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가 좋습니까?” 묻는 사람들을 요즘 자주 만난다.
교회가 싫어 오랫동안 쉬고 있다는 사람, 교회에서 싸움이 나서 몇 달째 방황하고 있다는 사람, 다니는 교회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꿔보고 싶다는 사람등 여러 이유로 새 교회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이다.
‘교회 쇼핑’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는 이유가 있다. 큰 교회에서 분란이 일어날 때 그렇고, 교회가 건축을 시작할 때 그렇고, 새로운 개척교회들이 부흥할 때 그렇다. 이런 경우 한꺼번에 나온 교인들이 이 교회 저 교회 탐색하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몰려다니는데 한번 그렇게 돌아다니기 시작한 사람은 웬만해선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남가주에 교회가 1,000개가 넘으니 다녀볼 곳도 엄청 많은 것이다.
요즘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건축 붐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LA 인근에서 꽤 큰 규모의 교회들이 앞다퉈 건축하고 있는데 한 교회의 건축예산이 대개 1천만달러를 넘어선다. 이 교회들의 건축예산을 대강 합쳐보면 훌쩍 5,000만달러를 웃도는데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 모두 성도들의 주머니에서 건축헌금, 작정헌금, 특별헌금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헌금하기 싫거나 건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교회가 건축을 시작할 때 나오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할 교회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수많은 교회들을 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교회들의 속내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하는 소리를 듣고 앉아있으면 ‘정말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건실한 교회가 드물고,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교회에서 교인들이 싸우고 있음을 보게 된다. 또한 나 자신 교회를 나와 돌아다녔던 경험에 의하면 한인교회들은 겉모양만 다르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딜 가나 만족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가 하면 신앙이란게 매우 개인적이고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어서 어떤 사람은 조용한 예배를 선호하는 한편 어떤 사람은 큰소리로 찬양하고 통성기도를 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교회를 추천해봤자 “나와 안 맞는다”는 핀잔만 듣게 된다.
목사님 설교 좋고, 자체 건물이 있어서 건축헌금할 필요 없고, 교육부가 좋아서 아이들 걱정도 없고, 파킹장 넓고, 적당히 뜨겁고 적당히 지적이고, 일꾼도 많아서 나 하나쯤 예배만 보고 간다해서 미안할 것도 없는 교회...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들이 찾는 완벽한 교회는 없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교인들이 너무 눈과 귀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명설교자로 소문난 목사들의 설교테입과 책을 하도 많이 읽고 듣다보니 그렇게 되었나보다. 어떤 사람은 “훌륭한 연주가가 되려면 좋은 선생을 찾아다니며 사사하는데 내 신앙을 키우기 위해 좋은 목사를 찾아다니는게 뭐가 어떠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이란 기술이 아니고 좋은 설교를 듣는 것만으로 자라는 것도 아니다. 신앙은 그 사람의 삶이고 인격이며 오랜 인내와 연단의 결과로 성장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교회를 찾는 사람은 까다로운 입맛만큼이나 이유도 정연하고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식당이 아니고 신앙은 취미생활이 아니다. 신자가 교회에 다니는 이유는 나를 죽이고 겸손해지며 성경대로 살기를 배우는 것인데 자기가 교회에 맞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자신의 ‘기호’에 맞춰 교회를 찾으려는 사람은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김상구 목사는 “교회를 옮기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자주 교회를 옮기게 되면 자주 옮겨 심는 나무가 뿌리를 못 내려 말라죽는 것 같이 영혼이 메마르기 쉽다. 목회자도 교인도 정말로 교회를 꼭 옮겨야만 살 것 같은 정황이 아니라면 사람 사이에 생기는 사소한 문제로는 교회를 옮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회에서 심하게 상처받고 시험에 들었을 때 계속 다니면서 괴로워하느니 옮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의 신앙생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교회를 결정할 때 충분히 탐색하고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교회에도 대개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으므로 어디가나 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 교회가 문제가 아니라 교인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이상적인 교회는 없다.
정숙희<특집2부 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