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고향의 색깔, 소박한 시골의 맛이 식탁을 풍성하게 덮는다. 삭막한 도시가 이맘때 더 정겨워지는 것은 둥글둥글 노란 호박들 때문. 거리마다 모퉁이에서마다 핼로윈을 지낸 늙은 호박들이 죽이 되고, 반찬이 되고, 파이가 되어 우리의 마음과 입맛을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다.
노릇노릇하게 끓여낸 호박죽 한 그릇은 허전한 속을 푸근히 채워주고, 넉넉하게 쪄낸 호박잎에 밥과 쌈장을 얹어 싸먹으면 열가지 반찬이 부럽지 않다.
호박을 못 생긴 여자에 비유하지 말라.
공들여 키우지도 않아도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거친 줄기에서 노란 꽃이 여기저기 피워내는 모습은 묵묵하고 듬직하게 자기 일을 해내는 우리 주부들의 얼굴과 같다.
화려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아도 모든 더러운 것을 걸러내고 넉넉한 아름다움과 맛을 주는 것이 호박꽃 아닌가.
호박처럼 둥글둥글 살고, 호박잎처럼 넓게넓게 포용하면서,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의 맛을 요리조리 음미해보자.
문인 정해정씨가 알려주는 호박죽과 꿀단지 만드는 요령
품종 · 조리법도 다양
애호박, 단호박, 늙은 호박, 약호박...
호박은 품종이 다양하고 그에 따른 조리법도 가지가지다.
어린 열매 애호박, 파릇하게 익은 청둥호박, 노랗게 익은 늙은 호박에 최근에는 약호박과 국수 호박도 나와 입맛을 자극한다.
된장찌개에 넣고 끓여먹거나 전을 부쳐먹는 길쭉한 애호박은 칼슘, 철분, 비타민 C, 나이아신, 리보플라빈이 풍부하다. 어느 기후에서나 잘 자라 날씨만 따뜻하면 두달만에 열매를 맺는다.
핼로윈 무렵에 주렁주렁 열리는 늙은 호박은 비타민 A와 포타슘이 풍부하다. 미국인들의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는 펌킨 파이며, 호박을 원료로 한 빵, 수프 등의 레서피가 인기.
한인들에게는 전통적으로 호박죽, 호박범벅 등 건강식품과 약용으로 쓰여져 왔고 노폐물 제거에 뛰어난 효능이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널리 애용된다. 늙은 호박은 껍질이 딱딱하므로 푹 삶아낸 후 칼로 깎는다.
단호박은 밤호박이라고도 하는데 맛이 밤과 고구마를 섞어 놓은 듯하지만 밤보다 당도가 좋으며 고구마보다 속이 알차다. 한국에서는 쪄서 먹는 것과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으로 사용되나 일본에서는 각종찌개, 생선조림등에 넣거나 짠지로 만드는 등 밑반찬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호박은 다이어트 건강식.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가 높아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이상적인 식품이다. 특히 산모의 산후 부종을 빼주고 영양을 보충해주어 산후조리에는 호박이상으로 좋은 식품이 없다.
호박죽 (4인분)
▲재료: 늙은 호박 2.5 파운드, 강낭콩 1/2컵, 고구마 반개, 찹쌀가루 1 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껍질이 단단한 호박을 반으로 갈라 깨끗이 씻어 속을 파고 찜통에서 한소끔 김을 올린다. 부드러워진 호박을 껍질을 깎아내고 작게 토막낸다. 강낭콩은 약 3시간 전에 따뜻한 물에 불려놓는다. 고구마는 깍둑 썰기하고 찹쌀가루는 물에 풀어놓는다. 호박을 큰 냄비에 담고 물이 1cm 정도 올라오게 부어 처음에는 센 불에 끓이다가 불을 줄여 뭉근하게 끓인다.
나무주걱으로 호박을 으깨고 강낭콩을 먼저 넣어 익으면 고구마를 넣고 한소끔 끓여낸다. 호박죽을 휘휘 저으며 찹쌀가루 푼 것을 섞는다. 다된 죽에 소금으로 간한다.
