이 없는 세계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불안요인이 아닐까. 아프가니스탄에 포탄이 쏟아질 때 그 포탄의 제작사 주가가 오르는 패러독스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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