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줄리아드가 있다면 LA에는 콜번이 있다. 제2의 모차르트를 꿈꾸는 소년소녀 뮤지션들이 흙장난에나 어울릴 만한 작은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가볍게 두드리고 5~7세의 어린 댄서들이 봄철 야생화 들판을 만난 나비처럼 사뿐사뿐 이마에 보송보송 땀을 흘리면서 교사의 구호에 맞춰 발레 스텝을 밟는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첼로 케이스를 끌고 클래스로 급하게 달려가는 가는 아이와 조용히 엄마와 악보를 검토하면서 오늘 레슨을 복습하는 소녀의 모습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바로 LA 최고의 음악 학교라도 불리는 콜번이다. 꼭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기면서 주말하루를 보낼 수 있는 콜번으로 위크엔드 나들이를 떠났다.
줄리아드와 콜번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도심 한가운데 있어 주변 다른 건물들과 어우러지면서 나름대로의 멋스러움을 한껏 뽐낸다. 또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분주함과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줄리아드가 전통적인 음악학교인 반면 콜번은 발레와 탭댄스 그리고 드라마 클래스가 포함된 종합 예술학교라는 점에서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콜번의 토요일 아침 클래스는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다. 다른 이들은 늦잠을 자거나 침대에서 달콤한 주말을 구상하면서 여유를 부릴 시간에 콜번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도 황금 같은 휴일을 자녀들과 함께 보낸다.
그런데 부모들의 얼굴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휴일을 희생한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일부 클래스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주말마다 동심에 빠져든다.
2세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하는 ‘뮤직 포 투스’(Music for Two’s)에는 이제 겨우 말을 알아듣는 아이들이 교사의 리듬에 맞춰 부모들과 함께 춤을 춘다. 음악 세계로의 첫 걸음을 부모와 함께 떼면서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기초적인 뮤직 스킬을 배우게 된다.
부모들도 음악과 함께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동요를 따라 춤을 추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3~4세 어린이들의 클래스인 ‘리듬 & 무브먼트’(Rhythm & Movement)에서는 여러 악기들을 통해 기본 리듬의 강약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해준다. 아이들은 공을 가지고 음악의 빠르기에 따라 부모와 서로 던지면서 깔깔댄다. 음악의 강약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음악이 멈출 때 같이 공을 멈추는 가운데 자동적으로 ‘듣는 연습’(hearing lesson)이 이루어진다.
부모도 탭 슈즈를 신고 아이들과 함께 흥겹게 음악에 맞추어 댄스를 하는 탭댄스 클래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놓는 인기 1위의 교실이다. 걸을 때마다 ‘찰깍 찰깍’ 말굽 소리가 나니 아이들은 신발을 신는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대부분의 콜번 학생들은 2가지 이상의 클래스에 들어간다. ‘수퍼 싱어’(Super Singer)에서 목청 연습을 한 뒤 발레 클래스에서 스핀 스텝을 돈다. 클래스가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학생과 부모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콜번은 음악을 강요하거나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방법에서 탈피해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 속에서 음악을 배우고 예술을 느끼게 하는 사랑하게 하는 분위기를 창출한다.
개인 레슨과 개인 연습실도 잘 갖춰져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음각과 예술을 즐기게 조성되어 있어 부모들이 토요일 하루를 반납하고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콜번에 두명의 자녀를 보내고 있는 글렌데일의 정인숙씨(38·주부)는 “친구들에게 토요일까지 아이들에게 매여 있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극성 엄마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지만 나 스스로가 너무 즐겁고 어릴 때 이런 분위기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다”고 말한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고 가끔 남편도 함께 와 온 식구가 같이 산뜻한 주말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콜번’ 입학안내
콜번의 2003년 봄 학기는 오는 1월27일부터 시작된다. 입학 원서는 1월4일부터 접수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클래스들은 입학원서 마감일 전에 인원이 채워지기 때문에 원서는 빨리 넣는 게 좋다.
클래스의 종류로는 리듬 & 무브먼트와 탭댄스 그리고 뮤직 포 투 이외에도 ▲이야기로 음악을 교육하는 스토리텔링(3~4세) ▲리듬 패턴을 배우는 뮤직 펀더멘털스(6~7세) ▲음악과 리듬의 관계를 이해시키는 뮤직 컨셉(4~7세) ▲음악을 읽기 위한 초보 클래스인 뮤직 이론 ▲피아노를 들어서 배우는 스즈키 피아노(4~5세) 등이 있다. 또한 어린이(8~11세)와 청소년(12~15세)을 위한 드라마 클래스가 있으며 기타, 플롯, 드럼, 바이얼린, 색서폰 등의 교실도 있다. 성인들을 위한 클래스와 발레를 포함한 수십개의 댄스 클래스가 있다.
대부분의 클래스는 1주일에 하루 정도 수업이 있으며 개인 레슨과 부모와 함께 하는 보충 세미나가 포함되어 있다.
수험료는 클래스 당 200~300달러 선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며 한 가족당 50달러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주소 및 문의: 200 S. Grand Ave. LA, CA 90012, (213)621-2200, www.colburnschool.com
<글·사진 백두현 기자>doopae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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