"요리뿐아니라 실내장식, 사진까지 솜씨 뛰어난 문인으로 정평 "
문인 정해정씨가 호박죽과 호박 꿀단지 만드는 법을 직접 시범하며 소개했다. 한국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중앙일보에서 소설로 등단한 정씨는 문인들 사이에 그 솜씨가 유명한 요리전문가. 한국서 요리강사를 했을 정도로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고 있으며 평소에도 손님을 많이 청해 갖가지 요리를 나누며 즐기는 미식가다.
정씨는 요리뿐 아니라 갖가지 손재주가 많아 실내 장식으로부터 사진에 이르기까지 손수 만든 데코레이션으로 집안을 아름답게 장식,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재주꾼이다.
호박 꿀단지
▲재료: 주황색 늙은 호박 15 파운드짜리(마켓에서 6달러 정도), 꿀 3컵, 오븐 구이용 두툼한 알미늄 포일
▲만들기: 호박은 잘드는 칼로 윗부분을 뚜껑처럼 도려낸다. 씨를 파낸다. 꿀을 붓고 뚜껑을 닫은 후 알미늄 포일로 호박을 통째로 서너번 싼다. 350도 오븐에서 약 3시간 정도 굽는다. 오븐을 열어봤을 때 호박이 약간 처진 듯 하면 다 익은 것이다. 뚜껑을 열고 안에 물러진 호박 내용물을 그릇에 담아 먹는다.
호박잼
▲재료 늙은호박 700g, 사과 300g, 설탕 600g, 생강 약간
▲만들기: 호박은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듬성듬성 썰어 생강을 넣고 삶아 믹서기에 곱게 간다. 사과도 껍질을 깎아 잘게 썰어 믹서에 곱게 간다. 갈아 놓은 호박과 사과를 함께 넣고 설탕을 넣고 저어가며 졸인다. 잼이 완성되면 뜨거울 때 소독한 병에 넣어 뚜껑을 잠그고 거꾸로 세워 식힌 다음 보관한다.
늙은 호박 전
▲재료: 늙은 호박, 계란, 양파, 찹쌀가루(밀가루), 풋고추, 조갯살, 실파, 들깻잎
▲만들기: 늙은 호박, 양파를 곱게 갈아 찹쌀가루(밀가루), 난황을 넣고 반죽한다. 실파, 들깻잎, 풋고추, 조갯살(새우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반죽 혼합하여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숫갈씩 떠서 둥글게 지져낸다
호박과 영양
항암작용을 돕는 베타카로틴 다량 함유
위장기능 강화시키고 산후 부종도 빼줘
모든 호박은 칼로리는 낮으면서 비타민 A와 C, B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인, 특히 항암작용을 하는 베타 카로틴이 다량 함유돼 있어 최고의 건강식이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호박이 산모의 산후 부종을 빼주고 영양을 보충해주므로 산후조리에 많이 사용돼왔으며 동짓날 호박을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당뇨병이나 비만인 사람에게도 좋고 비타민 C와 베타 카로틴은 항암작용과 함께 위장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호박은 잎, 줄기, 꼭지, 과실, 종자 등 모든 부분이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늙은 호박에는 천연색소인 카로티노이드계 화합물이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씨 조미료
민간요법으로 까먹으면 치매 예방 도움
깨끗이 씻어 말린후 볶아 곱게 갈아 이용
민간요법에 호박씨를 까먹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한 호박씨는 맛도 맛이지만 갈아서 요리할 때 쓰면 어떤 화학 조미료보다 풍성한 맛을 낸다.
만드는 방법은 호박씨를 깨끗이 씻어 말린 후 팬에 노릇노릇하게 볶는다.
볶은 호박씨를 믹서나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곱게 간다. 이 가루를 요리할 때 조금씩 넣으면 음식 맛이 고소하고 깊어진다. 같은 방법으로 멸치 다시다, 마른 새우 다시다, 버섯 다시다 등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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