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한 본국 여중생 두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한국에서의 ‘반미’문제가 대선 정국을 능가할 정도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본국에서 두소녀를 치어 숨지게 한 장갑차 운전병에 대한 무죄평결과 관련 한국의 항의대표단이 백악관 앞에서 혈서를 쓰고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서울의 광화문과 주한미대사관 등지에서 수만명이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등 반미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미주 한인동포들의 심정은 일단 ‘여중생 무죄’평결에 대해서는 공분을 함께 하면서도 ‘반미’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착잡하면서도 우려스런 시각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러내놓고 뭐라고 말할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며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한인동포들로서는 사안의 핵심인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소위 SOFA의 내용이 어떻길래 수년래 이토록 격한 반미시위가 일어나고 있는가 의아스러울수 있다.
언론에서 반미시위모습, 즉 현상 자체에 대한 보도는 차고 넘치지만 소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기사는 매우 드물어 상당수의 동포들은 내용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지지를 보내든 우려를 보내든 마음을 정할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본국에서 일고있는 지금의 반미시위는 처음부터 소파의 구체적인 내용을 개정하기 위한 조직적인 시위라기보다는 부시행정부 들어 일방주의로 치닫고 있는 독선적 외교방침에 대한 세계적인 ‘반미 분위기’와 더불어 ‘여중생 무죄평결’로 그동안 쌓였던 것들이 한꺼번에 촉발되면서 빚어진 다분히 감성적 차원에서의 시위라고 생각된다.
미국과 한국이 배심원단의 유무등 판이한 사법체계를 두고 있음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여중생을 장갑차로 치어 숨지게 한 당사자가 무죄’라는 것은 상식적 차원에서 감성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으며 그뒤 반미물결이 거세게 일자 부시대통령이 직접사과를 하지않고 허바드 주한미대사를 통해 ‘간접 사과’를 표명한 것을 두고 또한번 한국민의 감성이 자극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반미’라고 하면 일부 극렬 운동권 학생들이나 부르짖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지난번 6월 월드컵 당시 안정환의 오노액션 세리머니에 대한 반응에서 보듯 그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반미문제는 더 이상 운동권만의 구호가 아닌 것이 현실로 되어가고 있다.
이는 한국민들 다수의 의식의 패러다임이 그동안 많이 바뀌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20-30대 또는 40대 초반등 전후세대는 대부분 미국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오히려 전쟁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이들 세대는 미국에 대한 굴종외교보다 ‘대등한 외교’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감성적 민족주의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부시의 ‘악의 축’발언에 대한 한국민들의 일반적 분노는 이러한 감성적 민족주의의 경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점에서 볼 때 지금 한국에서의 반미시위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위한 동기에서 시작됐다기보다 ‘무죄평결’이 초래한 정서적 거부감, 또는 당초 이 사건을 바라보았던 한미 양국의 안이한 사고방식이 초래한 현상적 시위의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다.
한국민들은 여중생 사망 와중에서 우선 미 당국의 ‘진심 어린 조의(弔意)’를 보길 기대했으나 ‘냉정한 사무’를 목격한데서 분노의 공감대가 휘발유처럼 퍼져나갔다고 할수 있는 것이다.
한미 양국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소파의 개선, 또는 개정 논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어느 한측의 양보나 강권이 아닌 새롭게 변화한 양국관계에 걸맞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 와중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미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의 ‘혈맹’이라는 점이다.
공식확인된 통계만해도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젊은이 3만3천7백여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9만여명이 넘는 큰 희생자를 냈다.작금의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소파개선, 개정문제와는 별개로 과거 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땅에서 ‘흘린 피’까지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시위로 자칫 하다 한미간 동맹관계까지 위험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으나 한미양국의 성의있는 대화만 진행된다면 감성적 차원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가 주한미군 철수등 무모한 요구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주 한인동포들은 이럴때일수록 불안해하기보다 사안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김정빈<취재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