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테이블 세팅 요령
식탁을 업그레이드하자. 식탁은 가정의 가장 중요한 장소. 매일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이곳을 통해 아이들의 몸이 자라고, 가족의 사랑이 자란다.
음식의 양보다는 질, 내용보다는 표현을 중시하는 요즘, 무엇을 먹느냐, 얼마나 많이 먹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맛과 더불어 멋을 내는 요리와 식탁은 예술이요, 개성이며 문화다. 음식은 담는 그릇에 따라, 또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맛있어도 보이고, 맛없어도 보이며, 품위있게 보이기도 하고, 싸구려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어울리지 않는 그릇에 아무렇게나 퍼담아 식탁에 올린다면, 넘쳐나도록 잔뜩 담아 국물이 뚝뚝 흘러내린다면, 심지어 냄비째로 턱 올려놓아 모두 숟가락을 넣고 퍼먹게 한다면 그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생존의 행위일 뿐이다. 식탁의 수준 좀 높여보자. 바쁜 생활에 갑자기 무슨 수준, 너무 어렵지 않느냐고? 테이블 세팅의 전문가 캐롤 리씨는 그것이 결코 거창하거나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신경을 좀 쓰느냐, 안 쓰느냐의 차이, 좀더 강도 높게 말하면 주부의 센스를 녹슬게 버려두느냐, 꺼내어 닦아 쓰느냐의 차이일 뿐. 냉장고에서 있는 과일이나 야채도 얼마든지 활용해 일상 생활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센스로 조금 다르게 살아보는 것. 매일이 힘들다면 어쩌다 한번이라도 바꿔보고 삶에 변화주는 것. 그런 일에 어색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말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 조금씩 하나씩 개선해서 작은 재미와 기쁨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아보자.
또 아내가 공들여 식탁을 꾸미면, 남편은 감상하고 감사하며 칭찬해주라. 작은 아이디어를 크게 활용하는 연말 상차림 법을 소개한다.
캐롤 리씨에 따르면 테이블 세팅과 매너의 기본은 사람들이 편하고 즐겁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형식에 너무 신경을 쓰고, 애써 식탁 매너를 지키려고 애쓰다보면 음식을 먹으러 모인 것인지, 매너 지키러 모인 것인지,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탁에 앉는 자리를 정할 때 미국인들은 부부를 떼어서 서로 가로질러 마주보도록 앉히는데 한국사람들은 부부가 떨어져 앉거나 모르는 사람 옆에 앉으면 불편해하고, 또 서로 가까이 앉아 음식 나눠 먹기를 좋아하므로 이럴 때 격식대로 좌석배치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날의 주빈이나 어른인 사람을 중앙에 앉히고 집주인 내외는 양쪽 끝에 앉는 것이 좋다.
식탁 가운데 놓는 센터피스는 식사전까지 손님들이 눈요기하도록 보기좋게 장식했다가 일단 식사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치운다. 식탁이 비좁아지기도 하지만 너무 큰 센터피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워 식사에 방해가 되기 때문. 센터피스를 그대로 두고 식사할 때는 사이사이로 손님들이 눈을 마주칠 수 있도록 비껴서 자리를 잡는다. 대체로 미국인들은 큼직한 센터피스를 좋아하는데 한인들 식탁에는 나지막하지만 깔끔한 센터피스가 부담스럽지 않다.
한편 센터피스에 촛불을 사용할 경우 불꽃이 손님들의 눈높이에 오지 않도록 한다. 불꽃의 밝기와 너울거림이 시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 또 강한 냄새는 음식 맛을 방해하므로 향내 나는 초나 향기가 강한 꽃은 센터피스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손님들도 식사 초대받은 곳에 갈 때는 진한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음식은 미각이 중요하지만 후각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음식의 냄새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테이블 클로스는 그날 청한 손님들의 성격과 분위기에 맞춰 정한다. 보통 서양음식을 서브할 때는 정식 식탁보를, 한식 세팅에는 플레이스 매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김칫국물이나 고춧가루양념이 흰 테이블보에 떨어지면 좀체 안 지워지기 때문. 따라서 격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할 때는 매트를 깔아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한다.
차이나웨어를 세팅할 때 접시는 테이블 가에서 0.5~1인치 안으로 들어가도록 놓는다. 일반적으로 디너 플레이트를 맨 밑에 놓고 그 위에 샐러드 플레이트를 겹쳐 놓으며 메뉴에 수프가 있으면 맨 위에 수프 보울을 놓는다. 좀더 신경을 쓰자면 디너 플레이트보다 더 큰 차저(Charger)를 맨 아래 놓기도 한다.
정식 세팅에 따라 여러종류의 와인잔과 커피잔을 다 내놓을 필요는 없다. 와인잔은 그날 서브할 와인에 맞는 글래스를 한 종류만 놓으면 되고 커피와 디저트는 식사후 음식 접시와 실버웨어까지 모두 깨끗이 치우고 난 후 내온다.
