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지금 할까 말까?
더딘 경기회복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호황세를 누리고 있지만 최근 주택가 거품론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집 값이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에 주택 구입을 미루는 예비 바이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집은 필요하지만 ‘가격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 손해를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거품론’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실제 고가 주택 시장의 경우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도 소폭 하락했으며, 중간 가격대 주택도 한창 때만은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택가 하락과 이자율 상승 때의 모기지 페이먼트 <자료 부동산 재정센터>
주택가 하락과 이자율 상승 중 어느 쪽이 페이먼트를 더 줄여줄까. 25만 달러와 50만 달러 주택이 각각 10% 가격이 내렸을 때와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5.875%에서 6.875%, 6.25%에서 7.25%로 올랐을 때를 비교해봤다.
▲25만달러 주택-2만5,000달러 다운페이 22만5,000달러 융자(이자율 5.875%)시 월 페이먼트 1,331달러
▲22만5,000달러 주택-2만2,500달러 다운페이 20만2,500달러 융자(이자율 6.875%)시 월 페이먼트 1,330달러
▲50만달러 주택-5만달러 다운페이 45만달러 융자(이자율 6.25%)시 월 페이먼트 2,771달러
▲45만달러 주택-4만5,000달러 다운페이 40만5,000달러 융자(이자율 7.25%)시 월 페이먼트 2,763달러
내년 판매량 다소 주춤하나
중간가는 10%정도 오를듯
집값 10% 상승 금리 1% 하락
월페이먼트는 거의 차이없어
그렇다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우선 이들은 주택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제자리에 머물 수는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비 바이어들의 희망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LA카운티경제개발공사(LACEDC)의 잭 카이저 수석 경제학자는 “LA카운티의 경우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고 이로 인해 실수요가 많은 30만 달러대 주택가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CAR)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 캘리포니아의 집 값은 오히려 두 자리 수의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매량은 올해보다는 다소 주춤하나 거래되는 중간주택가는 10%정도 상승, 34만 달러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 9월중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거래된 주택의 중간가는 오히려 전년 동기 비해 16-20%나 뛰었고 거래량도 3-5% 증가했다. LACEDC 자료에 따르면 2000-2001년 LA카운티에 유입된 인구는 30만 명을 넘어섰지만 신규 주택수는 3만5,000여 유닛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90년대 초를 예로 들며 주택가 하락론을 설명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91년 6월 남가주의 중간주택가는 18만9,000달러로 당시 사상최고가를 기록했지만 1년 뒤 3.3%가 떨어진데 이어 95년에는 12.1%나 폭락했었다. 전문가들은 주택가 폭락의 가능성이 희박한 근거로 40년 래 최저 수준의 모기지 금리를 꼽고 있다.
CAR관계자는 “캘리포니아 부동산 시장은 올해 전례 없는 가격상승 등 호황세를 경험했다”며 “주택시장 경기는 모기지 금리와 지역 고용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이런 점으로 볼 때 내년 부동산 시장도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AR 역시 캘리포니아 집 값 상승의 주원인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캘리포니아에는 연 22만-25만 가구가 늘어나지만 매년 새로 짓는 주택은 15만 채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부동산 시장 약화론’과 별개로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을 늦추는 데는 계절적 요인도 한 몫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10-12월은 주택수요가 적어 셀러와의 협상여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낮은 모기지 금리를 뒤로 한 채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주택 장만을 미루는 아이디어에 대한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마디로 ‘러시안 룰렛’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무모하다고 말한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득실을 따져보자. 주택가격이 10%정도(단기간에 이 정도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 떨어지고 반대로 모기지 금리가 1% 올랐다면 25만-50만 달러 주택을 10%정도 다운페이 한 경우 월 페이먼트 차액은 최고 10달러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실제 기다린 보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표 참조). 이자율은 오르고 집 값이 그대로라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어들은 무엇보다 금리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LACEDC의 잭 카이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하반기 중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럴 경우 모기지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2003년 하반기에는 모기지 금리는 7%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금리 인상 조짐이 보인다면 인상 전 재빠르게 주택구입을 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해광 기자> haek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