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신용사회다. 그런 만큼 미국에서는 돈을 빌려 물건을 사는 일이 다반사다. 전액 현찰을 지불해야 한다면 대부분 주택, 자동차, 대학공부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융자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미 파산협회에 따르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개인파산이 지난 92년에 비해 올해 무려 44%나 폭증했다.
한 은행 전문가는 “지난 20년간 크게 팽창한 소비자 크레딧은 소비를 늘려 미 경제를 부양하는 역할을 해 왔지만 좋은 것도 잘못 사용되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인들이 크레딧을 잘못 사용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특히 10년 전보다 지금은 융자조건과 환경이 크게 완화되면서 소비자 빚은 갈수록 늘고 있다.
<미국인의 평균 빚 현황>
개인 카드빚 $2,411
가구 카드빚 8,367
자동차론 규모 20,650
모기지론 규모 184,000
재융자 규모 208,000
LA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월 채무 상환액이 수입의 36%를 넘지 않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전문기관이 조사한 결과 1달러를 벌 때 1달러22센트를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인들은 도대체 얼마나 빚을 지고 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위 취득 과정에서 얻은 빚
학자금 융자 역시 ‘좋은 빚’으로 분류된다. 칼리지 보드에 따르면 학사 혹은 석사 학위가 연봉을 고교 졸업자에 비해 최고 80%까지 올려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싱글의 경우 연소득 5만달러 미만일 때, 부부의 경우 연소득 13만달러 미만일 때 최고 연 2,500달러까지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매년 학비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 미 교육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2000년 학사 졸업자의 60%가 빚을 지고 졸업했다. 4년제 주립대학 졸업생들의 학자금 융자 중간액수는 1만5,375달러(월 페이먼트 179달러)였으며, 사립대학 졸업생들의 융자액수는 1만7,250달러(월 페이먼트 200달러)였다.
한 조사에서는 대학 졸업생의 무려 39%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수입의 8%를 초과하는 경우)의 빚을 지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정부의 예산지원 삭감으로 이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76년 연방정부의 펠그랜트 최고한도액을 받으면 학비의 84%를 지불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겨우 39%를 낼 수 있을 뿐이다.
■머리에 이고 사는 빚
지금 미국에는 모기지 융자 붐이 일고 있다. 신규 융자와 재융자를 위해 앞다퉈 융자기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는 6% 내외를 오르내리는 등 40여년내 최저수준의 이자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8월 사이 새집 구입자의 평균 모기지 융자액은 18만4,000달러였으며, 평균 재융자 액수는 20만8,000달러였다. 미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의 중간 주택가격은 16만2,800달러에 달했고 구입자들의 중간 연소득은 5만2,600달러였다. 결국 중간가격대 집에서 살기 위해 소득의 18.9%(827달러)를 모기지 페이먼트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재정계획 전문가들은 모기지는 짊어질 만한 가치가 있는 빚이라고 말한다. 이자율이 기록적으로 낮은데다 이자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이 있어 더욱 그렇다.
■굴러 다니는 빚
소비자은행가협회에 따르면 요즘의 자동차 융자 평균액수는 2만650달러다. 하지만 자동차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개인의 필요와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차는 직장에 출퇴근하고 장을 보러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지만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지역의 도시 거주자에게는 옵션일 수도 있다.
차를 소유하는 것은 필요할 때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외에 트레이드인등 많은 이점이 있지만 가치가 점점 상승하는 주택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이다.
■플래스틱 속의 빚
크레딧 카드는 현대인의 생활을 무척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당장 손안에 현찰이 없을 때 혹은 많은 돈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강도의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 않을 때 카드로 결제를 하고 월말에 갚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크레딧 카드가 충동구매를 부추긴다는 사실. 바른 구매습관을 갖고 있지 못한 소비자들은 당장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마구잡이 지출을 하다 어느새 매달 미니멈 페이먼트를 하기에도 허덕이는 상황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한 장 이상의 크레딧 카드를 갖고 있는 가구들은 90년에 평균 2,985달러의 카드빚을 안고 있었으나 지난 2001년에는 평균 8,367달러로 급증했다. 각 개인의 평균 카드 빚은 2,411달러였다.
카드 빚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달 완전히 갚을 수 있는 액수만큼만 지출을 하고 입원이나 감원등의 비상사태에 대비, 돈을 따로 저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변화된 대출조건과 환경
10년전
렌더들이 모기지론 원금, 이자, 세금, 주택보험과 기타 채무의 합계를 세금전 수입의 36% 미만으로 제한했다. 연수입이 10만달러인 경우 월 페이먼트가 3,000달러 미만이어야 했다는 의미다.
많은 렌더들이 모기지 론을 승인하기 전에 20% 다운 페이먼트를 요구했다. 10만달러 주택 바이어들은 2만달러의 현찰을 수중에 가지고 있어야 했다.
융자 신청자들이 차 구입가격의 90%에 해당하는 돈을 융자하고 나머지를 자기 주머니 돈으로 충당했다. 2만달러 차를 살 때 2,000달러의 다운페이가 필요했다.
자동차 론의 평균 액수가 1만4,315달러였다.
새 자동차 론의 평균 이자율이 9%였다.
현재
페이먼트가 세금전 수입의 50%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10만달러 연수입에 4,166달러 월 페이먼트를 지출하는 것을 뜻한다.
모기지 보험(PMI)을 구입할 경우 3% 혹은 그 미만의 다운 페이먼트를 하고도 론을 받을 수 있다. 수중에 현찰이 3,000달러만 있으면 10만달러 주택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융자 신청자들이 차 가치의 최고 96%를 대출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5만달러 차를 구입할 때 불과 2,000달러만 있으면 론이 나오는 것이다.
자동차 론의 평균 액수가 2만6,208달러로 치솟았다.
새 자동차 론의 평균 이자율이 2%로 떨어졌다.
<김장섭 기자> peter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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