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는 경기가 좋아진다는데 어째 장사가 점점 안되죠” “지난달까지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이 달 들어 주문이 뚝 끊겼어요”
업종에 관계없이 장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그러나 모든 업소가 불황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불경기에 아랑곳없이 일취월장하는 곳 중 대표적인 것이 ‘99센트 온리’ 스토어다. 99센트 스토어라고 저소득층이나 가는 가게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체인 중 제일 장사가 잘 되는 곳은 베벌리 힐스에 있는 점포다. 주차장에 벤츠와 BMW가 즐비하다. “부자일수록 짜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가주와 네바다 애리조나에 142개의 점포망을 갖고 있는 이 체인은 지난 5년 간 매년 2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소매업종 중 최고 기록이다. 그 덕에 이 체인 창업자인 데이빗 골드(70)는 전재산 6억 5,000만 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 리스트에 올랐다. 소매업은 첨단산업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규모로 보면 그에 못지 않다. 미 최고 부자는 총 재산 430억 달러의 빌 게이츠지만 월마트의 창시자인 샘 월튼이 살아있었더라면 그의 재산은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건 돈 많은 대형 체인 얘기지 영세한 한인 소매업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골드라는 사람 자신이 나이 50이 될 때까지 사우스 센트럴에서 리커 스토어를 하던 인물이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러시아 이민자 출신인 부모 청과물 가게에서 점원 노릇을 하던 그의 꿈은 99센트 짜리 물건을 파는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입만 열면 ‘99센트 스토어’를 되 뇌이자 친구가 “말로만 떠들게 아니고 직접 해 보라”고 핀잔을 준 게 계기가 돼 첫 99센트 가게문을 열게 됐다.
골드는 개업하기 전 동네에 ‘TV도 99센트에 팜‘이란 전단을 뿌렸다. 손님들이 구름같이 몰리자 TV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아무개 가게에 무슨 일이 났는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제보를 했다. 99센트 가게 오프닝 소식은 그 날 저녁 CNN을 비롯한 TV 뉴스를 탔고 다음날 주요 일간지도 이를 1면 기사로 다뤘다. 골드는 문을 열면서 150달러 짜리 흑백 TV를 13대를 사 선착순으로 나눠줘 TV 값의 수천 배 광고 효과를 올렸다. 골드는 지금도 새 가게를 열 때마다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99센트 스토어가 뛰어난 것은 선전술만이 아니다. 진열된 상품의 60%는 코카콜라와 같은 브랜드가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어쩌다 한번 사고 말 것 같은 이름 없는 상품은 전체의 2%도 안 된다. “싸도 품질이 좋아야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일반 소매점에서 병 당 6달러씩 하는 포도주도 이 가게에 오면 1달러 이하에 살 수 있다. 그렇게 싸게 팔아 얼마나 남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착각이다. 이 체인의 평균 마진은 40%로 월마트의 2배다. 99센트 스토어가 이렇게 싸게 팔면서 많이 남길 수 있는 것은 재고정리나 떨이를 헐값에 통째 사오기 때문이다. 이 가게 구매 책임자는 연봉 7만5,000달러의 높은 보수를 받는다. 스탁 옵션은 별도다. 그만큼 물건 구입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얘기다.
이 가게의 또 하나 특징은 예정 시간보다 15분 일찍 열고 늦게 닫는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고객 편의를 봐주겠다는 의미다. ‘신발을 신고 들어올 것’, ‘동전 안 바꿔줌’ 이런 사인도 없다. 근무 시간 중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못하게 하는 것도 수칙이다.
99센트 스토어는 아직은 서부지역 주민들에게만 친숙한 이름이지만 머지 않아 전국적인 체인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향후 12년 동안 미 전역에 걸쳐 점포수를 2,240개로 늘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맨의 바이블로 불리는 ‘생각해야 부자가 된다’(Think and Grow Rich)는 책을 쓴 나폴레온 힐은 남보다 ‘엑스트라 마일’을 가는 것이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한때 미 최대 소매 체인이었다 망한 울워스나 망해 가는 K 마트 모두 이 교훈을 바탕으로 일어섰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싼 가격에 양질의 물건을 좋은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것보다 나은 불경기를 이기는 지혜는 없는 것 같다.
민 경 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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