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서 반말과 우격다짐으로 데뷔 3개월 만에 스타로
‘초짜’ 개그맨 이정수(22)가 전국을 흔들고 있다. 웃음으로.
그의 개그는 버릇 없다. 방송에 나오자마자 반말이다. 게다가 자기 유머가 재밌다고 계속 우겨댄다. “웃기지, 웃기잖아!”
그래서 코너 제목이 ‘우격다짐’이다. 억지로 우겨서 굴복시킨다는 뜻이다.
5분 남짓의 짧은 시간, 혼자 진행하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우격다짐’은 요즘 그의 말처럼 “오호, 분위기를 탔다”. 덩달아 그의 인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9월 데뷔 후 다음카페에 개설된 홈페이지 ‘전이스모’(전국 이정수 스타만들기 모임)는 회원수가 3만 명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개그맨 중 최다 회원 수다. 겨우 한 코너에 출연하는 개그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 다르다.
참 반듯하게 생겼다. 얼굴은 개그맨보다는 영화배우에 어울린다. “그래서 주위에서 개그맨 되는 것을 말렸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엔 외모가 걸림돌이 됐다.”면서 웃긴다.
웃기는 얼굴도 아니고, 웃기는 몸매도 아닌 그가 살 길은 오직 입담. 그래서 스탠드업(Stand_Up) 개그를 택했다.
혼자 말로만 웃기는 개그는 정말 어렵다. 동료와 말을 주고 받으며 여유를 가질 틈이 없다. 별다른 소품도 없다. 오직 관람객의 반응과 직접 소통한다.
5분 동안 혼자 서서 아무 도움 없이 좌중을 휘어잡는 일. 그걸 ‘초짜’ 개그맨이 해내고 있다. 그것도 반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인기 급상승
대선을 앞두고 모 대선후보를 풍자하는 유머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유머의 형태가 이정수의 ‘우격다짐’ 포맷 그대로다. 그 유머를 보고 자지러지는 이가 많다는 것은 이정수표 개그에 ‘감염’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증표다.
■ 우격다짐 개그
내 개그는 복권이야. 잘 되면 대박이고 못 되면 500원이지….
내 개그는 만화야. 재미없으면 그냥 넘어가….
내 개그는 2%야. 항상 부족해….
내 개그는 변비야. 일주일 모아서 한방에 터뜨리지….
내 개그는 정화조야 터지면 큰일나지….
내 개그는 교통사고야 우기면 장땡이지….
내 개그는 17대 1이야 17명중에 한 놈만 웃지….
내 개그는 방문 판매야. 믿으면 안 돼~
내 개그는 오징어야. 불 붙으면 쫄거든….
내 개그는 물이야. 영양가가 없지….
내 개그는 소금이야. 웃기지도 않는 게 속에 염장 지르지….
내 개그는 산낙지야. 웃을 때까지 들러붙지….
내 개그는 커피야. 잠도 안 오고 생각만 많아져….
내 개그는 아파트야. 거기가 거기지….
내 개그는 반찬이야. 똑같으면 짜증나지….
내 개그는 제삿밥이야. 그 나물에 그 밥이거든….
내 개그는 김남주야. 웃으려면 옆 사람이랑 상의해야 되지….
내 개그는 이제마야. 체질에 따라 웃는 사람도 있지….
그는 지난 해 11월 군 제대하고 올 4월 KBS 17기 공채로 뽑혔다. 9월 8일 <개그콘서트>에서 ‘우격다짐’을 처음 선보였다.
이제 겨우 3개월 남짓인데 인기는 초고속으로 솟고 있는 셈이다. “정말 믿기지 않는다. 처음 반말로 개그를 할 때만 해도 욕 얻어 먹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정수는 아직도 자신의 인기가 꿈만 같다.
▲ ‘우격다짐’의 유래
제대 후 그가 내공을 쌓은 곳은 대학로의 갈갈이 극장이다. 그가 가장 존경한다는 선배 개그맨 박준형을 만난 곳도 이 곳이다.
‘우격다짐’은 이 곳에서 잉태됐다. 극 중간 중간에 썰렁함을 없애기위해 막내인 그가 나섰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박장대소를 이끌어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고정 꼭지의 주인공으로 그의 지위가 격상된 것.
현장에서 통한 개그는 한달 후 방송에 즉시 투입됐다. 현장에서 터진 웃음의 강도만큼 방송에서도 터졌다. 그는 요즘도 촬영이 없는 날이면 일주일에 9번 갈갈이 극장에 선다.
▲‘우격다짐’의 비밀
‘우격다짐’은 대본을 써주는 작가가 없다. 촬영 현장에서도 대본이 따로 없다. 이정수 머리 속에서 나오는 대로 그냥 그렇게 간다. 물론 리허설을 통해 사전 검증을 받지만, 진짜 검증은 이미 극장에서 끝난 후다.
‘내 개그는 XX야’로 시작하는 ‘우격다짐식 문구’를 만들기 위해 그는 항상 아이디어 노트를 들고 다니지만 지금도 아이디어 고갈이 가장 걱정된다.
하지만 그의 홈페이지 ‘전이스모’(cafe.daum.net/LOVE2314)가 웃음의 화수분이었다. 이 곳의 ‘아이디어 방’에는 그의 팬들이 올린 ‘내 개그는 XX’라는 제목의 글이 2000개가 넘게 쌓여있다. 그냥 팬이 아니다. 막강한 후원군이다.
이정수는 개그맨을 ‘신성한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기쁨을 주는 존재이므로.
◈ 나 이정수야
고향: 서울
학교: 계원예술대학 휴학중
취미: 공상하기, 만화보기, 영화보기
학창시절: 고등학교 연극반 3년 내내.
데뷔: 5월 <개그콘서트>의 ‘달력 개그’ 코너. 2주 방송되다 퇴출.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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