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시간으로 19일 밤에 벌어진 브라질과 한국과의 축구경기는 ‘세계 최고’,또는 ‘1위’라는 자리가 어떤 것이며, 그것은 다른 그룹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들에게 나중이란 말은 없으며 ‘지금 그리고 여기’(here and now)’에서 주어진 것에 몰입한다는 것을 경기를 지켜보며 느낄수 있었다..
브라질이 한국과 경기할 때 그들에게서는 승부의 열정이 초겨울의 추운 서울 상암경기장을 녹일 정도로 지배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으며 선수들의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던 모습까지도 사뭇 멋지게 비쳐졌다. 세계의 일류 프로구단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받는 그들은 출전료 단 ‘50만달러’(?)에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국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열정을 다 쏟아부어 역시 월드컵 4강에 손색없었던 한국과 더불어 멋진 경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최고의 최선, 최고의 열정은 보는 이들을 감동시키는 측면이 있다.
바둑의 조훈현은 요즘 한국 바둑계에서 ‘전신’(싸움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다.
50줄에 들어선 그는 20대 초반의 팔팔한 젊은 기사들이 맹위를 떨치는 무서운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훈장이다.수많은 고수들이 득실거리는 강호의 세계에서 현재 다승1위를 달리고 있으며 세계 최대국제기전이라 할수 있는 삼성화재배에서 한국인기사로 유일하게 8강(나머지 7명은 중국)에 진출, 단기필마로 적진을 헤집으며 마침내 결승에 진출해 있다.그 조훈현의 괴력에 대해 지금 중국언론에서는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유리할때도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조금 과격한 말로 ‘박살’을 내고 만다.
오죽하면 조훈현을 두고 ‘어린 기사들을 봐주지 않고 병아리 목 비틀 듯 한다’고 말할까. 조훈현 앞에서는 그 아무리 무서운 신예기사들도 ‘신구미월령’(新鳩未越領.어린 새는 아직 봉우리를 넘을수 없다)이라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조훈현’이라는 태산을 극복하기 위해 어린 기사들이 노력하다보니 한국바둑이 그렇게 세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타이거 우즈도 마찬가지다.
꽤 오래전 매스터즈 대회인지 메이저골프대회에서 우즈가 우승을 놓치고 2위를 한 적이 있었는데 맨 마지막 18번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이 될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롱 버디퍼팅을 끝내 성공시키던 모습을 보았다.그때 우즈의 퍼팅하던 눈매는 온 신경을 기울여 먹이에 집중하고 수직강하하려는 독수리 같았다.사람들은 우즈가 매번 쉽게 우승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즈는 2위를 하는것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올린의 정경화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바이올린 연주하는 모습은 무대의 작고 크고를 떠나서 마치 태풍에 휩싸인 시간 같다.눈을 감고 연주에 몰입해 있는 그 열정적 감성이 그녀를 세계 최고의 하나로 만든 것이다.
이들 일류들의 공통점은 대충 대충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2위와 다른 점은 기량도 있지만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것에 대한 ‘열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고의 열정’은 아름다움과 관련되어 있다.
보기에 아름다운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그들은 남들이 보지 않는 시간에도 항상 마음에서 노력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 열정에 기량이 조화되니 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움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
최고, 최선의 아름다움은 비단 내로라하는 스타들에게서만 발견되는 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교수든 택시운전사든, 음식점 종업원이든 정치인이든, 회사원이든 세일즈맨이든, 그 누구라도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대해 열정을 쏟고 있는 모습들의 사람은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분야에서 매우 전문적이고 숙달되어 있으며 창조적이고 적극적이다.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모방하려 하고 배우려고 들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그러나 그들의 노력에 대해 주어지는 보수나 평가에 대해 시기하고 반감을 가지면 매우 어지럽고 복잡하게 될 것이다.
브라질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한국선수들의 몸값 총액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둘다 최선을 다해 싸웠다.볼썽 사나운 반칙없이 명승부를 연출한 이들의 경기는 최고의 모습과 최고에 근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김정빈<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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