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마다 쿠키굽는 냄새…”
먼곳 친척들과 설레는 만남
진저브레드 향 집안에 가득
평균 16시간 샤핑 일주일전 마쳐
가정당 50달러선 자선단체 기부
이민 온 우리들은 미국인들만큼 크리스마스 문화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고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교회에서 진행하는 성가의 밤이나 캐롤 행사 등만 낯설지 않을 뿐 아이들과 함께 쿠키를 굽고 집안을 둘러 치장하고 온 친척을 초청하며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미국의 전통문화는 아직 몸에 배지 않았다. 미국의 크리스마스란 한국의 설날과 비슷하다. 근본 의미는 다르지만 한국설날은 며칠 전부터 고모, 숙모들이 몰려와 음식을 같이 장만하고 아이들은 때때옷을 기다리면서 세뱃돈 계산을 하곤 한다. 친척집을 돌아다니며 문안인사와 함께 아이들은 선물을 기다리고 무엇인가 즐겁고 설레고 만남이 있는 그런 분위기. 미국에서 자녀를 기르고 있는 우리들도 서서히 이런 문화권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최대 명절인 전통적인 크리스마스를 경제적 측면을 가미해서 살펴본다.
■역할 분담
명절의 주역은 각 가정의 주부이다. 주부의 음식 솜씨와 집안 치장 센스가 가장 돋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주부는 일가친척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고 집안을 장식하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고 쿠키를 굽는다. 이 시즌 부엌에서 나는 고소한 쿠키 굽는 냄새는 아이들이 집 떠난 다음 가장 그리워하는 냄새이다. 한국 설날 때 전을 부칠 때 나는 고소한 냄새처럼. 크리스마스 전통 냄새는 진저 브레드를 구울 때 나는 생강, 계피, 아몬드향에 크랜베리 소스 만들 때 나는 새콤달콤한 냄새 등이다.
쿠키와 함께 먹는 핫초컬릿 냄새도 아이들에게 집을 연상케 하는 향에 속한다. 가장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만하거나 세우고 성탄절 아침 산타가 가져다준 아이들의 장난감을 같이 조립한다. 친구들이 방문하면 바텐더 역할은 물론 가장차지. 온가족이 종교적인 행사에 이때만은 다 함께 참석한다. 연중 가장 큰 종교행사에 속한다.
■집안 장식
한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두 개의 포인세치아, 3파운드의 라이트가 사용된다. 나무는 생나무보다 인조나무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나무의 제일 꼭대기는 예수를 상징하는 별로 장식하는 가정도 있지만 천사로 장식하는 가정이 더 많다.
■단 것을 많이 먹어도 흉이 되지 않는 시즌
1인당 3.5파운드의 단 것을 섭취한다. 캔디 캐인은 1인당 평균 7개를 먹으며 에그노그 2컵에 평균 22개의 초컬릿을 먹는다. 초컬릿 선물시 받는 사람이 포장지를 뜯고 한 개쯤 같이 먹기를 권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에 아무리 절제를 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20개 이상은 먹게 된다. 여성들은 몸무게 걱정이 이슈이다.
■샤핑
16시간을 크리스마스 샤핑에 보낸다. 액수는 한 가정당 1,130달러를 지출하며 대부분 월마트나 타겟 같은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이용하지만 최근엔 온라인 샤핑도 34%를 차지한다. 가족과 친척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위한 선물도 준비한다. 이젠 애완동물도 가족 같은 대우를 받고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산타 스타킹도 자연스레 벽난로 멘틀에 걸리게 된다.
78%의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1주일 전에는 샤핑을 끝낸다. 크리스마스 샤핑은 사실 추수감사절과 함께 시작되므로 미리 끝내 놓는 소비자들이 많다. 6% 정도의 알뜰 샤핑꾼은 지난 1월부터 미리 크리스마스 샤핑을 시작하기도 한다. 남성들이 꾸물대는 사람들이 많아서 26%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샤핑몰로 몰려나오는데 대부분 남성들이다.
■선물
보통 한 가정당 30가지를 포장하고 이에 7꾸러미의 선물 포장지가 소요된다. 선물 포장지가 모자라면 종이백, 만화지, 색상 있는 플래스틱 포장지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리번만 멋진 것이 있다면 요즘은 신문지도 포장지로 활용된다.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을 때는 다시 재포장, 다른 이에게 주기도 하지만 책, 가정용품, 장신구 등은 대부분 간직한다.
■자선
현금, 의류, 음식 등 못 가진 자를 위해 한 가정당 50달러 정도 헌금 및 헌물한다. 가장 인기 있는 자선단체는 역시 샐베이션 아미.
■모임
오피스 파티, 가장이 산타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가족모임 등 주로 1인당 3번의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이들과 함께 카우치에 앉아서 팝콘을 먹어가며 ‘인생은 아름다워’(It’s Wonderful Life) 같은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며 한가하게 조용히 보낸다. 혹은 친척집을 방문하는 자동차 여행을 하거나 하와이, 바하마 등 따뜻한 지방으로 할러데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카드와 사진
1인당 평균 28장의 카드를 보내고 받기도 한다. 카드로는 멋지고 한가한 겨울풍경이 인기다.
할러데이에는 58장의 사진을 찍는다. 원아워 포토가 연중 가장 바쁜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족간에 마구 눌러대기 때문에 단 2장 정도만 진짜 멋지게 나와서 시즌 동안 냉장고 앞에 붙여둘 수 있을 정도다.
■가족의 관심사
주부들은 할러데이 음식으로 살이 찔까봐 제일 걱정이 되고 가장들은 선물 값이 너무 많이 들까봐 염려한다.
아이들은 선물상자 안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들어있어야 할 텐데라며 조바심을 낸다. 올해 여자아이들에게는 해리 포토 인형이 인기고 남자아이들에게는 유기오 카드 컬렉터 틴캔이 인기품목이다.
그러나 대부분 선물이나 파티 때문에 할러데이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서로 무엇인가를 주고받고 웃음과 포옹이 오가는 고무적이고 따뜻한 분위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린다. <정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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