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트레이딩(2401 S. Main St. LA)’박병철(54) 사장은 말 그대로 가방 외길을 걸어 온 사람이다. 지난 81년 미국 온 그는 햄버거 가게에서 두 달 일한 뒤 길거리와 스와밋에서 가방장사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남가주 한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스리랑카에 종업원 1,000명 규모의 가방공장을 직영하고 있는 그는 주류사회에서도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에베레스트 스리랑카 공장은 자사 제품 뿐 아니라 미 가방업체 20여곳의 물량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공급해 주고 있다. 하루 생산량이 2만개라고 하니까 연단위로는 수 백만 개를 만들어 미국, 캐나다, 중남미 등에 내다 팔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남가주 한인무역인의 날 행사 때 한국수출에 공헌한 공로로 KOTRA 사장으로부터 수출 공로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웬 한국 수출상?” 이라고 의아해 할지 모르나 스리랑카에서 만든 물건을 미국 등에 직송해 팔고 있지만 대금결제는 서울 사무소가 한국 은행에서 네고하므로 한국 수출물량으로도 잡힌다는 좀 복잡한 설명이 돌아온다.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이 참 좋습니다.
▲82년 가방가게를 내면서 상표등록을 했는데 마침 아무도 쓰지 않고 있더라구요. 지금은 등산이나 스키업계 등에서 부러움을 많이 사고 있습니다. ever에 최고라는 뜻이 있는데 여기에 최상급인 est까지 붙어 Everest가 됐으니 ‘최고중의 최고’‘최고봉’이라는 뜻이니 좋은 것 아닙니까.
-어떤 종류의 가방을, 어디에서 팔고 있습니까.
▲취급하는 가방은 150종 정도 됩니다. 재질은 폴리에스텔이고, 학생용 백팩·여행용 가방· 스포츠 가방·서류가방 등 다양합니다. 도매상에만 공급하기 때문에 어떤 소매상에서 팔리는지 일일이 몰라요. 그러나 OEM으로 만들어 준 것 중에는 월마트, 타겟에 들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주로 가방 전문점에 나가지만 세이본·일부 스포츠용품점에도 들어가고, 특히 대학 캠퍼스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에베레스트 브랜드는 어느 정도 위치입니까.
▲가격으로 말하면 중간에서 중상 정도라고 할까요. 도매상들과 관계가 돈독한 것이 우리 브랜드의 힘이지요. 하자가 발견된 물건은 두말없이 바꿔 줄 뿐 아니라 도매상에 쌓인 재고는 원할 경우 환불 해주고, 가격을 내려야 할 때가 있으면 도매상에 남아있는 제품에는 크레딧을 줍니다. 수입업체가 가격을 내리치면서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들여간 도매상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를 오래 하시다 보니까 어떤 점이 중요하던가요.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면, 서비스만 뒤따르면 됩니다. 어떤 렉서스 딜러는 서비스가 필요한 차는 집으로 플랫 토우 트럭을 보내 실어가고, 다 고친 후에는 다시 딜러버리를 해 주는데 이런 서비스를 하면 잘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고객 서비스를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환경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으세요.
▲자체 공장이 있으면 품질관리와 선적기일을 맞출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쿼타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내년에는 중국쪽으로 생산공장의 주력을 옮기려고 합니다. 중국은 원부자재의 현지조달이 가능해 유리합니다. 온 라인 비즈니스쪽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박병철사장은 ‘가방 비즈니스’의 전망을 묻자 가방을 세 종류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 핸드백은 유행과 패션을 타 기복이 심하고, 마진이 좋은 대신 손해도 크게 볼 수 있고, 둘째, 대형 여행가방은 취급물량의 부피에 비해 판매액이 많지 않고, 셋째, 에베레스트와 같은 소형가방은 생활 필수품이니까 기복과 리스크가 적은 대신 이익도 적다”고. 그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일반 스토어는 목만 좋다면 권할 만한 업종”으로 결론지으면서도 “수입상은 취급품목과 재고가 많아 자금력이 따르지 않으면 힘든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안상호 기자> sanghah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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