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우리 클리닉에 오는 10학년 영진이가 하루는 기운이 하나도 없이 걸어 들어왔다. 마치 아프거나 우울증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보였다. 이유를 물으니 며칠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여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시험을 잘 못 쳤다는 것이다.
평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 놀라서 되물으니 자기가 공부한 내용은 안 나오고 다른 엉뚱한 질문만 시험에 나왔다고 했다. 영진이는 선생님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후 과연 시험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하여 보니, 학생의 불만과는 다르게 아주 잘 준비된 문제들이었다.
이 학생에게는 앞으로 이런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학습법의 일부인 ‘요약하기’를 가르쳤다.
요약하기(Summarizing)는 예습, 복습에도 중요한 학습법이지만, 특히 시험공부 준비에는 가장 중요한 학습법이다. 요약이란 한마디로 저자가 글로 길게 써놓은 것을 학생 자신이 자기의 언어로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하시면서 차도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갑자기 어젯밤에 쓰러지셔서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가셨다. 너도 할 일이 많겠으나 남도 아니고 너의 엄마니 하루 속히 와 주기를 바란다”라는 문장을 전보 문장으로 요약해 보면, ‘엄마 위독, 집으로 오기 요망’으로, 90자 안팎의 문장을 11자로 줄였다. 즉 9분의1로 줄인 것이다. 그래서 요약을 가끔 전보문이라고도 한다.
<영진이에게 가르친 방법은 다음과 같다. >
1. 처음에는 한 문단만 읽고 핵심어만 골라내게 했다. 위의 예문에서는 ‘엄마, 위독, 집 오기’ 세 가지밖에 없다. ‘위독’이라는 말을 썼다. 즉 핵심어가 문장에 직접 쓰여진 단어일 수도 있고 ‘위독’ 같이 영진이가 만들어낸 단어일 수도 있다.
2. 이 핵심어를 찾아낸 후에 이 단어를 중심으로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중점적인 개념이 무엇인가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예문: An alarm system is very useful. It guards our homes from burglars and alerts us when fire breaks out in the home. Some alarm systems are connected to the police so that the house is protected by the police even when we are not home. It is also connected to the fire station automatically.
예문에서 단어는 물론 밑줄 친 핵심어들이다. 이것들을 중심으로 하여 가장 중요한 요점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가끔 위의 예문처럼 ‘경보 장치는 매우 유용하다’라고 이 요점이 직접 쓰여져 있을 수도 있고 안 쓰여질 수도 있다.
3. 영진이에게 읽은 내용을 ‘큰 일/작은 일’로 우선 구분하게 했다.
1. 큰 일 2. 작은 일
다음에는 자세한 일에 신경을 쓰는 일인데 이것도 중요한 자세한 일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세한 일, 두 가지로 나누게 한다.
3. 중요한 자세한 일 4. 중요하지 않은 자세한 일
영진이는 물론 다른 학생들도 이쯤 되니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가 (1)큰 일과 (2)중요한, 자세한 일을 중점으로 잡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입식 교육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여기서 (1)큰 일과 (2)중요한, 자세한 일… 등을 스스로 생각하여 자기 혼자 힘으로 가려낼 줄을 알 수 있는데도 이런 정리정돈은 선생님이, 교과서가, 학습지가 심지어는 가정교사가 다 가려내어 주어 학생은 생각할 필요조차도 없이 외우는 데만 모든 정력을 쏟지 않나 싶다. 외운 것들은 사실은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컴퓨터나 백과사전에서 필요할 때 찾아내면 된다. 그러나 독서란 생각하는 과정으로서 생각의 정리를 하는 도중에 생각도 더 나고, 연결도 시켜보고 생각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기도 한다. 남이 큰 일/중요하고 자세한 일들을 미리 골라 주면 학생은 생각을 할 기회조차 뺏기는 꼴이 된다.
4. 영진이에게 읽는 도중에 읽은 것을 자꾸 체크하게 했다.
예: (1)이 문장은 왜 또 나와 있나?
(2)핵심어가 나올 때마다 그것이 자꾸 나오는 원인은 무엇인가?
(3)중요 문장이 문단의 처음 부분에 나와 있나? 또는 중간 부분에 나와 있나? 혹은 나중에 나와 있나? 가끔 핵심어나 중요 문장이 직접 쓰여지지 않고 간접적으로 쓰여 있을 때도 많다.
5. 영진에게 빈 칸을 만들게 했다.
큰 일(요점) 중요한, 자세한 일
받쳐주는 일, #1 받쳐주는 일, #1
받쳐주는 일, #2 받쳐주는 일, #2
받쳐주는 일, #3 받쳐주는 일, #3
7. 영진이가 어느 정도 요약법에 익숙해진 다음에 어떤 지정된 것이 아니라 자기의 필요에 따라 그 중요한 개념을 만들어 보게 했다.
이것은 영진이가 60쪽이나 넘는 역사책을 읽고 가장 중요한 큰 일만 적어 놓은 것이다. 이 다이아그램을 중심으로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적도록 했다.
8. 마지막으로 이 다이아그램을 만든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이것을 중심으로 요점만 글로 쓰게 했다. 그 원인은 글로 한번 쓴 것은 잘 기억한다. 즉 외우는 것은 그때만 기억하고 시험을 보고 난 다음에는 잊게 되지만, 써 놓은 것은 자기 것이 된다.
■결론
결론은 반드시 서론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고 또 서론은 결론으로 끝을 맺어야 한다. 보통 결론은 서론, 본론의 요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공부한 영진이는 시험을 늘 잘 보는 것은 물론 글도 잘 쓰는 학생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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