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5년 전 미국에 파견근무를 나왔다가 최근 영주권을 받았다. 그런데 21세를 훨씬 넘긴 나이 때문에 함께 영주권을 받지 못했던 김씨의 외동딸이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그 곳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는 청년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김씨는 딸이 결혼하면 사위도 미국에 들어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씨의 사위가 될 이 청년이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의사 신분으로 영주권 받으려면 노동확인 과정 거쳐야
외국 의대 졸업생들 J 비자 이용하지만 절차 까다로와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미국에서 진료행위를 하려면 반드시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따로 받아야 한다. 결국 어디에서 의대를 다녔든지 미국에서 의사로 진료하려면, 진료를 하는 주의 면허가 없으면 진료행위를 할 수 없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직함은 의사라고 하더라도 환자를 돌보지 않고 순순한 연구활동을 한다면 굳이 면허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의사가 미국에 단기로 들어와, 진료활동을 할 때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비자가 H-1B이다. 문제는 의사가 H1-B 비자로 들어와 활동하려면 반드시 해당 주 의사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받으려면 반드시 미국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캐나다를 제외한 외국에서 의대를 나온 사람에게 H-1B는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개 캐나다를 제외한 외국의대 졸업생들은 미국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기 위해 J비자로 입국하게 된다. 그렇지만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일정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J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와 레지던트로 일하려면 우선 미 의사면허 시험(USMLE)의 1단계와 2단계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임상기능 평가(CSA) 그리고 영어시험에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받은 J비자에는 또 다른 단서가 붙어 있다. 레지던트를 하려고 미국에 들어온 사람은 소정의 과정을 마치면 반드시 본국에 돌아가 2년 동안 체류해야만 다시 H, L, 아니면 영주권을 받아서 미국에 들어올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 2년 본국 체류 규정이야말로 미국에서 레지던트를 하는 많은 외국의대 출신들의 미국 정착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J비자에 붙은 본국 2년 체류 규정을 없앨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첫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어 본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이들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입증하면 2년 본국 체류규정에서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배우자나 자녀가 있는 외국의대 졸업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설사 시민권자 배우자나 자녀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 방법으로 본국 체류규정을 면제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방법은 유관기관이 나서서 면제 신청을 도와줄 경우이다. 이 케이스에는 해당 의사가 주로 의사가 부족한 벽지나 원호병원에서 일정기간 일해야 하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가령 미국에 있는 50개 주는 각 주마다 일년에 30명까지 J비자 면제 신청을 해 줄 수 있다. J비자 면제신청을 해 줄 수 있는 곳은 비단 주정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방정부의 일부기관들도 J비자 면제 신청을 해 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J비자 2년 본국 체류 규정에서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의사가 부족한 벽지에서 3년 동안 일을 해야 한다.
한편 의사 신분으로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이른바 노동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왜냐하면 간호사와 달리 의사는 미국에서 인력이 부족한 직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노동확인 과정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물론 의사 면허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노동허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있다.
이른바 국익에 보탬이 되는 사람에게 주는 노동허가 과정 면제 케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정부기관이 나서서 2년 본국 체류 규정의 면제를 도와준 케이스도 바로 국익면제 케이스에 해당된다. 국익에 이바지한다는 이유로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는 케이스에는 J비자 2년 본국체류 면제 케이스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케이스도 얼마든지 국익면제 케이스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국익면제 케이스가 되려면 농촌지역에서 아니면 원호병원에서 적어도 5년 동안 일해야 한다. 이중 농촌지역에서 일해 면제를 받으려면 반드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조건 갖추고 있는 의사는 다른 방법으로 더욱 간단히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의사로 국제적 명성을 갖고 있다면, 바로 O 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와, EB-1 케이스로 영주권 신청을 할 수도 있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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