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회장, 사장 등 고위 간부들과 명사들은 오래 전부터 플로리다를 비롯한 몇몇 개주에 수백만달러를 들여 대저택을 매입하거나 건축해 왔다. 그 이유는 만약의 경우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이들 주에서는 집이 채무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발생한 기업 부정 스캔들의 파렴치한 간부들은 더 이상 이같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될 것 같다.
파산시 ‘주택보호’조항, 서서히 폐지 움직임
플로리다·텍사스등 채무자 주택에 손 못대
‘빚지고도 호화판’ 파렴치 기업주에 철퇴
연방 의회는 백만장자들의 파산법 악용을 막기 위해 이른바 ‘주택 소유자’ 면제 조항을 규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회에 제출된 한 법안은 해당 주택에 40개월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주택 소유자 면제 조항을 적용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명한 사람이 플로리다에 와서 대궐 같은 저택을 구입한 후 파산신청을 했다고 가정하자. 현행법으로는 채권자가 이 집을 손댈 수 없다. 그 부당한 보호막을 제거하는 것이 이 법안 개정의 목적이다”
플로리다 대학 법대 교수 제프리 데이비스는 설명한다.
만약 법이 개정되면 엄청난 규모의 기업 부정으로 물의를 일으킨 월드컴의 회계 책임자 스캇 설리번 같은 사람이 파산신청을 할 경우 자신의 명의로 돼 있는 호화 저택은 소유할 수 없게 된다. 설리번은 현재 보카레튼에 영화관과 여섯 개의 자쿠지가 있는 1,500만달러짜리 호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8월 무려 38억달러 규모의 회계 조작 혐의로 구속된 설리번은 보카레튼 저택을 저장 잡히고 1,000만달러의 보석금을 지불했다.
플로리다, 텍사스, 아이오와, 캔사스,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주법으로 파산신청자의 주택을 보호, 채권자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재산만 처분할 수 있다.
미국에서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은 연간 150만명으로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 가치는 평균 12만5,000달러 미만이다.
변호사 스튜어트 영은 새 법안이 의료비에 허덕이는 은퇴자나 과다한 신용대출을 한 대학생 등 실제로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법안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허버트 콜 상원의원(민주·위스콘신)은 “그동안 존재해 왔던 파산법 악용 문제가 엔론사태로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
당국은 엔론사 간부들로부터 수천만달러의 자산을 압류하려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이 법은 스페인식 소유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모기가 들끓고 무더운 이 지역에 정착민들을 유치하기 위해 한 세기 전에 고안됐다.
“당시 이 법의 개념은 빚이 있어도 집은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버지가 술주정꾼이나 노름꾼이라도 그 가족은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미주리 대학 법대 교수 G. 레이 워너는 설명한다.
플로리다주의 인구가 크게 팽창하면서 이 법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했다.
공격적 기업합병 전문가 폴 빌저리안은 198년대에 사기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3개월의 징역형을 살았다. 3억달러의 부채에도 불구하고 그는 500만달러 상당의 플로리다 대저택을 그대로 소유할 수 있었다.
영화 배우 버트 레놀즈는 1996년 파산신청을 했지만 채권자들은 호브사운드에 있는 250만달러짜리 저택에는 손댈 수 없었다. 이혼한 아내와 아내의 친구 살해사건 민사 소송에서 패소, 법원으로부터 3,35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왕년의 풋볼 스타 O.J. 심슨도 자신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이용했다. 전 스위스 주재 미국대사 마빈 워너는 오하이오주에 본부를 두고 있던 자신 소유의 은행이 파산하면서 3억달러의 부채를 졌지만 플로리다에 목장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아직 파산신청은 하지 않았지만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저택을 갖고 있는 부도덕한 기업인은 많다. 그 중 하나가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CEO를 지낸 L. 데니스 코즐로우스키인데 그는 무이자로 회사 돈 1,900만달러를 빼내 보카레튼에 자신의 대궐 같은 대저택을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파렴치한 부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보호할 새로운 편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약삭빠른 기업주들은 케이먼 아일랜드 같은 해외로 돈을 빼돌리거나 다른 방법으로 숨길 것이다” 워너 교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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