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커스텀하우스 쏟아져 경매장 붐벼
545억달러 시장 … 5,600만달러짜리도
“드디어 팔렸습니다. 최고 입찰자가 새 소유주입니다.” 몇 년째 시장에 내놓아도 나가지 않던 덩치 큰 부동산 매물들이 최근 경매장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매물 경매장이 이렇게 바빠지기 시작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말에도 경매매물이 불어나 경매업자들이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그때는 집장사들이 지은 ‘스펙 하우스’들이 줄줄이 경매에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면서 먼저 팔린 옆집의 집 값을 떨어뜨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펙 하우스가 아닌 대형 커스텀 하우스들이 경매장에서 “날 좀 데리고 가세요”를 외치고 있다.
조 그린은 1년째 시장에 내놓아도 이렇다할 오퍼 한 장 안 들어오는 테네시주 맨션을 경매장에 내놓기로 했다. “혹시 경매에서도 안 팔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에 30에이커짜리 시골 땅까지 포함해서 250만달러에 내놓았다.
얼마 후 에스킹 프라이스보다 100만달러가 적은 가격에 최종 입찰이 끝났고 그린은 맨션과 땅을 넘겨줬다.
이 매물을 매입한 개발업자 페라리는 167만달러를 지불했다. 맨션만도 손을 좀 보면 족히 360만달러 가치가 있다며 그는 내심 ‘굿 딜’을 외쳤다.
최고가 주택시장이 곳곳에서 불경기를 타면서 미 전국 옥션 하우스들이 활기를 얻고 있다.
소위 트로피 부동산으로 일컫는 수백만달러 주택들이 경매장으로 몰려나오면서 2001년 경매장 매물은 1990년대 중반에 비해30%가 증가했고 매물의 총 가격도 545억달러에 이르렀다. 올해는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심해 최고 5600만달러짜리 하우스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다.
<매물 왜 느나>
불경기에 안팔리는 개성강한 집
신속처분 자금난 셀러들 반겨
이처럼 경매장에 최고가 고급 주택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매물처리의 신속함 때문이다. 몇 백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주택들은 평균 18개월간 마켓에 나와 앉아 있다.
그 기간에 쓸고 닦고 관리하고 바이어 올 때마다 보여줘야 하는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매물 값이 높으면 높을수록 임자 만나기가 수월치 않아 몇 년씩 새 주인 나타나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 하는 집들도 있다. 그러나 경매장에 나왔다 하면 6주만에 모든 상황이 끝나버린다. 신속한 처분은 현금에 쪼들리던 셀러에게는 구세주와 같다.
최근 방 29개짜리 맨션을 오리건주의 한 옥션에서 처분한 베벌리 모펫이 “그 집 잔디 깎는 값만 한달에 2,800달러나 들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봐서 맨션을 관리하고 산다는 것이 현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종의 고역임을 알 수 있다.
트로피 하우스의 경매장 직행이 늘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90년대 말 경기가 좋을 때 주택 소유주들이 지나치게 ‘개성’을 부렸다.
볼티모어 교외지역에서 자그마치 2만3,000스퀘어피트짜리 집이 수십개월 시장에 나와 있어도 ‘범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콜로라도 산자락에 배 모양으로 지은 집은 들이부은 재료값에도 못 미치는 35만달러에 최근 경매에서 나갔다. 이처럼 너무 개인 취향에만 맞춘 집들은 불경기가 몰아칠 때 주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장점>
전국 바이어대상 마케팅 효과
앤더슨 변호사 형제자매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을 팔려고 지역 부동산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 매매가 성사되지 못했다. 인근 농부들이 단합,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서로 오퍼를 자제했기 때문. 이들은 결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경매 전문업체 스크레더/웨체스터를 선정, 2만달러를 들여 미전국적으로 마케팅을 했다.
결국 미 전국에서 100여명의 입찰자들이 몰려들었고 경매업자 커미션 7%를 주고 200만달러가 약간 덜 되는 돈을 건졌다.
이처럼 경매의 장점은 지역 입찰자에 국한되지 않고 미 전국에서 입찰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점도 있다. 비록 경매에까지 가지 않더라고 경매에 부치려는 작은 움직임 하나에 몇 년간 끄덕 않고 버티던 매물이 팔리는 경우이다.
랭신에 케이프코드 에스테이트를 소유하고 있던 리처드 벅은 물가의 9베드룸 하우스를 690만달러에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오퍼 한 장 없었다. 지친 벅은 경매업자를 타진했고 집을 경매에 내놓을 날짜까지 잡았다. 이런 벅의 움직임이 망설이던 바이어의 결단을 도출해 냈다.
집만 몇번 둘러보고 오퍼 제시를 망설이던 바이어는 445만달러에 오퍼를 제시했고 벅은 이를 수락했다.
“더 받고 싶었지만 빨리 파는 것이 더 중요했다”며 오래 끼고 있으면 있을수록 출혈이 심하다고 했다.
<위 험 성>
턱없이 가격 깎이거나 오버비딩
앞서 언급한 미스터 그린처럼 셀러에게는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 가수 바브라 맨델은 내슈빌 저택을 700만달러에 경매에 내놓았으나 결국 210만달러에 팔고 말았다. 최고 입찰자가 가격을 따라와 주지 않으면 턱없이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위험부담이 셀러에게 있지만 반대로 바이어에게는 오버 비딩의 위험이 있다.
경매장의 모든 매물은 ‘있는 그대로의 상황’(as-is)에 팔리기 때문에 바이어가 입찰 전에 먼저 인스펙션과 감정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경매장 열기가 뜨겁다 보면 시장가격보다 경매가격이 더 올라가서 예기치 않게 고가에 매입해 버리는 수가 있다. 내셔널 옥션 그룹의 회장 윌리엄 본에 따르면 최근 콘도 한 채가 에스킹 프라이스의 129%에 팔린 적이 있다.
또 감정에 휘말려 처음에는 전혀 살 생각이 없었던 매물을 손에 들고 나오는 바이어도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버클리 스프링스에서 한 성의 경매에 참가했던 앤드류 고슬린은 방 20개짜리 9,000스퀘어피트 성을 86만달러에 손에 쥐었다.
<최근 팔린 주택들
˙앤더홀드 농장: 조지아주 마틴에 위치. 120만달러 요구에 139만달러에 팔렸음. 400에이커 언덕 위에 앉은 집으로 지역 바이어 유치에 실패했으나 경매에서 33명이 입찰.
˙폰타넬 :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 700만달러 요구에 210만달러에 팔림. 가수 바브라 멘델 소유로 136에이커 위에 2만7,000스퀘어피트 저택.
˙그린 스프링스 농장: 테네시주 프랭클린 위치. 250만달러 요구에 167만달러에 팔림. 30에이커에 방 20개짜리 맨션.
˙매노아 선댄스: 유타 선댄스에 위치. 260만달러 요구에 120만달러에 팔림. 프랑스 여배우 나탈리 델론 소유였음.
˙하일랜드 팍 맨션: 시카고에 위치. 120만달러 요구에 100만달러에 팔림.
˙파워볼 맨션: 메릴랜드주에 위치. 복권 당첨자가 방 23개짜리 저택을 지었으나 경매에 내놓고 258만달러에 팔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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