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일이 망신을 당했다. 뒤늦게 상원선거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것이다. 먼데일이 누구인가. 진보주의 정통노선을 대표하는 민주당 원로다. 전 부통령에, 대통령 후보였던 인물이다. 이런 그가 자신의 텃밭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것이다.
메릴랜드주는 전통적인 민주당 아성이다. 이 주에서 케네디 이름을 가진 후보가 주지사선거에서 나가 떨어졌다. 그 뿐이 아니다. 매서추세츠에서도 공화당 주지사가 탄생했다.
올 선거에서 민주당이 화력을 총 동원해 공략에 나선 곳은 플로리다주다. 조지 W의 동생 젭 부시의 주지사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한다 하는 민주당의 거물들은 모두 지원 유세에 나섰다. 결과는 그런데 젭의 압도적 승리다.
21세기 들어 처음 실시된 중간선거다. 결과는 공화당 압승이다. 반세기만의 기록이라고 난리다. 공화당이 백악관은 물론이고 연방하원에, 또 상원까지 점령한 일이 근래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중간선거를 둘러싼 온갖 전설과 신화들이 모두 무너져서다.
민생이냐, 안보냐. 유권자들은 안보를 택했다. 민주당이 내건 이슈는 -의료·교육 등 - 결국 먹히지 않았다. 그보다는 테러, 이라크 공격등 안보 문제에 유권자들이 더 관심을 보인 결과다. 이는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그 바닥에서는 뭔가 더 급한 물살이 감지돼 하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은 ‘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를 상징하는 정당이었다. 대공황을 극복했고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가장 위대한 세대’와 함께 위대한 미국을 건설한 민주당이 지만 퇴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투표전 한 정치 평론가가 내린 경고다.
민주당 시대는 1930년대부터 시작된다. 남부지역, 흑인 등 소수계, 노조로 대변되는 근로계층, 지식인 계층 등을 총망라,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은 ‘프랭클린 연합’ 그 파워 베이스다. 이 때부터 민주당은 세대마다 아젠다를 독점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민주당의 우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80년대 레이건 시대부터다. 민주당을 지탱해온 세력들이 특수 이해집단화하면서 ‘진보 피로증세’가 만연한 것. 말하자면 민주당은 시대변화에 따른 새 아젠다 정립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로 이번 선거결과는 민주당은 기나긴 광야의 세월을 맞을 수도 있다는 예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로스 페로다’-. 92년 대선시 클린턴의 득표율은 43%다. 페로가 아버지 부시의 표를 갉아먹음으로 해서 소수의 지지를 받고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돼 하는 말이다. 그 연장에서 보면 조지 W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사람은 랠프 네이더다. 그가 앨 고어의 표를 잠식한 결과 W 부시는 득표율에서 밀리고도 대통령이 됐으니까.
아버지 부시이후, 그러니까 9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다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국민 다수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제3의 후보’가 킹 메이커, 혹은 킹 브레이커 노릇을 해온 기형의 정치가 냉전이후 10년간의 미국정치였다는 말이다. 90년대의 정치는 다른 말로 하면 캐스팅 보우트를 쥔 극소수의 볼모가 된 정치로 결국 대법원이 그 당락을 결정한 2000년 대선이 그 결정판이었던 셈이다.
‘백악관에 이어 연방 하원도, 또 상원도 한 정당이 장악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요약한 내용이다. 이는 그러면 무슨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을까. 미정치권을 덮었던 난기류가 걷혀지고 있다는 게 그 주 메시지 같다. 미국의 정치는 종다수의 기형의 정치에서 다수가 지배하는 정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메시지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냉전이후의 ‘긴 방황의 시기’는 끝났다는 시그널로도 들린다. 미국은 마침내 21세기 들어 뚜렷한 국정의 방향타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테러리즘이라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안보에 무게를 둔 집권당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한국정치가 오버랩된다. 다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일까.
‘반(反) DJ가 한국 정치의 대명제다’-. 그게 어느 틈에 바뀐다. 이번에는 ‘반 창(昌)’이 대명제다. 관련해 합종과 연횡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반(反)이 반(反)을 낳고, 또 반(反)을 낳고…. 그 와중에 한줌어치도 안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날뛴다. 한국형 킹 메이커인지, 킹 브레이커인지를 자청하면서 말이다. 국민 다수의 의사가 집약되는 정치. 이게 과연 이루어질는지.
옥 세 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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