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인 지중해 요리 신비
날마다 색다른 메뉴 풍부한 맛 만끽
우아한 분위기 귀족만찬 초대 받은듯
포시즌즈 호텔(Four Season’s Hotel) 내의 가든즈(Gardens) 레스토랑은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같이 가고 싶은 곳이다.
호텔이란 장소가 본래 지지고 볶고 사는 이들보다는 일상에서 떠나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마주치는 표정마다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입구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이들도 5스타 호텔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보내오니 다른 레스토랑과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 된다.
저녁 시간 짙은 향기로 인사를 건네 오는 로비의 백합을 뒤로하고 가든 코트(Garden Court)로 향하면 그랜드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부드럽게 몸을 감싼다. 화려한 샹들리에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달빛과 별빛을 들여놓은 테라스가 문밖으로 꿈처럼 펼쳐진다.
우아하고 안락한 다이닝룸은 2개의 다른 살롱으로 꾸며졌는데 마치 유럽 귀족의 성에 만찬 초대라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피렌체 스타일로 페인트도 칠하고 선과 문양도 그려 넣은 벽면에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유화 4점이 걸려있다. 박물관에 가면 눈에 차이듯 흔한 소재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변이를 그려 넣은 것이 베니치아 학파의 그림 못지 않게 색깔이 곱다.
붉은 색과 금빛으로 꾸민 커튼과 의자는 마키아벨리가 쓰던 것인 양 호사스럽고 베르나드도 리모지 차이나웨어와 빨간색 물 컵은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풀을 빳빳하게 먹인 리넨의 촉감도 기분 좋다.
가든즈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동양적 색채가 더해진 지중해 스타일의 요리. 스웨덴 출신의 코니 앤더슨(Conny Andersson)은 1979년부터 스웨덴의 유명 호텔 식당과 크루즈 라인, LA의 로란제리(L’Orangerie)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카리브 해와 인도, 몰디브 공화국과 발리 등 전세계 곳곳의 리조트에서 역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발리의 리조트에서 3년간 머물며 맛본 이국적인 음식들은 그의 요리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풍부한 자연 향의 강조는 그가 늘 되새기는 요리의 화두. 본래의 조리법에 그가 여행하고 살았던 지역의 숨결이 더해진 음식은 신비한 맛의 세계를 선사한다. 메뉴를 들여다보며 머리 싸매고 공부를 하는 동안 입이 즐거우라고 가져다주는 꼬마 전채(Amuse Bocca)가 입맛을 돋워준다.
가든즈에서는 매달 다른 지역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달그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발리의 특선(Taste of Bali). 가재 살을 채운 스프링 롤 튀김(Lumpia Udang Barong)과 코코넛 소스로 맛을 낸 새우 요리(Kalio Udang Dan Cumi)에 이어 바나나 이파리를 깐 세 가지 요리가 줄줄이 뒤따라 나온다. 발리 스타일의 샐러드 3선(Gegecok, Karedok and Ayam Pelalah), 발리의 향료로 맛을 낸 거위 가슴살 구이(Bebek Betutu), 발리 스타일의 디저트(Kue Labu)는 그가 여행하고 다녔던 남국의 향취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맛이다.
저녁 메뉴 역시 계절마다 다르고 날마다 새롭게 준비된다. 스페셜로 마련된 조갯살 요리 전채(Quick Seared Nantucket Bay Scallops)는 옥수수를 갈아 만든 그릿츠와 토마토, 베이즐, 아루꼴라 샐러드를 곁들여 색깔과 모양새도 곱고 맛도 흡족하다.
가재 살과 아보카도, 살짝 익힌 참치 회를 오이에 돌돌 만 롤(Maine Lobster and Avocado Cucumber Roll)은 일식 전문점 못지 않았다. 테이블 옆에서 소꿉장난감처럼 작은 프라이팬에다 직접 데쳐 주는 프와 그라는 달게 졸인 모과와 포트 와인 두 가지로 조리해 더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구(Black Cod)는 페퍼콘으로 표면을 발라 익힌 뒤 버섯과 교자, 신선한 야채와 김까지 섞어 다랑어 국물을 넉넉히 부어 내니 동양인의 입맛에 딱 맞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거위 요리(Pan Seared Duck Breast)는 크렌베리 소스의 향이 달콤하다.
크림 브룰레 트리오(Cream Brulee Trio) 외에도 페이스트리 셰프인 도널드 레슬의 창작품을 감상할 디저트는 여러 가지다.
Tips
▲종류: 동양적 색채가 더해진 지중해 스타일의 요리. 매달 마련되는 세계 여러 나라의 5코스 특별 메뉴도 있다. ▲오픈 시간: 아침은 오전 6시30분-11시30분. 런치는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디너는 오후 6시-10시30분. 선데이 브런치 뷔페는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30분. ▲가격: 아침과 점심 전채는 8-15달러, 메인 디쉬는 14-25달러. 선데이 브런치 뷔페 어른은 49달러, 어린이는 25달러. 디너 전채는 12-18달러, 메인 디쉬는 22-36달러. 5코스 특선은 와인과 함께 하면 80달러, 와인 없이는 60달러에 즐길 수 있다. ▲주차: 밸리데이션을 받으면 5달러. ▲주소: 300 S. Doheny Dr. Los Angeles CA 90048. 한인타운에서 3rd St.을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Doheny를 만나 좌회전하면 왼쪽으로 나온다. ▲전화: (310) 273-2222.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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