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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마(Schema, 혹은 Schemata) 방법이란 무엇인가?
옛날에 구두 만드는 홀아비가 있었는데, 매일 구두를 만들어 팔면서 세 아들을 길렀다. 맏아들은 그의 밑에서 구두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책임감도 강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대견하고 의젓하게 커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늘 ‘내가 죽으면, 이 모든 재산은 물론 이 사업도 맏아들에게 물려주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아버지 기대에 못 미쳤다. 어려서부터 장난이 심하고 짓궂은 데다가 놀기를 좋아하여 일을 시키면 마지못해 하고 놀기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철이 들면 좀 괜찮아지려니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누구보다도 아버지의 속을 가장 많이 썩인 사람은 막내였다. 막내는 키가 크고 잘 생긴 용모에 성격도 좋았다. 매일 같이 친구에, 여자에, 술에, 노름으로 세월을 보냈다. 야단도 쳐보고, 달래도 보고, 벌도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중병에 걸렸다. 의사로부터 나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는 가장 친한 친구를 불렀다.
“내 며칠 못 넘기고 죽을 터인데, 내가 죽거든 재산 정리를 좀 해 주게! 장례비를 빼고 나면 17켤레의 새 신발이 남게 되네! 이 사업은 물론 큰아들에게 물려주고, 또 큰아들이니 만큼 재산의 2분의1을 물려주게. 또 3분의1은 작은 아들에게 주게. 막내도 내 아들이 아닌가? 그러니 그 아이에겐 내 재산의 9분의1을 물려주게!” 이런 유언을 남기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는 큰 문제가 생겼다. 재산 정리가 복잡해서가 아니다. 재산이라야 구두 17켤레밖에 없었다. 그런데 17의 2분의1이면 8.5켤레이니 이것을 줄 수가 없다. 또 둘째 아들은 더 어렵다. 17의 3분의1은 5.67켤레고, 셋째 아들의 경우 17의 9분의1은 1.81켤레이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그러나 작고한 친구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구두 몇 개를 잘라서 나누어주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하였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도저히 안 될 노릇이었다. 새 구두를 잘라 버리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8.5+5.67+1.81=15.98(16) 밖에 안 된다. 즉 구두 두 켤레는 없어진 셈이 된다. 친구 아들들의 원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생각 끝에 그는 자기의 돈으로 구두 한 켤레를 더 사서 그 재산에 얹어 주었다. 그 결과 18켤레가 되었다. 18켤레를 가지고 세 아들들에게 분배하니 큰아들에게는 9켤레(즉 18의 2분의1), 둘째 아들에게는 6 켤레(즉 18의 3분의1), 막내아들 몫으로 2켤레(즉 18의 9분의1)가 되어 제대로 분배가 되었다. 그리고 모두 다 해서, 9+6+2=17켤레이고, 한 켤레 남은 것은 역시 자기 것으로 남았다. 마치 솔로몬 왕같이 현명한 처사였다. 이 사실을 들은 아들 셋은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감명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친구를 위해, 그것도 친구의 유산을 유언대로 나누어주기 위해 자신의 돈을 들여서까지 해결하려고 했을까? 과연 누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장 충격을 많이 받은 사람은 막내였다. 그는 과거의 생활을 다 청산하고 제 길로 들어섰고 둘째 역시 철이 들어 이 세 아들은 아버지의 친구를 아버지처럼 모시고 살면서 합심하여 커다란 구두 제조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독자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이 구두 만드는 사람과 ‘읽기’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몹시 궁금할 것이다. 여기서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아버지의 친구가 주저하지 않고 내놓은 구두 한 켤레를 ‘읽기’의 과정에서는 스키마라고 한다.
■스키마의 이론은 무엇인가?
우리가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1+1=2가 되듯이 ㄱ+ㅏ+ㅁ=‘감’이 되고, C+A+T=CAT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합산 방법이지 ‘읽기’ 자체가 아니다. ‘감’이라는 단어에는 ‘감을 딴 경험’ ‘연시를 만들던 경험’ ‘곶감’과 ‘수정과’ 등의 자신의 지식, 경험이 쌓인 것이 있다. CAT 역시 마찬가지다. ‘고양이에게 물렸던 경험’ ‘고양이하고 같이 놀던 경험’ ‘고양이의 울음소리’ 등 고양이를 둘러싼 지식과 경험이 연달아 따라온다. 책이란 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읽어야 한다.
스키마란 읽는 사람이 이미 갖고 있는 과거의 경험, 아는 지식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위의 이야기에서 아버지 친구가 자기 돈을 쓴 것은 읽는 독자의 단순한 스키마라고 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17과 합하여 18을 만들면, 18의 2분의1은 9가 되고, 형제간의 우애도 상하지 않고, 구두도 자르지 않는 등 이 구두 한 켤레를 더 썼다는 것(스키마)이 구두 한 켤레에 끝난 것이 아니고, 이것이 재산이 자라나는 바탕이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스키마(해결책, 즉 읽기의 해결책)는 두뇌에 이미 정리정돈이 된 지식, 경험, 정보 등이 합해 하나의 조직으로 연결되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봐야 된다. 위의 예에서 스키마(구두 한 켤레를 쓰려는 생각)가 구두사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듯이 읽기에서 스키마는 새 지식, 새 정보, 새 경험을 하고 자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배운다’라고 하며, ‘읽기’ ‘이해를 한다’고 한다. 즉 이러한 스키마가 없으면 단순한 이해에 머무를 뿐,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더 진전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독자들이 위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첫째는 현황을 이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해결책이 뭘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스키마다.
■스키마의 종류
1. 내용상의 스키마-이것은 세상의 경험과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예로 ‘보릿고개’를 우리 젊은이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 주어도 ‘배가 고파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즉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경험이 없어서 ‘보릿고개’라는 말을 듣고는 슬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즉 content schema가 없어서 실제로 뼈저리게 느끼지는 못한다.
2. 문맥상의 스키마-다른 것은 2분의17=8.5가 되는 것이 상관이 없지만 구두의 경우 0.5구두(반 짝)라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듯이, 어떤 경우의 농담은 농담이 되어도 어떤 농담은 글에는 쓸 수 없듯이, 또 읽어서 못 알아듣는 것을 말로 해서는 알아듣는 것 등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처음에 영어 단어를 배울 때 사전에 나오는 뜻만 가지고 아무리 외워도 그것이 문장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잘 모르면 외운 것도 곧 잊었다. 즉 문맥상의 스키마가 부족한 탓이었다.
3. Intertextuality(Intertextual Schema)-앞의 이야기에서 아버지의 친구가 세 형제의 사이를 이해하고, 친구로서 해야 할 도리를 알았듯이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이 스키마가 있으면 책 한 권을 읽었을 때 거기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고 그 이상의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생각의 가지’ 치게 된다. 이 과정을 ‘Intertextuality’라고 한다.
■결론
앞에서 예로 든 구두 나누기의 문제는 읽는 사람의 스키마가 없었다면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즉 자신의 경험, 지식을 투자했어야 했다. 생각의 정리정돈으로부터 시작하여 학생의 스키마 과정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아무리 쉬운 책을 읽어도, 정리를 못하고 ‘읽기의 이해’가 안 된다. 한글, 한국 문화 외에는 다른 문화 접촉이 없었던 학생이 영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겪는 어려움의 하나가 영어나 미국 문화에서 오는 스키마 부족으로 인한 독해의 어려움이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P.S.R.T. 학습법을 써야 한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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