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감을 준비하며 2003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다 보니 좋은 추억 속에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어느 날,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노인 한 분이 협회를 찾아왔다. 협회 운영에 고생이 많다면서 포장된 선물을 주는 것이다(선물은 넥타이).
장애인들을 위해 좋은 일 하는 것을 신문과 방송을 보고 들었다고 하시며 먼 길을 찾아와 나에게 기도를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말을 해 주고 돌아갔는데 나중에야 그 노인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그는 73세로 교회에 다니시는 정 권사라는 분이었다.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내 눈앞에 그 분의 얼굴이 아롱거린다.
얼마 전 아침에 창문 앞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있는데 전우회 회원이 지나간다.
나는 커피를 마시다 말고 밖으로 나가 둘이서 커피 점으로 들어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그에게 왜 협회에 잘 안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가 하는 말이 밤일을 다닌다고 했다. 나는 그의 고생하는 사연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그는 전우회에 참석 못한 것을 사과하며 회비 한 번 못 냈다고 주머니에서 200달러를 내놓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 돈 때문이 아닌데 하며 그냥 반가워서 불렀다고 하였다. 그는 밤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 전우회에 자주 못나가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는 고단해서 집으로 간다며 돌아서 갔다. 나는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찡했다.
송재구라는 분은 혼자 살고 있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밥도 자주 안 해 먹고 다니는 것 같다. 몸이 약해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불편한 몸으로 협회 일을 꾸준히 도와주었던 사람이다. 나는 그에게 협회가 어려운 것을 알고 그가 찾아와 250달러를 주면서 하는 말이 “라면 먹으면서 모아서 주는 돈”이란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자책감이 들었다. 협회를 위해 단체를 운영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고통을 주어야 하는가 하고 생각되니 부족한 나의 생각이 부끄러웠다.
내가 할 일은 정부로부터 운영기금을 받아내는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일이다.
그리고 교육시킬 장소를 마련하는 일, 이 두 가지만 확보하면 회원들의 삶에 보금자리가 틀림없이 될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외에도 좋은 분들이 자주 기억난다. 그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내가 맡은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지도자의 윤리의식(권유순/ 뉴욕 한우리 교회 담임)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가지 단체모임과 총회로 새 임원을 선출하고 금방 세상을 확 바꿔놓을 양 큰 소리로 외치고 발표를 한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합법적이냐 불법이냐 하는 후유증이 생기기 일쑤다. 이런 식으로 옥신각신하다가 또 한해를 넘기게 되곤 한다.
이것이 한인사회에 연중행사처럼 돌고 도는 단체들의 변함 없는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가.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첫째, 지도자는 시대양상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다원화 시대이다. 다원화란 어느 하나만을 절대화거나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20년 전만 해도 강대국은 미소 양대 세력으로 분열되어 흑백논리로 상대를 공격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 이해하며 남의 종교나 문화를 존중하면서 서로 화합하며 가는 시대이다. 지도자는 유아독존적이거나 군림하는 자리에서 겸손히 내려와야 할 것이다.
둘째, 지도자들은 자질을 검증 받아야 한다. 지도자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만 끝나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히는 관습이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엔 너무나 무자격 지도자들이 난무하고있다. 이상한 단체를 만들어서 회장을 세우고 시간과 물질을 낭비하고 있다. 신학자 본훼퍼는 “많이 갖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했다. 책임도 못 지는 지도자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즈음 이민사회에는 일반단체는 물론 특히 교계나 종교지도자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셋째, 지도자는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있어야 한다. 한때 군사독재 정부는 무력으로 인권을 탄압했는데 근자엔 금권과 인기스타 연예인들이 도덕성이나 윤리 기준도 없이 국민을 현혹하여 표 몰이로 당선되고 있다. 윤리의식이 없고 도덕성이 결여된 지도자는 결국 국가와 사회에 유익을 주지 못했다. 그들의 말로는 항상 국가와 민족에게 오점을 남겼고 국가에 손상을 끼쳤다.
또 한해를 넘기면서 각 단체마다 지도자를 뽑고 있다. 기왕이면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세워 이민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피터 성/ 한미장애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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