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명 승인까지 김순희씨 가슴졸인 1년5개월
“꿈만 같습니다. 지난 1년5개월동안 가슴 졸였지요. 도와준 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30일 망명승인을 받기까지 연방이민국(INS)과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무려 50여차례나 인터뷰를 받은 김순희(38)씨는 1년5개월 동안 재판과 관련해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며 오히려 주변에서 사실을 왜곡하는 것들이 더욱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능력만 된다면 탈북자들의 미 입국을 적극 돕겠다”고 밝힌 김씨는 “미국은 자신만 노력하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나라임을 알게 됐다”며 빨리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씨의 지난 1년5개월의 생활을 정리해본다.
▲망명신청에서 허가까지
지난해 5월8일 가석방된 김씨의 망명절차는 시작부터 해결해 나가야 일이 첩첩산중이었다.
미국에서 탈북자 망명신청 사례가 전무한데다 자신의 신분을 입증할 수 있는 공민증과 같은 증거물들을 모두 버린 상태에서 정황증거만으로 재판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관계당국의 계속되는 인터뷰에도 망명신청 목적과 탈북 동기 등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한국의 장인숙 탈북자 동지회 여성부 회장과 김상철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운동본부장의 지원을 얻어냈다. 또 탈북자에 대한 북한당국의 처리와 중국지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의 어려움 등 탈북자 관련 자료 및 증언을 요청하고 다리오 아귀리에 변호사와 함께 인터넷을 뒤져 탈북자 관련 자료들을 찾아내 일일이 번역했다. 법원과 관계당국에 제출한 자료는 ▲김순희씨의 탈출과정과 성장과정에 대한 자필기록서 ▲함경북도 지도, 인공기, 북한 실상 ▲탈북자들의 참상 ▲장인숙의 증언 ▲인터넷 등을 통해 뽑아낸 북한 관련 자료등 분량만도 큰 박스 1개 분량에 달했다.
김씨와 김씨의 망명신청을 도운 관계자들은 “망명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김씨를 자국민이 아니라고 발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였다”며 “이 때문에 변호사가 세번이나 바뀌었고 김씨와 한씨 가족은 덩달아 일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해야 했다”고 전했다. 한씨는 “INS와 FBI는 이 보도내용의 진위여부를 계속 추궁했었다”며 “이로 인해 재판일정이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북한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제출하고 연변으로 함께 탈출해 나온 다른 탈북자들의 증언서를 팩스를 통해 받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 마침내 망명승인을 받게 됐다.
▲김순희씨의 생활
김씨는 “재판을 준비하는 것 외에 한 선생님 가족이 미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주선해준 영어를 배우고 미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 선생님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도 다녀왔다”고 전했다. 또한 시간이 날 때면 인근 봉제공장이나 세탁소 등에 가서 배운 바느질 기술을 잊지 않기위해 무료로 도와주기도 했다.
한청일씨는 “그동안 가족들이 겪은 정신적 부담을 이제와서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통역을 맡고 서류를 챙겨준 딸 상희가 힘에 겨워 눈믈을 흘릴 때는 부모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장래
망명이 허가된 김씨는 당분간 한씨 집에 머무른 뒤 독립할 예정이다. 김씨는 “내 자신이 열심히 살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새로운 생활에 기반을 잡으면서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을 하루속히 데려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1년 뒤 영주권 신청자격을 얻게 되며 노동허가증은 이미 신청해 놓은 상태다.
망명신청과 절차
<망명신청>
입국과 동시에 혹은 1년이내 신청이 가능하며 INS 심사관이 망명을 허용 또는 기각하거나 이민법원에 넘길 수 있다. 이때 이민판사는 청문회를 열어 허용여부를 판결한다. 김순희씨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되며 이민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30일내 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망명허용>
탈북자 혹은 합법, 비합법 입국을 떠나 망명신청은 일단 추방명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애리조나주에서 망명신청이 허용된 이상남, 이상철씨의 경우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대부분 이민법위반 및 각종 문제제기로 기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소법원도 이민법정 결정 파기율이 3%에 불과해 이민법정 판사의 재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이민법정>
예정된 날짜나 시간이 아니라 들쭉날쭉하다. 심리가 하루에 마무리되지도 않을 뿐 더러 하루에도 여러차례 출두하거나 증언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김순희씨의 경우 1년이 넘도록 끌어오다 당초 11월25일 열릴 청문회가 갑자기 앞당겨진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INS변호인이 여러차례 교체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관련 서류 분실도 있을 수 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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