음식 접시를 돌릴 때는 받는 사람이 왼손으로 받게끔 오른쪽으로 돌린다. 사람들이 보통 오른 손으로 음식을 먹고 있다가 받게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왼손으로 받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식탁에 자리가 좀 비좁더라도 먹고난 접시를 2개이상 포개놓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한편 남의 집에 식사 초대받아 갈 때는 정해진 시각보다 절대 일찍 가서는 안된다. 약속시간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한국사람들은 일찍 가거나 아주 늦게 가곤 하는데 요리한 음식을 잘 서브하기 위해선 시간이 중요하므로 10~15분정도 여유를 두고 도착하는 것이 좋다.
집주인은 손님이 꽃을 들고 오면 반드시 어울릴 만한 꽃병에 물을 담아 꽃을 꽂아 손님이 보기좋은 곳에 놓는다. 바쁘다고 한 옆에 치워놓고 내버려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러려면 집안에 꽃병들을 늘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
와인을 서브할 때는 주인이 직접 들고 다니며 따라주는 것이 좋다. 손님의 잔이 비었을 때는 병을 들고 그 사람의 오른쪽으로 가서 물어봐야지, 자리에 앉은 채로 멀리 있는 사람에게 큰 소리로 더 마시겠느냐고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에티켓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편하고 즐겁게 식사하도록 하는 것. 아무리 멋지게 프리젠테이션 해도 손님들이 불편하면 잘된 손님상이 아니다.
캐롤 리씨는 15년전 결혼해 처음 식탁을 차렸던 저녁을 기억한다.
밥도 제대로 지을 줄 모른 채로 결혼해 첫 저녁이라고 카레라이스에 김치를 내놓았는데, 그 식탁에 남편이 초를 가져와 불을 밝히더란다.
“그것이 우리의 첫 캔들라잇 디너였어요”라고 말하는 이씨는 그런 남편을 만난 덕에 그녀의 예술적 감각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었다.
연방국방부 소속 공무원인 남편 제이슨 리씨는 지금도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식탁을 만들고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손님을 청해 와인을 따를 때면 고급 식당에서 웨이터들이 그렇게 하듯, 왼팔에 냅킨을 걸고 테이블 사이를 다니며 와인 방울이 떨어지지 않도록 닦아가며 따르는데 그 자신도 즐기지만 손님들도 매우 기분 좋아한다는 것.
피아노를 전공한 1.5세 캐롤 리씨는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한국에 나가 11년간 살다가 1년전 돌아왔는데 한국에서 사는 동안 요리와 상차림에 관해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실습했다. 워낙 감각있는 그녀의 꾸밈은 전문가들도 감탄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행복이 가득한 집’에 여러번 게재됐을 정도.
“이곳 한인가정의 식탁문화는 한국에 비해 크게 뒤져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문화수준은 굉장히 업그레이드되고 고급화됐는데 이곳 한인들은 이민온 수준에서 정체돼 버린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주부들조차 식탁의 분위기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까와요. 좋은 테이블 매너를 갖추어 차리면 아이들도 품위있게 자란답니다”
이씨는 미주 한인가정에 아름다운 식사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한달전 풀러튼 자택에서 요리와 테이블 세팅 클래스를 개설했는데 주부들이 하도 많이 몰려 계획보다 클래스가 많이 늘었다.
식탁 꾸미기집에 있는 과일, 야채로도 얼마든지 예쁜 센터피스를 만들 수 있다. 식탁에는 꽃만 올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지푸라기마저도 과감하게 올리는 창조력을 발휘한다.
특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므로 여러 색깔과 모양의 감, 귤, 배, 사과, 베리들을 자연스런 형태 그대로 식탁위에 올린다. 또 식탁 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는 탁자, 피아노, 체스트등의 가구 위에도 같은 느낌의 장식을 해놓아 시선 닿는 곳을 모두 통일감 있게 연출한다.
연말 테이블 세팅 요령빨간색 크랜베리 열매와 초록색 아스파라거스 단 두가지를 가지고도 너무나 앙징맞고 예쁜 센터피스를 만들 수 있다. 투명한 그릇의 가운데 고무줄로 묶은 아스파라거스 묶음을 세워놓고 남은 공간을 크랜베리 열매들로 빼곡히 채우면 색깔의 대비가 눈길을 끄는 훌륭한 데코레이션이 된다. (평소 마이클스나 홀마크, 피어 원 임포트, 크레이트 앤 배럴 등과 같은 캐주얼 홈스토어에서 여러 모양의 투명한 용기들을 많이 사다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또 둥근 투명 보울에 크랜베리 열매를 1/3쯤 담고 물을 반쯤 부은 뒤 작은 캔들을 2~3개 띄우면 작지만 화려하고 환상적인 센터피스가 된다.
음식은 작은 그릇에 많이 담지 말고 큰그릇에 조금 담아야 맛있어 보인다.
흰 접시에는 잎이 넓은 나뭇잎을 따다가 올려놓고 그 위에 치즈케익같은 걸 올려놓으면 같은 케익이라도 품격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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