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강력한 새 결의안’을 촉구한 이후 2개월에 걸쳐 진통을 거듭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라크 결의안이 8일 통과됐다.
이로써 이라크전 시나리오는 명확한 시간표 위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만장일치라는 결의 형태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결의안 해석이 다른데다 전쟁 개시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본격적으로 전쟁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8일 통과된 안보리 결의안은 간단히 말해 국제사회가 이라크에 무기사찰을 통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이라크가 이를 어기거나 거부하는 ‘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이 있을 경우 사실상 군사 공격을 뜻하는 ‘심각한 결과(serious consequences)’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결의안이 ‘마지막 기회’로 제시한 시간표는 최종 판단을 위해 최소한 15주(105일)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이라크는 우선 1주일(11월 15일) 이내에 결의안을 수용할 것인지 답해야 하고, 이에 동의할 경우 30일 이내(12월 8일)에 자국내 핵ㆍ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보유 실태와 개발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앞으로 45일 안(12월 23일)에 개시해야 하는 유엔의 무기사찰은 12월 19~20일께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찰단은 사찰 개시 후 60일 이내(내년 2월 21일)에 사찰 결과를 안보리에 보고해야 하고 이 보고서를 토대로 안보리는 회의를 소집, 이라크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군사 행동의 변수들
주요 외신들은 안보리 결의안 통과 직후 이를 ‘부시 대통령의 중대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15대 0 이라는 표결 결과뿐 아니라 새 결의안의 내용이 그동안 미국의 주장을 상당 부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프랑스의 체면을 고려해 이라크의 중대한 위반이 있을 경우 안보리를 재소집해 사태를 논의한다는 조항에는 동의했지만 그 이후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무 조항도 적시하지 않는 데 성공했다. 즉 문제가 생기면 모이긴 하겠지만 그 이후는 각자 하기 나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 언론은 이에 대해 미국이 군사행동의 자유를 보장받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만약 이라크가 1차 조건인 결의안 수용을 거부한다면 이론적으로 전쟁은 이번 주말에도 일어날 수 있다. 30일 이내로 못받은 대량살상무기 공개를 거부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공격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잖은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많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새 결의안 통과로 이라크 공격 시간표는 더 이상 미국 혼자서 좌우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유엔의 테두리에 일단 발을 담근 이상, 무리한 독자 행동으로 스스로 가꾼 외교적 단합을 망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라크가 무기 현황을 발표하게 되면 미국은 자체 보유 정보와 발표 내용을 비교한 뒤 그것이 유엔결의에 따라 전모를 밝힌 것인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군사행동을 위해서는 “사담 후세인이 전모를 밝히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밖에 사찰단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군사행동 여부를 논의하는데 대해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이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
본격화하는 전쟁 준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쟁 준비를 착착 진행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예상보다 큰 규모인 최대 25만 명의 육ㆍ해ㆍ공군을 동원해 1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전복하는 군사 작전 계획을 최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에 따르면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이 보고한 이 계획에는 1991년 걸프전보다 공습 기간을 줄이고 이라크 북부와 서ㆍ남부 등 3개 지역을 동시 장악해 전진 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이라크 주변 지역에는 인근 아랍국의 미군 기지와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북동부 주둔 병력을 포함해 모두 6만 3,000명의 미군이 대기 중이며 12월 중순까지 모두 4대의 미 항공모함이 페르시아만 인근 해상에 집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도 곧 동원령을 내려 이달 말까지 쿠웨이트에 최대 2만의 병력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