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어느새 12월도 2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세월은 말없이 흐르고 나이는 한 살을 더한다.
한해의 끝자락에 서니 가슴이 시리다. 하고자 했던 일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을 때린다. 세월의 흐름을 잡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어찌 달랠 길이 없다. 해가 갈수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아지는 삶의 모습이 늘 서글픔으로 남는다.
한해를 보낼 때마다 좀더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며, 잠시 잊고 살았던 삶의 의미도 되새겨 보게 된다.
삶!
그 소중함의 의미는 아마도 만남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게다. 삶은 끊임없는 만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삶은 사람과의 만남도 있고 사물과의 만남도 있다. 살아가면서 접하는 성공과 실패도 어찌 보면 끊임없는 만남의 과정에서 그 만남을 아름답게 승화시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율곡, 한석봉, 맹자 등은 사려 깊고 이해심 많은 어머니가 없었다면 아마도 위대한 인물로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빠삐용’을 보면 주인공의 강철같은 의지를,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읽으면 어린 왕자의 순수하고 풍부한 상상력 등을 통해 우리가 크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
혹자는 풀잎에 영롱하게 맺혀있는 이슬방울을 보고 있거나, 동이 터 오는 새벽에 범종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인간의 실존에 대한 한 가닥의 깨달음을 만날 수 있다고도 한다.
어떤 이는 여러 만남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라고 한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기 때문에.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왜냐면,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또한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란다.
왜냐면, 금새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기 때문.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다. 그 이유는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모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 손수건 같은 만남이라는 의미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기억해 두고 싶은 표현이라 생각한다.
각설하고, 올 한해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뿐 아니라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다. 또한 칼럼 때문에 이름과 얼굴도 모르지만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인연을 맺은 독자들도 있다.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늘 모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또한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마음도 가슴속 깊이 새기고 있다. 이는 앞으로 어떤 요청을 받더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흔쾌히 할 수 있음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쉬운 한해를 보내면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옷깃만 스치는 인연, 그리고 그저 한 번에 그치는 만남이 아닌 계속 이어지는 만남,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만남이 훨씬 많았으면 더욱 좋겠다.
어린 왕자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냐?’는 물음이 나오는데 그 답은 돈버는 일도 밥 먹는 일도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말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장 소중하다는 뜻일 게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었을 때 만남도 지속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야 할 것이다. 어떤 만남이든 누구와의 만남이든 가슴을 훌훌 털어놓고 만나도록 하자. 그런 만남이 바로 진정한 만남, 소중함으로 간직될 수 있는 만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해의 끝자락에서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알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인연을 맺게 될 모든 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즐거운 성탄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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