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보내는 우리 한민족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적어도 다음 두 가지의 상념들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신앙인으로서 예년과 다름없이 찾아오는 성탄절에 관한 종교적 사색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테고, 또한 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가 각기 마음 다른 한 편에 첨예한 관심사로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는 끝이 났고, 성탄절도 며칠 후로 다가왔다.
성탄절, 예수 탄생의 가장 주목할 만한 일은 오신 분이 다름 아닌 마구간을 통해 오셨다는 사실이다. 그는 구태여 왜 마구간을 통하여 오셨단 말인가? 성경은 그리스도가 본래 하나님과 동등된 분이라고 증거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탄생은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초라하고 남루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다.
처음부터 참으로 “낮은 자들, 소외된 자들, 가난한 자들, 병든 자들, 그리고 눌린 자들”과 함께 하는 삶의 모습을 만천하에 보이신 것이다. 이것이 ‘임마누엘’의 사건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하나님과 함께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인간들과 함께 하셨다’는 것이다. 특별히 ‘임마누엘’ 이라는 말은 ‘강한 자가 약한 자가 되셨다’라는 말과 ‘높은 자가 낮은 자가 되셨다’ 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메시아가 이렇게 ‘마구간’으로 오셨으며 그의 삶의 종말이 ‘십자가’였다고 한다면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자들의 삶의 방법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수 탄생의 거룩한 계절에 조국에서는 온 백성들을 골고루 잘 섬겨야 할 ‘봉사자’를 선출하였다. 민주주의의 꽃은 역시 대통령 선거이다. 비록 구태의연한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선동 등을 통한 권력쟁취의 양상을 완전히 떨구어 버리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이번에는 그래도 좀 더 성숙한 선거를 치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다수 민초들은 언제나 과거의 오욕과 상처를 씻어내고 민주, 평화, 통일, 복지를 향한 비전들을 기대해왔지만, 정작 권력을 쟁취하려는 자들은 백성들을 이간시키고 분열시켜왔던 것이 선거철에 등장하는 유감스런 모습이었다. 후보자 스스로는 모두 민주주의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해 왔음에도 적어도 성숙한 민주주의의 꽃이 만발하기까지에는 더 많은 시간들을 필요로 했다.
이제 또 한차례 해산의 고통을 겪은 대통령 선거는 끝이 났다. 성탄의 계절에 조국의 대통령 당선자는 예수 그리스도 탄생의 진정한 의미와 진리를 배우고 숙고했으면 좋겠다. 예수가 왜 굳이 권력과 명예와는 상반된 마구간을 통하여서 오셨어야만 했는지 상고하면서 겸손히 하늘의 숭고한 마음과 뜻을 헤아려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므로 언제나 먼저 사람보다 하늘을 두려워하고, 누구보다도 겸손히 섬길 줄 아는 자가 되었으면 한다. 예수의 ‘섬김’의 품성을 닮은 자만이 정작 민주 사회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명예와 권세와 부의 길보다 오히려 “가난한 자들, 굶주린 자들, 소외된 자들, 병든 자들, 그리고 눌린 자들”과 기꺼이 고통을 분담하며 진심으로 그들을 받들고 섬길 수 있는 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수는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기 위하여”(마 20:28)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이 말씀이 제 16대 대통령 당선자의 가장 중요하고도 원초적인 직무 선언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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