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 공부 잘 하기
학생들이 우리 클리닉에 와서 공부를 시작할 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처음에는 대부분 역사책이건 수학문제 풀이건, 그냥 책을 들고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너는 집에서 책을 읽을 때도 늘 그렇게 읽니?’ ‘네! 그럼 그렇게 읽지, 뭐 다르게 읽는 수도 있습니까?’ 학생들은 너무나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 질문이 이상하거나 생소할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읽기에 문제가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있다. 별 준비도 없이 책을 그저 읽기 시작한다면 그것 자체가 나중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별 준비 없이 그저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말은 우리가 차를 운전할 때 어디를 가는지 목적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운전하다가 처음 나오는 프리웨이 출구에서 그냥 내려보는 셈이다. 운전은 우선 어디로 가는지 그 목적지가 설정이 되어야 하며, 또 그 가는 곳의 지도가 있어야 하듯이 읽을 때도 그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이 준비과정은 간단히 다음과 같다.
■준비과정
1. 책의 제목(title)을 염두에 둘 것
-예를 들어 ‘나폴레옹의 전쟁’이라는 책이라면,
a. ‘나폴레옹의 전쟁’이라고 나왔는데 약 5페이지 정도밖에 안 쓰여 있으면, 자연히 기초단계의 책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b. ‘나폴레옹의 전쟁’이었지만 그 제목이 ‘워털루’(Waterloo) 전투였다면 이 책의 내용이 그 ‘나폴레옹의 전쟁’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어간다는 것을 예측할 수가 있다.
2. 읽는 내용이 언제 혹은 얼마 정도를 다루는 일인가?
예를 들면 몇 년부터 몇 년까지. 그러나 주입식 교육에서처럼 반드시 그 연대를 기억하여야 되는 것은 아니다.
3. 이 읽는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무엇인가?
예: 유럽 전체를 뒤흔든 나폴레옹이 무슨 이유로 패배하게 되었는지?
4. 그 중요 주제를 소 주제(sub-title)로 나누자면 몇 가지로 나누게 되나?
예: 패배의 이유를 다섯이나 여섯 소주제로 나누어 본다(교과서를 보면 공부하기 쉽게 미리 대문자를 쓴다든지 혹은 다른 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아주 쉽게 알아볼 수가 있다).
5. 위의 몇 가지 소주제(sub-title)를 기억하려면, 무엇을 기억하여야 하나?
가끔 이러한 것은 중요한 단어 몇 개를 이해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는 수도 있다.
이 중요 단어를 독서학에서는 ‘펑션워드’(function word)라고 한다. 즉, 단어 중 가장 중요한 뜻을 지닌 ‘키워드’(key word)를 말한다.
6. 이 위의 다섯 가지를 읽을 때 어디서 찾을 수가 있을까?
여기까지 준비가 됐으면 이제 학생은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이 준비과정은 2~3분 정도이며, 아무리 오래 걸려도 5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
즉, 어디를 운전해서 갈 때 지도를 앞에 놓고 길을 떠나면 적당히 아무 길에나 들어가는 무작정의 드라이브가 아닌 것과 같이 위의 여섯 가지 준비를 하면 읽은 것의 요점(main idea)이 무엇인가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혜택이 있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준비시켜서 책을 읽으라고 해도,
1. 생각의 정리정돈(perception)이 잘 안 되는 학생들은 이 준비과정 자체가 힘이 든다. 예를 들어 읽는 내용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무엇이냐는 것에 준비를 하려고 해도 읽기는 읽었지만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가려내기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
즉, 책을 읽을 때 단어 하나 하나에만 중점을 둔다. 이런 학생들의 특징은 읽어야할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부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기에 이런 학생은 학교 시작의 처음에는 공부를 곧 잘한다.
즉, 공부 양이 많지 않다. 자연히 무엇이나 생각의 정리정돈을 별로 안 해도, 또 못해도, 무엇이나 무조건 다 외우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연히 공부해야할 양이 많아지면서 성적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머리가 좋은 학생이라도 많은 양의 읽기를 다 소화하지는 못한다.
책 전체를 다 외울 수는 없고 백과사전을 모두 외우지는 못하듯이 그 많은 양을 읽을 때 그 전체에 그 초점을 두지 못한다. 그 요점을 못 잡을 수밖에 없다.
보통 이런 학생들은 많은 오해를 자초한다.
즉, ‘지구력’이 없다’라고, 혹은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처음 시작은 잘하는데 끝에 가서는 늘 성적이 썩 좋지 못해요!’ 심지어는 ‘머리는 좋으나, 쉬운 문제는 오히려 틀리고, 어려운 문제는 맞아 오니 부모로서는 이해가 안 갑니다’라는 말까지 한다.
2. 스키마(schema)가 약하거나, 그것이 별로 없는 학생들은 이 준비과정이 힘이 든다(스키마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과거에 사전지식을 의미한다).
위의 준비과정에서 예를 든다면 첫 번째의 준비과정으로 나폴레옹 전쟁이 그리 큰 전쟁인 것조차 사전지식이 없었다면 다섯 페이지 정도밖에 안 쓰여진 것을 보고는 이것이 기초 단계인지 아닌지를 예측할 수가 없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워털루(Waterloo) 전투가 나폴레옹과 연결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이 읽어야할 내용이 자세히 들어갔는지 아닌지를 알 도리가 없다.
이런 문제가 있는 학생들은 미리 준비를 2~3분이 아니라 5분을 시켜도 별 효과를 못 본다.
그런 학생들을 (a)chapter마다 주제를 읽히고, (b)부분적인 주제(heading)도 읽히고, 목차 공부를 할 때 모르는 부분은 미리 공부를 한다. 즉, 스키마(schema)를 미리 쌓는 일을 하는 것이다. (c)또 마지막으로 그 요약을 읽게 한다.
우리가 운전을 할 때 어디로 가든지 우리에게는 지도가 필수적이란 말을 위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고 어느 지도마다 모든 교통신호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다행이 고등학교 교과서까지는 이런 중요한 내용이 큰 글자로 쓰여지든지, 다른 색으로 표시되든지 등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교통신호’가 표시되어 있다(그러나 대학의 교재부터는 읽는 학생을 위하여 이러한 표시가 없다.
그러기에 12학년까지 이 중요한 것이 이미 표시되어 있는 책을 읽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특이 똑똑하면서도 생각의 정리정돈이 잘 안 되는 학생(perceptual problem)은 12학년 졸업 전에 이렇게 쉽게 중요한 내용을 표시 나게 쓰여진 글을 통해, 또 그렇게 공부함으로써 읽는 내용의 큰 윤곽을 잡을 수가 있다.
반면에 생각의 정리정돈은 잘 되지만 어떤 내용에 대해 사전지식(schema)이 별로 없는 학생은 이 표시된 큰 글자를 통해 어떤 분야에 자신이 사전지식이 부족한지도 알게 된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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