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훨씬 지난 나이건만‘크리스마스’라면 선물생각이 앞선다. 새해에 떡국, 추석에 송편 생각나듯 성탄절엔 세속적 의미의 선물교환 생각을 빼놓을 수 없다. 백화점과 샤핑센터마다 혼잡이 극심해서 일년중 매상고가 가장 많은 절기이기도 하다. 성탄절기의 관심은 지구촌 남녀노소 구별 없이‘작은 정성의 전달’일 것 같다.
성탄절에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 클로스는 누구였나? 그는 AD 4년께 부잣집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급작스런 전염병으로 양부모를 잃은 고아로 자라났다. 젊은 나이에 신부가 돼 로마군정의 기독교 핍박으로 10여년간 옥살이도 했다. 그는 많은 기적을 행사해 성 니콜라스로 불리었으며, 터키 남단의 해안 도시인 뎀르 교구에 임명을 받았다.
그는 불우한 이웃과 곤경 당한 사람들을 많이 구제했다. 한번은 한 극빈 가정의 세 딸이 결혼지참금이 없어 창녀로 팔려갈 위기를 맞은 것을 알았다. 그는 두 딸이 자는 방의 창문으로 돈주머니를 몰래 넣어 줘 위기를 모면케 했다. 그러나 셋째 딸이 자는 방엔 창문이 없어 금이 든 주머니를 지붕에서 굴뚝을 통해 내려줬다. 이 이야기가 전해져서 오늘날에도 각 집마다 벽난로에 장식용 선물 버선을 매달아 둔다.
필자의 자식들인 피터(효진)와 한나(효순)도 크리스마스 날 새벽에 올 산타 클로스를 맞기 위해 밀크와 과자를 쟁반에 담아 뒀었다. 물론, 그 아이들은 이제 산타가 실존인물이 아님을 안다. 그렇지만 산타가 살아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4살 짜리 가운데 85%, 6살 짜리 가운데 65%, 8살 짜리 가운데 25%는 산타가 선물을 주는 것으로 믿는다. 이들이 호기심과 아름다운 꿈을 간직한 착한 어린이로 자라나는 것은 권장할 만 하다.
산타의 미스터리를 여지없이 박살내는 성인용 버전도 있다. 연방정부가 산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FBI 요원(연방 수사관)을 북극에 파견했다. 수사관은 깜짝 놀랐다. 방마다 장난감이 수천 개씩 널려 있고 화장실은 악취가 코를 찔렀다. 많은 사슴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고, 산타 자신은 매년 가정 불법침입을 일삼았으며 사슴들은 약재를 밀반입하고 있었다. 수사관은 산타를 전격 체포했고 연방검찰은 그를 약재 밀매, 가정 침입, 산업 스파이, 노동법 위반, 동물학대, 세금 포탈, 음주 운전, 상습 밀수행위 등의 혐의로 종신형과 수억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기소했다. 총각 산타의 행태를 비꼰 패러디이다.
산타 클로스의 실재 여부가 너무너무 궁금했던 8살 짜리 버지니아 오핸런이 1987년 가을 뉴욕 선지에“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계신건가요?”라고 묻는 편지를 보냈다. 독자 투고란에 게재된 답은“그렇단다, 버지니야!”였다. 영향력 있는 신문이 산타의 실존을 증언한 셈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틀림없이 재방송되는 명화‘34가의 기적’도 산타 클로스의 실존을 믿는 어린이들과 이를 부정하는 어른들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인간은 부족하다. 따라서 산타에 대한 흠모는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노인과 헐벗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인색하지 않은 넉넉한 이웃과 눈물을 닦아주는 친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웃은 사촌보다 가깝다고 하지 않는가! 필자의 반평생 지기인 김기수 목사(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대표회장)는“소외된 이웃을 얼싸안고 형제의 우애를 나누는 성탄절을 보낼 것”을 당부하는 카드를 보내왔다.
나누는 미덕은 원시시대부터 전해온 전통이다. 가진 사람에게는 지혜를, 없는 사람에게는 물질의 풍요로움을 바라고 싶다. 돈과 지위는 인간미의 요건이 될 수 없다. 성경도 ‘주는 사람에 복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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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여간 많은 애독자들의 호응 속에 연재돼온‘김현길 칼럼’이 본보의 필진 교체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중단됩니다. 그 동안 좋은 칼럼을 써주신 김현길 박사에게 애독자들을 대신해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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